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정해영이 지난 10일 사직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직 | 김하진 기자
KIA 정해영. KIA 타이거즈 제공
4월 11일 말소, 4월 22일 등록. KIA 정해영은 이 기간 전후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2021시즌부터 KIA의 뒷문을 지키며 그 해 34세이브를 올린 정해영은 지난 시즌까지 148개의 세이브를 쌓아나갔다.
올 시즌에도 마무리 보직을 맡은 정해영은 시즌 초반 부진에 시달렸다. 4경기에서 2.2이닝 3안타 1홈런 4볼넷 5실점 평균자책 16.88이라는 성적을 받아들였고 결국 2군행 통보를 받았다.
퓨처스리그에서 재정비한 정해영은 2군 2경기에서 2이닝 1실점 평균자책 4.50을 기록한 뒤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정해영의 자리는 마무리가 아닌, 중간 계투였다. 그 자리는 성영탁이 대신하게 됐다.
정해영은 바뀐 자리에서도 제 역할을 했다. 복귀 후 7경기에서 9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NC전 그리고 지난 9일 롯데전에서는 멀티 이닝도 소화하며 팀의 허리를 든든하게 하고 있다.
이범호 KIA 감독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무리 투수를 했던 선수가 중간에 가서 던져준다는 게 쉽지는 않다. 다시 돌아왔을 때 흔쾌히 중간에서 열심히 다시 던져서 제 모습을 찾겠다는 말들이 정말 고마웠던 것 같다”라고 흐뭇해했다.
정해영은 최근 호투에 대해 “하체 밸런스 운동을 하고 2군에서 코치님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말들을 해주셨다”라며 “1군에 다시 올라올 때 이제 두 번은 내려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좀 독하게 마음을 먹고 온 게 아직은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켄 퓨처스 투수코치가 해 준 “너는 여기 있을 레벨의 투수가 아니다”라는 말이 큰 힘이 됐다. 정해영은 “투수로서 해야 될 기본적인 원칙에 대해 다시 돌이켜봤다. 베이스 커버부터, 카운트 싸움까지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이기 위한 훈련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정해영은 “내가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던 공들이 한두 개 정도 볼이 됐다. 그러다 보니 스트라이크존 안쪽을 보게 됐고 그쪽으로 공이 들어가면 맞아 나갔다. 그게 아니면 볼이 되어버리다 보니까 나도 혼란이 오면서 위축이 됐고, 공도 높이 뜨게 됐던 것 같다”고 돌이켜봤다. 그러면서 “2군에서는 타겟 자체를 좀 낮게 설정하고 투구한 게 이제 내가 카운트 싸움을 하게 할 수 있게 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돌아왔을 때 마무리 보직이 아닌 중간 계투로서 자리를 받아들이게 된 것도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정해영은 “나도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런데 냉정하게 봤을 때 (성)영탁이 워낙 잘하고 있고 내가 욕심을 낸다는 건 손해라고 생각했다”라며 “나도 만약 오자마자 9회로 갔으면 조금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힘으로 증명을 하면서 올라가야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스스로가 정한 ‘증명’의 기준이 있다. 현재 구위를 유지하면서 실투를 더 줄이는 것이다. 정해영은 “지금은 여기서 더 구위를 올리려고 하기보다는 실투를 안 던지게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실투가 안 나올 수는 없겠지만, 나오더라도 파울로 연결되려고 하면 구위가 올라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실투가 정타로 연결되기보다는, 파울로 나오고 있어서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해영은 최연소 150세이브까지 하나의 세이브를 남겨두고 있다. 기존 기록은 은퇴한 오승환이 26세9개월20일에 달성했다. 정해영은 “주변에서 많이 언급한다. 그런데 지금 내 역할은 9회가 아니다.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을까. 그래서 그 기회가 올 때까지 잘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일단 정해영이 생각하는 건 “무조건 막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7회든, 8회든, 9회든 언제 나가든지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타자와 싸워서 이기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의 힘든 시간이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는 웃으며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 정해영은 “계속 이렇게 ‘밥값’을 했으면 좋겠다. 나에 대한 기준치가 높다는 걸 알아서 그동안 미안한 마음이 컸다.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거기에 부응하고 싶다”며 마음을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