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재원이 지난 6일 잠실 두산전 2회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던 지난 2월만 하더라도 LG 이재원 앞의 새로운 시즌은 넓은 초원으로 가는 기회의 문이 될 것으로 보였다. 염경엽 LG 감독도 일찌감치 이재원을 7번 또는 8번 타순에 박아놓고 거포의 잠재력을 끌어낼 충분한 시간을 줄 뜻을 나타냈다.
이재원이 마주했던 기회의 게임이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문 변수 때문이었다. 표면적으로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수비 도중 허리 통증을 안은 문보경이 불편함을 해소하지 못해 코너 내야수로 글러브를 끼지 못하고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이재원이 선발 라인업에 들어갈 기회가 줄었다.
또 하나는, 유틸리티 전천후 백업 자원으로 계산한 천성호가 리그 최상위권 공격력을 뿜어내면서 주전 라인업이 조금씩 재편됐다. 3루수로 주로 출전 중인 천성호는 최근 타격 페이스가 살짝 떨어졌지만 지난 6일 현재 타율 0.333에 35안타를 기록하며 두 부문 모두에서 외인타자 오스틴에 이어 팀내 2번째 지표를 쓰고 있다.
최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송찬의의 성장도 팀내 경쟁 분위기를 달구는 신호였다. 송찬의는 1군 합류 뒤 15경기만 출전했지만 타율 0.364 5홈런 OPS 1.254로 유망주의 꼬리표를 떼고 있다. 코너 외야수 또는 지명타자로 이재원과 포지션이 겹치는 송찬의는 인앤아웃 스윙궤도를 몸에 익히면서 벤치로부터 기술적인 인정도 받고 있다.
이재원은 잠실 두산전을 치른 지난 6일 17일만에 다시 1군으로 올라왔다. 문보경이 지난 5일 잠실 두산전에서 1루수로 출전해 땅볼 타구를 처리하던 중 공을 밟아 왼쪽 발목 인대를 다치면서 4~5주 공백을 예고했고, 새로 생긴 시간과 공간의 여백이 이재원에게 찾아왔다.
LG 이재원이 6일 두산전에서 2루타를 치고 베이스를 밟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이재원 스스로 시즌 초반 팀내 경쟁을 뚫고 이겨낼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시작된 ‘기회의 게임’이었다. 이재원은 지난 4월20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기 전 19타석 17타수 1안타 타율 0.063으로 부진했다.
그즈음 염경엽 감독은 이재원 기용에 대한 방향성을 설명하며 “팀이 이겨야 그 안에서 선수도 클 수 있다”는 말로 시즌 초반 팀내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도 달라지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이재원은 자력으로 우선순위가 되기 위한 출발점에 다시 섰다. 6일 두산전에 9번타자 겸 좌익수로 출전해 장쾌한 중월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렸다.
이재원이 2군으로 내려가기 전 맞닥뜨린 문제는 기술적인 것보다는 심리적인 것에 있었다. 모창민 LG 타격코치는 이재원이 급하게 결과를 내려는 마음에 나쁜 공에 방망이를 내기 시작한 점을 주목했다.
복귀전 타석에 선 이재원은 침착했다. 2회 첫 타석, 두산 선발 최승용과 11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낮은 쪽을 파고든 패스트볼을 기다렸다는 듯 받아쳐 담장 밖으로 넘겼다. 볼카운트 3-1로 인내심을 보인 뒤 보더라인 부근을 공략한 유인구를 파울로 만들면서 끌어낸 직구 승부에서 얻어낸 결과였다.
팀 전체로는 야수 뎁스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문성주가 허리 부상으로 빠져있고, 문보경이 이탈했다. 오지환은 몇 경기 동안 페이스 조율을 하면서 선발라인업에서 빠져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재원이 다시 기회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