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안치홍이 10일 고척 KT전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을 치고 동료들이 쏟은 물에 흠뻑 젖어 들어오자 서건창(오른쪽)이 끌어안고 기뻐하며 맞아주고 있다. 구단 제공
KT전 데뷔 첫 끝내기 그랜드슬램
안치홍, 키움 5연패 탈출 시키고 고척 뒤집어
KIA·롯데·한화 거쳐 네번째 입은 유니폼
‘내코가 석자’라지만 유격수 알바도 흔쾌히
최하위 팀 처음이지만 나부터 잘해야
안치홍(36·키움)은 지난 1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T전에서 데뷔후 처음으로 끝내기 만루홈런을 쳤다. 1-1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에서 좌중월 홈런을 치며 5-1로 승부를 끝내고 키움의 5연패도 끝냈다. 올시즌 타율 0.294에 3홈런 13타점 13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04로 키움에서 가장 잘 치는 안치홍은 리그 최저 득점의 키움 타선을 끌어가고 있다.
올해 탈꼴찌가 목표인 키움은 여전히 꼴찌다. 한때 KIA 통합우승 주역이기도 했던 안치홍도 가을야구에 나간 것은 2018년이 마지막이지만, 최하위 팀에서 야구하는 것은 처음이다.
팀의 연패를 끝낸 안치홍은 “팀이 이기지 못하는 데 있어 고참이기 때문에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무엇보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경기에서 계속 지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안치홍은 KIA, 롯데, 한화를 거쳤다. 2009년 KIA에서 데뷔하자마자 주전 2루수를 차지한 뒤 3차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리그 정상급 내야수였다. 우승도 두 번 했다.
2020년 첫 FA로 롯데 이적해서도 활약을 펼쳤다. 롯데에서 4년 간 타율 0.292 40홈런 257타점 OPS 0.791을 기록했다. 이 기간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 전준우를 제외하고 안치홍보다 잘 친 타자는 없었다. 하지만 롯데에서 가을야구는 하지 못했다. 두번째 FA가 돼 한화로 옮긴 뒤 제동이 걸렸다. 잘 출발했지만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한화가 2위로 올라선 지난해 안치홍은 없었다. 여러가지로 상황이 꼬이기도 했다. 2군에 머물던 안치홍은 2차 드래프트 대상자로 나왔고 3년 연속 꼴찌를 한 키움의 1지명을 받았다.
2026년, 네번째 팀 키움에서 안치홍은 어릴 때처럼 야구하고 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한 이적 자체를 새 출발이자 기회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즌 전 안치홍은 내야 거의 전 포지션을 준비했다. 스프링캠프에는 1·2·3루용까지 글러브 3개를 가져갔다. 젊은 선수들이 가장 많은 키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역할을 각오했다. 현재는 내 자리가 있어 보여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을 이미 체험했기 때문이다.
안치홍은 “팀을 옮기면서 (내 성적에 대한) 기대, 목표 이런 건 아예 생각을 안 했다. 키움에 오게 된 계기부터가 2차 드래프트고, 내게는 없던 기회가 생긴 거라 생각했다. 나갈 수 있을 만큼 최대한, 팀에서 원하는 만큼 많이 뛰고 다 소화하겠다는 생각만 갖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난 9일에는 지명타자로 출전했다가 연장 11회 유격수로 이동했다. 경기 중 이동해 유격수로 선 것 자체가 KIA에서 뛰던 2010년 6월19일 문학 SK전에 이어 두번째였다. 동시에 같은 2루수 출신 서건창과 최주환이 3루와 2루로 각각 이동했다. 안치홍은 “캠프 때도 2루 외에는 3루와 1루 연습만 했고 유격수로는 갑자기 나간 거라 걱정은 돼도 즐기자 생각했는데 타구가 안 와 빨리 끝났다”라고 웃으며 “수비 나가서 서 있다가 옆(의 서건창, 최주환)을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 포인트가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서로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안치홍은 젊은 팀 키움에 30대 후반으로 향하며 입성했다. 아직 뭘 모르는 선수들로 가득한데 팀은 하염없이 처질 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무거운 책임감 따위, 지금 안치홍은 일단 미뤄두기로 했다. 안치홍은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이기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어린 선수들과 얘기도 많이 하고 있다. 극복해가려고 다같이 노력하고 있고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며 야구한다”라며 “다만 제 코가 석자다. 사실 나도 그냥 눈에 보이는대로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부터 잘 해야 후배들이 따라올 수있기도 하고, 그래서 책임감 느끼고 있기보다는 나부터 뭐든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KIA·롯데·한화시절 안치홍. 각 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