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100만$ 외인보다 더 중요”…초행길의 KBO 아시아쿼터, 갈림길은 시작됐다

입력 : 2026.05.11 13:54 수정 : 2026.05.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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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라클란 웰스가 이닝을 마치고 만족하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LG 라클란 웰스가 이닝을 마치고 만족하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 출신의 LG 선발 투수 라클란 웰스는 11일 현재 리그 평균자책 1위(2.06)다. 7경기에서 39.1이닝을 던진 동안 피안타율이 0.194밖에 되지 않는다. 그 뒤를 삼성 아리엘 후라도(2.12)와 KIA 애덤 올러(2.44)가 잇는다. 둘은 각각 KBO리그 4년 차, 2년 차의 외국인 투수다. 현재 8명인 평균자책 2점대 그룹에는 대만 투수 왕옌청(한화)도 있다. 8경기에서 44.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2.64로 3승2패를 거뒀다.

시즌 초반 앞서나가는 외국 국적의 이 네 투수 신분은 다르다. 후라도와 올러는 외국인선수, 웰스와 왕옌청은 아시아쿼터다. 몸값 상한선부터 다르다. 외국인선수는 첫해 상한이 100만 달러지만 아시아쿼터는 20만 달러다. 아시아쿼터 웰스와 왕옌청의 시즌 초반 활약이 더 눈에 띄는 이유다.

아시아쿼터는 부족한 부분을 좀 더 보강할 수 있게 한 일종의 ‘보너스’ 전력이다. 몸값에서 드러나듯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개막후 팀당 30여 경기가 지나면서, 첫 도입된 아시아쿼터를 놓고 길이 갈리기 시작했다.

한화 왕옌청이 3월29일 대전 키움전에서 첫 선발승을 따낸 뒤 눈물 흘리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왕옌청이 3월29일 대전 키움전에서 첫 선발승을 따낸 뒤 눈물 흘리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LG와 한화는 아시아쿼터가 없었으면 큰일날 뻔했다. 개막하자마자 선발 마운드에서 줄부상이 나온 가운데 웰스와 왕옌청이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기대 이상으로 둘의 기량이 좋기도 하지만 팀 상황이 맞물리면서 그 존재감이 훨씬 부각됐다.

중간계투로 뛰는 아시아쿼터 중에서는 키움의 카나쿠보 유토가 가장 돋보인다. 키움이 최하위로 떨어져 있는 가운데서도 마무리 유토는 1승1패 6세이브 4홀드로 불펜을 확실하게 지키고 있다. 뒷문 붕괴 시즌인 올해 현재 세이브 4위로 LG(유영찬), KT(박영현), 삼성(김재윤) 등 상위권 소속 마무리들 틈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KT 중간계투 스기모토 코우키는 벌써 22경기에 나가 19.1이닝을 던지고 6홀드를 거뒀다. 등판 경기 수는 리그 최다, 홀드는 공동 5위에 올라 있다.

반면 아시아쿼터에서 ‘플러스’의 맛을 전혀 못 보는 팀들도 있다.

롯데 쿄야마 마사야가 3월28일 대구 삼성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쿄야마 마사야가 3월28일 대구 삼성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쿄야마 마사야는 현재 2군에 있다. 4월말에 이어 두번째 2군행이다. 10경기에서 10.2이닝을 던져 10실점(9자책), 피안타율이 0.318이다. 두산 타무라 이치로도 평균자책이 8.76이다. 13경기에서 12.1이닝을 던졌고 피안타율이 0.404나 된다. 1군에는 있지만 중요한 순간 투입하기 어려운 투수로 분류돼가고 있다. 선발 투수인 SSG 타케다 쇼타도 2차례 2군에 다녀왔다. 6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 8.14를 기록 중이다. 김광현과 화이트까지 부상으로 빠진 SSG 선발 마운드에 보강 효과를 주진 못하고 있다.

아시아쿼터 교체 가능성이 벌써 거론되는 선수들이다. 다만 외인 선수 풀과 마찬가지로 아시아쿼터 역시 눈에 띄는 선수를 찾기는 쉽지가 않다. 한 구단 관계자는 “리스트업은 하고 있지만 시즌 중 1회밖에 교체할 수 없는 터라 모든 구단이 선뜻 바꾸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나뉘기 시작한 이 갈림길이 계속 같은 방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대형 SPOTV 해설위원은 “웰스와 왕옌청은 팀 상황을 떠나 개인 투구만 봐도 잘 하고 있다. 일본독립리그에서 뛰다 NPB 가서 평정하는 사례처럼, 우리 리그에 맞는 유형일 수 있다”며 “다만 아시아쿼터 선수들에게 붙는 가장 큰 물음표는 최근 몇 년 간 KBO리그 같은 장기 레이스를 소화한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그걸 뛰어넘을 수 있다면 내년 이후에도 더 좋아질 수 있겠지만, 그런 점에서 조금은 더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했다.

키움 마무리 카나쿠보 유토가 투구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 마무리 카나쿠보 유토가 투구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아시아쿼터가 도입되면서 구단들에게는 전력 보강을 위한 옵션이 늘었다.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 또한 각 구단의 역량이다. 아직은 선수별 성공여부를 판단하기 이르지만, 갖가지 변수가 돌출하는 페넌트레이스에서 경기를 치러갈수록 아시아쿼터의 존재감은 분명히 확대되고 있다.

이대형 위원은 “기본적으로 원투펀치급 성적은 외국인선수로 계약한 선수들이 내줘야 한다. 쉽게 풀면, 국내 선수로는 어려운 자리를 메우기 위해 좀 부족한 느낌이 있어도 영입하는 것이 아시아쿼터다. 그래서 어쩌면 외국인선수보다 아시아쿼터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며 “시즌 초반에는 부상 선수가 늘 많이 나온다. 구단들이 모두 신중하게 뽑았겠지만 앞으로 아시아쿼터는 더욱 잘 뽑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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