개그맨 양상국. 사진 디알엠커뮤니케이션
지난달 18일 MBC에서 방송된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최근 각종 예능에서 ‘김해 왕세자’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개그맨 양상국이 출연했다. 그는 경기도 용인 수지의 풍경이 내다보이는 집을 공개하면서 KBS 공채 22기 동기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양상국을 비롯해 이광섭, 송준근, 박성광, 장효인, 성현주, 김지호, 허미영, 박영진, 조윤호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각기 일정이 있었지만, 동기 양상국의 집들이를 위해 흔쾌히 먼 길을 달려와 우정을 짐작하게 했다.
이들의 소속된 KBS 공채 22기 개그맨들은 2007년 데뷔했다. ‘개그콘서트’의 2010년대 전성기를 이끌던 이름이었고, 최다 인원 기수이기도 했다. 보통 10명 남짓인 KBS 과거 개그맨 공채 기수 시스템에서 이들의 인원은 20명이 넘는다.
개그맨 정범균. 사진 스포츠경향DB
이들은 현재 공개 코미디를 제외한 각종 예능과 웹 콘텐츠에도 활발하게 출연하며 내년 데뷔 20주년을 준비하고 있다. 뚜렷한 캐릭터가 중요했던 김석현 당시 PD 세대에서 콩트와 연기력을 중시했던 서수민 당시 PD 세대로 넘어오며, 연기력을 겸비한 이들의 이름이 꽃피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단연 연기력이 빼어난 이들이 인기를 주도했다. 범접할 수 없는 ‘뚱땡이’ 캐릭터를 지녔던 김준현과 걸출한 콤비 박성광과 박영진, 입담을 앞세운 최효종과 뚜렷한 캐릭터로 인상을 남긴 김원효 등이 ‘개그콘서트’ 무대로 인기를 얻었다.
뒤를 이어서는 무대 연기뿐 아니라 다양한 예능 형식에 최적화된 이들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MC형으로 자리를 잡은 장도연과 예능에도 잘 적응한 송준근 그리고 성대모사를 잘했던 안윤상 등이 인기를 얻었다.
개그맨 허경환. 사진 스포츠경향DB
이 기수에는 이들 말고도 영화로 활약한 곽현화, ‘오랑캐’ 김지호, 미녀 3총사의 멤버 성현주와 장효인, 허미영 그리고 ‘개그콘서트’로 뒤늦게 빛을 본 이광섭과 양선일, 이원구와 조윤호 등도 있었다.
이들이 데뷔하기 20년이 다 된 시점. 지금에서야 꽃을 피우는 이들도 있다. 바로 양상국과 정범균 그리고 허경환 등이다. 물론 이들 역시 ‘개그콘서트’ 시절 뚜렷한 캐릭터로 이름을 알렸지만, 예능에서 기존 무대 연기의 잔상을 지우고 자신만의 캐릭터로 각종 예능에서 성과를 이루고 있다.
경상도 사투리와 시골 남자의 품격을 시종일관 내세웠던 양상국은 이제야 각종 영상에서 역주행을 일으키며 ‘김해 왕세자’로 올라섰다. 그는 최근 각종 예능을 통해 10년 공백기에 몸부림쳤던 과거와 아버지를 코로나19로 잃었던 사연, 카레이서로서의 도전도 공개하며 폭넓은 공감을 샀다.
지난달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 양상국 편에 출연한 KBS 22기 개그맨들. 사진 MBC 방송화면 캡쳐
정범균 역시 ‘개그콘서트’ 새 시즌 방송 이후 후배들을 뒤에서 받치는 연기를 주로 하다 김영희와 함께한 ‘말자쇼’의 인기 그리고 ‘챗플릭스’에서 ‘날로 먹는’ 캐릭터가 터지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원래 진행에 능통했던 개그맨답게 ‘말자쇼’에서도 김영희와 함께 사실상 2 MC로 프로그램을 이끈다.
키는 작지만 잘생긴 캐릭터, 각종 유행어로 승부했던 허경환 역시 2010년대 초반 얻었던 인기를 되살렸다. 최근 ‘놀면 뭐하니?’에서 반고정 이상의 입지를 가지며 유재석의 마음을 얻었고, 양상국과 더불어 경상도 남자의 설정을 극대화했다. 주말 버라이어티의 인기하락으로 오히려 빈자리가 많아진 지금의 상황이 오히려 개그맨들에게는 기회가 된 셈이다.
이들 22기는 함께 모여 2020년 젊은 나이에 요절한 동기 故 박지선의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많은 인원수만큼 서로 꽃을 피우는 시기는 달랐지만, 양상국이나 정범균 그리고 허경환의 사례에서 보듯 ‘버티는 자가 강하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내년 데뷔 20주년을 맞는 KBS 22기 공채 개그맨들의 존재는 여전히 한국 예능의 든든한 허리로 ‘K-코미디’ ‘K-예능’의 젖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