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만났습니다(4)

조규성 “(오)현규랑 투톱도 재밌지 않을까요?”

입력 : 2026.05.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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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성이 지난달 덴마크 헤르닝의 미트윌란 훈련장에서 기자와 만나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긴 머리를 휘날렸던 그는 말끔해진 헤어 스타일로 변신했다. 헤르닝 | 황민국 기자

조규성이 지난달 덴마크 헤르닝의 미트윌란 훈련장에서 기자와 만나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긴 머리를 휘날렸던 그는 말끔해진 헤어 스타일로 변신했다. 헤르닝 | 황민국 기자

“군대에선 서로 욕심이 많았는데…”

지난달 덴마크 헤르닝의 미트윌란 훈련장에서 만난 국가대표 골잡이 조규성(28·미트윌란)은 여유와 단단함이 공존했다. 눈앞으로 다가온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오현규(25·베식타시)와의 경쟁을 묻는 말에 “꼭 경쟁해야 하나요? 같이 뛸 수도 있잖아요”라며 슬며시 웃었다.

4년 전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장 빛났던 조규성은 ‘주연’에 욕심내지 않는 듯했다. 한국 축구의 승리가 우선인 시기, 기꺼이 동료의 조력자가 될 준비가 됐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그라운드를 누빈다는 사실에 행복해진 선수라 가능한 얘기다.

“4년 전에는 제가 너무 어렸습니다. 지금도 어리다고 생각합니다. 다행이라면 마음가짐도 ‘초심’에 가깝다는 겁니다. 축구 선수로 하루하루 뛴다는 사실에 행복합니다. 월드컵도 마찬가지죠. 현규와 투톱이 왜 안 되겠어요?”

■군대에서 실패한 투톱, 월드컵은 다르겠죠?

조규성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탄생한 ‘신데렐라’였다. 조규성은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2-3 패)에서 두 골을 책임졌다. 한국 축구 선수가 월드컵 한 경기에서 멀티 골을 넣은 것은 조규성이 처음이다. 당시 등번호도 없던 예비 멤버였던 오현규는 튀르키예에서 이번 시즌 8골로 맹활약하며 조규성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했다.

조규성은 “군 복무(김천 상무)를 같이했던 현규는 재능이 뛰어나고, 늘 성실하게 훈련해 ‘얘는 무조건 크게 된다’고 생각했다”며 “가진 것도 많다. 스피드와 힘, 저돌적인 플레이까지 나보다 한 수 위지만, 그래도 페널티지역 안에서의 움직임과 마무리는 내가 더 자신 있다”고 말했다. 페널티지역 밖에서는 오현규가, 안에서는 자신이 낫다는 얘기다.

경쟁 상대인 두 선수가 서로의 장점을 녹여낼 수 있다면 북중미 월드컵에서 16강 이상도 기대할 수 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선택에 따라 공존도 가능하다. 두 선수는 2021~2022년 김천 상무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투톱으로 뛴 적이 있다.

“우리 둘이 투톱을 뛸 때는 재밌었다”고 떠올린 조규성은 “사실 그때는 서로 욕심이 많았다. 0-0으로 비기고 있을 때도 서로 찬스만 나면 슈팅을 욕심냈다. 현규에게 ‘1골은 먼저 만들고 욕심내자’고 해놓고 정작 내가 패스 대신 슈팅을 했던 적도 있다”고 껄껄 웃었다.

세월이 흘렀기에 이젠 달라졌을까. 조규성은 “마침 3월 오스트리아와의 평가전(0-1 패)에서 현규에게 그때 기억도 나서 ‘대표팀에서 투톱으로 들어가면 이번엔 잘해보자’고 얘기했다”며 “서로 투톱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투톱으로 뛸 기회는 없었다”고 말했다.

조규성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전 골 세리머니 | 대한축구협회 제공

조규성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전 골 세리머니 | 대한축구협회 제공

■“뛰는 것만으로 감사해”

조규성이 유연한 마음가짐을 갖게 된 데에는 덴마크에서 겪은 시련이 컸다. 조규성은 월드컵이 끝난 뒤인 2023년 7월 덴마크에 진출한 첫해 13골을 넣으며 우승컵까지 들어 올렸다. 그러나 시즌이 끝난 뒤인 2024년 5월 이탈리아에서 받은 무릎 수술이 화를 불렀다. 재활 과정에서 무릎의 물을 빼다가 박테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규성이 축구 선수로 복귀전에 나설 때까지 걸린 시간만 448일. 다시 골 맛을 보는 데에는 493일이 필요했다. 그 사이 몸무게가 12㎏이나 빠지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꾸준한 훈련으로 근육 10㎏을 늘리며 몸을 다시 빚었다.

“병원에 누워 있을 땐 통증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1년 넘게 고생하다가 소속팀에서 첫 경기를 뛰는 순간 ‘그래, 이걸 위해 사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에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물려받았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축구 선수로서 몸도 마음도 강해진 조규성은 이번 시즌 41경기에서 7골을 넣었다. 특유의 페널티지역 해결사 면모는 여전했다. 몸싸움이 거친 덴마크 특유의 투박한 축구에서도 하늘 높이 솟구치는 공중볼 플레이로 상대를 압도했다. 다만 예년보다 수비 비중이 늘어나 골이 줄어든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 에이전트는 최전방에서 수비 지역까지 내려와 상대를 틀어막는 조규성을 보고 “도대체 진짜 포지션이 뭐냐”고 물었을 정도다.

그러나 조규성은 “공격할 때는 공격수고, 수비할 때는 수비수도 될 수 있다”며 “복귀 시즌이라 20경기만 뛰어도 만족한다고 생각했는데 더 많은 걸 이뤘다. 이제 월드컵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마침 6월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한국이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르는 체코는 조규성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상대다. 체코는 이번 월드컵 최종 플레이오프에서 덴마크를 꺾고 20년 만에 본선에 올랐다. 평균 신장 186㎝의 장신 선수들을 상대하려면 조규성이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제 몫을 해내야 한다.

조규성은 “덴마크 친구들이 올라왔다면 첫 경기에서 꺾고 놀려주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체코는 기본적으로 덴마크와 비슷한 롱볼 위주의 축구를 할 것 같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반대로 패스 위주의 축구라고 들었다. 멕시코는 한 번 만나봤는데 기술이 좋은 상대”라고 말했다.

조규성의 어깨는 최근 식어버린 축구 열기만큼 더욱 무거워졌다. 조규성은 국내에서 열린 A매치 복귀전이었던 지난해 10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텅 빈 서울월드컵경기장(관중 2만2206명)을 잊지 못한다. 한국 축구는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출정식 없이 사전 캠프가 열리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로 곧장 떠난다. 월드컵이 열리는 멕시코 현지 고지대 적응을 위한 선택이지만, 최근 한국 축구의 인기가 떨어진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조규성은 “팬이 많이 줄었더라고요. 뉴스로만 봤던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이번 월드컵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감독님이 기회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발이 아닐 수도 있지만, 동료들이 페널티지역에서 기회만 만들어준다면 제가 해결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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