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첫 방송되는 ENA 숏드라마 연출 서바이벌 ‘디렉터스 아레나’ 포스터. 사진 ENA
한국 사람들은 재주가 많다.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끼를 내보이는 일을 주저하지 않고, 경쟁에도 진심이다. 이 경쟁에서 나오는 각자의 사연 그리고 각자의 드라마에 열광하는 대중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 그중에서도 서바이벌 형태의 프로그램이 쉬지 않고 나오는 데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2009년 엠넷 ‘슈퍼스타K’가 히트를 치면서, 전국이 ‘전국노래자랑’ 이후 처음으로 노래만으로 들썩이던 시절 이후 대한민국의 서바이벌 또는 오디션으로 불리던 형식의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존재했다. 이 소재가 때로는 힙합, 춤, 트로트로 변주되고 음악 외의 인플루언서, 야외에서의 생존, 연애에서의 생존 등으로 확장됐지만 경쟁을 통해 긴장감과 재미를 준다는 명제는 굳건했다.
이제 그 소재가 더욱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 기획되고 방송을 시작하고, 화제가 된 프로그램들은 그러한 경향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점사, 가짜 뉴스를 넘어서 연출의 역량까지도 서바이벌의 대상이 됐다.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베팅 온 팩트’ 포스터. 사진 웨이브
ENA는 오는 15일부터 새로운 형식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디렉터스 아레나’를 방송한다. 프로그램은 배우, 크리에이터, 아티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참가자들이 직접 숏드라마를 기획하고 연출해 경쟁한다. 참가자들은 제한된 러닝 타임 안에서 자신만의 연출과 스토리텔링의 역량을 선보여, 최근 대세가 되는 숏폼 콘텐츠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영상 문법을 선보인다.
참가한 연출자들을 도울 패널로는 천만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을 비롯해 배우 차태현,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 그리고 개그우먼 장도연 등이 출연한다. 또한 이미 참가자들로는 ‘90만 유튜버’ 개그맨 조충현, ‘나 혼자 산다’ 등 예능에서도 활약한 배우 이주승, ‘멜로가 체질’에서 PD 역으로 인상을 남겼던 배우 이유진 등이 공개됐다.
연출의 영역까지 서바이벌의 무대에 올려놓은 지금의 프로그램 중 또 하나 눈여겨볼 작품은 지난 8일까지 마지막회를 공개한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베팅 온 팩트’도 있다. ‘리얼리티 뉴스 게임쇼’를 표방한 프로그램은 요즘 사회적인 이슈 중의 하나인 ‘가짜뉴스’를 소재로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생활하며 뉴스의 진위를 가리는 형식이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예능 ‘운명전쟁 49’ 포스터.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장동민, 이용진, 정영진 등 예능인뿐 아니라 진중권 등 학자, 예원, 박성민, 강전애 등이 출연한 프로그램은 결국 심리 추리, 사회적 추론의 능력을 평가하는 서바이벌로 이런 분야에 특화돼 있던 장동민의 우승으로 끝났다. 개별적 뉴스의 진위를 가리는 미션부터, 무리를 이뤄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상황까지 주어진 프로그램은 연합뉴스, 오마이뉴스 등 기성언론의 팩트체크 부서들이 참여해 신뢰도를 높이는 등 서바이벌의 새 지평을 열었다.
정반대의 영역에서 화제가 된 프로그램도 있었다. 지난 3월까지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운명전쟁 49’는 ‘베팅 온 팩트’가 다루는 진실의 영역과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운명과 미신의 영역을 다뤘다. 무당, 타로이스트, 관상가, 사주철학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을 다루는 운명술사들이 모여 서바이벌을 벌였다.
넷플릭스에서 공개 예정인 오리지널 예능 ‘데블스 플랜 3’ 티저 이미지. 사진 넷플릭스
소재에 의한 특징 때문에 자극적인 사건들을 다뤄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운명술사들의 점사 영역까지 서바이벌 무대에 올려놓을 수 있음은 향후 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소재에 있어 금기를 깰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웨이브 ‘피의 게임’ 스핀오프와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시즌 2’,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시즌 3’ 등 하반기에는 기존 인기 시리즈의 심화편으로 돌아온다. 깊이도 깊어지고 너비도 넓어지는 서바이벌의 세계는 올해 방송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를 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