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악마는 광고주를 업는다

입력 : 2026.05.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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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포스터.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포스터.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주연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에 출연한 두 배우는 개봉 전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20년 만에 속편을 내는 이유에 대해 “지금이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2006년 앤디(앤 해서웨이)가 ‘런웨이’에 입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1편 이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1편이 가벼운 칙 릿(Chick Lit·직장생활을 하는 20~30대 여성을 목표로 잡은 문학작품)의 느낌을 주며 주인공, 특히 앤디의 성장을 다뤘다면 2편은 본격적으로 이들이 맞닥뜨리는 업계의 변화와 관리자로서의 고통, 번민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언론계에 있는 기자들이라면 초중반 영화에 나오는 대사들이 가슴에 콕콕 박히는 경험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시작부터 탐사보도매체 ‘뱅가드’에서 일하던 앤디가 동료들과 함께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축하를 받아야 할 장소는 초상집으로 변하고, 앤디는 수상소감에서 ‘저널리즘’이 필요함을 처절하게 역설한다. 그는 결국 잘못된 협업으로 업계에서 위기를 맞이한 전 소속매체 ‘런웨이’의 고위급들의 아이디어로 기획 에디터로서 20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돌아온 앤디 앞에 펼쳐진 ‘런웨이’의 모습은 예전과는 달랐다. 견고하고 화려한 치장으로 시골뜨기 앤디가 어떻게 해도 변할 거 같지 않던 패션의 철옹성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고주들은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에게 대놓고 면박을 주고, 미란다는 이에 순응한다. 앤디는 사과문을 시작으로 신박하게 복귀를 알리지만 그룹의 대표 어브(티버 펠드먼)는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면박을 준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한 명품 브랜드 미팅을 하고 나오는 자리에서 “왜 그들의 조건을 다 받아주냐”는 앤디의 항의에 미란다는 “그들이 없으면 우리도 없어”라고 말한다. 광고주에 업혀있는 지금 언론매체의 근본적인 입지는 이 영화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축약했다. 결국 지금의 저널리즘은 ‘어떻게 썼냐’보다는 ‘얼마나 읽히냐’의 전장에 내몰려 있는 셈이다. 앤디는 나름 자신만의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고 미란다의 눈에도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런웨이’에 큰 풍파가 일어나고 앤디와 미란다는 다시 한번 격랑에 내몰린다. 이 과정에서 과거 미란다의 비서였다가 명품 브랜드 ‘디올’의 중역으로 가 있는 에밀리(에밀리 블런트)가 복수를 위해 ‘런웨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미란다와 앤디는 벼랑 끝에 내몰린다. 탐사 저널리즘과 패션의 정수, 두 사람의 결은 달랐지만 ‘런웨이’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전통을 지키는 데 있어서 그들은 한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기자로서 지금의 언론인이 모두 내몰려 있는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하루 쏟아지는 기사들은 매체의 내부에서는 조회수라는 척도로 손쉽게 그 가치를 잴 수 있다. 어떤 기사에 어떤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있는지는 쉽게 알 수 없지만,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기사를 읽었는지는 알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매체와 기사들은 그 조회수에 쉽게 경도된다.

결국 그 조회수의 끝에는 광고 그리고 수익이 있다. 명품 브랜드의 관계자 앞에서 쩔쩔매며 ‘악마’의 별명이 무색한 미란다의 상황과 지금의 전 세계 기자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거기다 매체환경은 ‘런웨이’ 같은 지면 매체에는 더 안 좋게 돌아간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매체보다는 영상매체, 영상매체보다는 활자매체에 이 환경변화의 파고는 더욱 큰 장애물과 시련이 돼 다가온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한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물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속 주인공들의 시련은 어떻게든 정리되고, 두 사람은 한 단계 더 발전된 미래를 위해 나아간다. 하지만 현실 속 기자들, 그리고 많은 매체들의 미래가 그러리라고 단언할 수 없다. 여기서 픽션과 현실의 냉혹한 판가름이 시작되는 것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화려함 그리고 업계의 비정함에 롤러코스터를 타던 감정이 현실로 나오면 더욱 팍팍해지는 건 현실은 이 두 주인공처럼 마음대로 재단할 수 없다는 일종의 ‘무력감’ 때문이기도 하다.

불과 몇 년이 지나면 ‘런웨이’에서 거둔 이 둘의 성공신화는 책에서나 볼 법한 ‘불가능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3’는 그 시기가 언제 나올지 또 한 번 긴 고민을 시작하게 한다. 아무래도 그때는 모든 인쇄매체가 절멸의 위기에 처한 더욱 냉혹한 시절이 되지 않을까 스스로도 모르게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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