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안우진이 1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훈련 뒤 인터뷰를 마치고 미소짓고 있다. 김은진 기자
안우진(27·키움)은 지난 8일 고척 KT전에서 4이닝을 던졌다. 볼넷 2개가 있었지만 4피안타 무실점. 복귀 후 가장 많은 76개를 던진 안우진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호투였지만 팀은 지고말았다.
안우진은 지난해 8월 어깨 수술을 받았다. 2023년 9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다 회복했으나 어깨를 다쳐 다시 재활했다. 당초 예상 회복기간은 1년이었다. 올시즌 후반기에나 1군에 등판할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안우진은 놀라운 회복력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안우진은 “저도 지금 이렇게 빨리 던지고 있는 게 신기하다. 의사 선생님도 경기까지 던지려면 1년쯤, 8월에나 던질 수 있겠다고 하셨다.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고, 나를 좀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한 번도 중단이 없었던 점이다. 공을 잡기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스톱 하지 않고 순조롭게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재활 과정의 안우진은 과감하면서 영민하다. “물론 살짝 아플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게 지나가는 통증인지, 멈춰야 되는 통증인지는 스스로 알아서 구별해야 되는 것 같다. 던지고나서 뻐근하고 근육통도 있었지만 나는 그게 몸이 만들어지고 있는 신호니까 더 좋은 거라 생각했다. 3년 동안 야구를 안 했는데 근육통도 없이 전처럼 던지면 귀신 아닌가”라며 “최근 실전 나가서도 3이닝 던지고(4월24일 삼성전) 회복할 때보다 오히려 5이닝 던지고(2일 두산전) 회복할 때가 더 좋았다. 6일 쉬고 나갈 때보다 5일 쉬고 나갈 때가 더 좋았다. 이미 이 정도 적응은 했구나 확인돼서 기뻤다”라고 말했다.
키운 안우진이 4월 18일 KT전에서 힘껏 투구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제 투구 수를 늘려간다. 현재 80개 선에서 던지고 있다. 85개로, 90개로, 100개로 늘려가는 과정이다. 이미 5이닝 2실점(1자책)으로 2일 두산전에서는 복귀 첫 선발승도 거뒀다. 다만 모두가 안우진에게 기대하는 것은 전에 보여줬던 ‘에이스의 쾌투’다. 안우진은 입대 직전인 2022~2023년 최정점을 달리고 있었다. 2022년 30경기에서 196경기를 던져 224개 삼진을 잡아내며 평균자책 2.11로 15승(8패)을 거뒀다. 리그 외국인 에이스들 틈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 1위, 탈삼진 1위를 차지했다.
지금 키움에는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과거의 안우진 같은 선발 투수가 간절하다. 매우 일찍 복귀했고, 오버페이스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인 안우진은 ‘후반기’엔 그 100%가 되겠다고 약속한다. 안우진은 “후반기에는 가능할 것 같다. 막 던지고 싶긴 하지만 어깨 수술한 지 1년도 안 됐고 내년도 있으니 조심해서 일단 그 단계까지 가겠다. 그게 후반기에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100개 던질 수 있게 채워서 후반기에는 7이닝 이상 투구 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3년 만에 돌아온 안우진은 달라진 팀에도 적응 중이다. 과거의 키움은 가을야구 경쟁을 하는 팀이었다. 그러나 안우진이 수술받고 입대한 2023년 최하위로 떨어진 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올라오지 못했다. 올해도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어릴 때부터 한국시리즈만 4경기, 포스트시즌 총 20경기에 등판했던 안우진에게는 지금의 키움이 어색하다.
키움 안우진이 경기를 마친 뒤 포수 김건희를 격려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안우진은 “2023년 시즌 초반에 6~7위로 떨어졌을 때 이용규 선배님이 ‘우진아, 이거 어떡하냐’ 하셨을 때 ‘올라가겠죠. 저는 이 팀에서 가을야구를 못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말했다. 그 정도로 강한 분위기였다”며 “구성원이 많이 바뀌기도 했고 나 역시 더그아웃에서 정말 활기차게 응원하고 하이파이브 하고 후배들과 얘기도 많이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가을야구에 등판해본 선발 투수도 사실상 안우진뿐이다. 안우진은 “애들이 ‘형, 가을야구 해보면 어때요?’ 라고 막 물어본다. ‘진짜 재미있다. 완전히 다르다. 해봐야 안다’고, 호기심이라도 생기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대답한다. 가려면 이겨야 되니까”라고 말했다.
팀 이야기를 하던 안우진은 “그날 진짜 슬프고 눈물이 났다”며 선배 박병호의 은퇴식 이야기를 꺼냈다. ‘홈런왕’ 박병호는 미국 진출 이후 2018년 키움으로 돌아와 2021년까지 뛰었다. 2018년 입단한 안우진이 신인 때부터 같이 하면서 올려다보면 대선배다. 2022년부터 KT와 삼성에서 뛴 뒤 지난해 은퇴한 박병호의 뒤늦은 은퇴식이 지난 4월26일 고척 키움-삼성전에서 열렸다.
박병호(왼쪽)가 지난 4월24일 고척 삼성전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특별엔트리로 등록돼 출전, 오랜 동료 서건창과 인사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안우진은 “어릴 때 기억에 내가 가장 일찍 온다고 생각하고 와도 항상 (박병호) 선배님이 계셨다. 아무리 일찍 와도 항상 먼저 와 계셨다. 정말 솔선수범 하는 선배였다. 후배들이 잘못할 때는 진짜 엄하게 뭐라고도 하셨다. 사실 그때는 ‘이게 진짜 이렇게 혼날 일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때는 진짜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알 것 같다”며 “선배님이 여기까지 이렇게 보고 그러신 거구나 하는 생각이 언젠가부터 많이 들었다. 선배님이 계셨기에 진짜 긴장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은퇴식 때 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워낙 젊은 팀이다보니 1999년생인 안우진도 복귀하자 팀내에서 꽤 경험 많은 선배가 되어 있다. 박병호 선배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안우진은 3년 전 안우진과는 달라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안우진의 올해 목표에는 숫자가 없다. 처음과 끝이 있을뿐이다.
안우진은 “재활 등판도 1군에서 하고 있으니 팀에 승리를 많이 가져다줘야 하는데 이번(8일 KT전)처럼 4이닝 던지고 그러면 어렵다. 투구 수 올리는 단계지만 그래도 최대한 빠른 승부해서 5이닝 이상은 책임지는 투구를 해야 되겠다”며 “내 승리는 필요 없으니, 지금은 4~5이닝 던져도 확실하게 막아서 팀이 이기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는 통증 재발 안 하게 잘 관리해서 2026년 시즌을 끝까지 완주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