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실행 속도를 바꾸고 있다. 시장조사, 문서 작성, 아이디어 정리, 기획안 초안, 서비스 콘셉트 도출까지 이전보다 빠르게 가능해졌다. 창업가는 더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제품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해상도를 높여라’(지은이 우마다 다카아키, 옮긴이 류두진 펴낸곳 )는 창업가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판단하는지를 바탕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설계하는 사고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를 ‘해상도’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해상도가 높다는 것은 막연히 많이 아는 상태가 아니다. 하나의 사안을 깊이, 넓이, 구조, 시간이라는 네 가지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깊이는 문제 본질을 파고드는 힘이다. 넓이는 고객과 시장, 환경을 함께 보는 힘이다. 구조는 여러 요소의 관계와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힘이다. 시간은 지금의 현상뿐 아니라 변화의 흐름과 가능성을 읽는 힘이다. 이 네 가지 시점이 갖춰질 때 창업가는 아이디어가 좋아 보이는지 아닌지를 넘어 지금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해결책이 실제 가치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따져볼 수 있게 된다.
책에서 저자는 판단을 구조화하는 ‘48가지 프레임’을 통해 창업가가 문제와 해결책을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48가지 프레임은 막연한 고민을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꾼다. 지금 보고 있는 문제가 정말 핵심 과제인지, 고객과 시장을 충분히 넓게 보고 있는지, 여러 요소의 관계와 우선순위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점검하도록 돕는다.
창업가는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결정을 내린다. 이때 필요한 건 판단의 기준을 세우고 사고의 빈틈을 줄여 주는 프레임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해상도를 문제 이해에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과제와 해결책의 해상도를 함께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창업에서 가치는 좋은 문제를 발견하는 것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그 문제에 정확히 맞물리는 해결책을 설계하고 고객이 실제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구현할 때 생긴다.
창업은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 나가는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창업가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빠르게 실행하는 능력만이 아니다. 지금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에 맞는 해결책은 무엇인지 선명하게 연결하는 판단 역시 중요하다.
창업가는 혼자서도 랜딩페이지를 만들고, 사업계획서를 쓰고, 제품 콘셉트를 정리하고, 고객 설문과 콘텐츠까지 제작할 수 있다. 실행 속도가 빨라지고 누구나 실행할 수 있는 시대일수록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고,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힘’이다.
저자 우마다 다카아키는 캐나다 토론토대학을 졸업한 후 일본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2016년부터 도쿄대학에 재직 중이다. 도쿄대학에서는 혼고 테크 개러지(Hongo Tech Garage)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FoundX 디렉터로 일하며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기업가 교육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