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에 대한 뜨거운 각오, 열띤 응원…악몽 같았던 지소연의 ‘PK 실축’, 승리의 여신은 수원FC를 외면했다

입력 : 2026.05.2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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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 수원FC의 지소연이 동점 찬스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수원 | 연합뉴스

20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 수원FC의 지소연이 동점 찬스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수원 | 연합뉴스

거센 비바람 속에서 진행된 치열한 경기가 끝나고, 지소연(수원FC위민)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쥔 채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었다. 누구보다 이기고 싶었는데, 하필 하늘은 그에게 크나큰 ‘시련’을 안겼다. 한국 여자축구의 전설 지소연의 축구 인생에 있어 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 여자 클럽팀간 남북 대결은 ‘악몽’으로 끝이 났다.

수원FC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과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에서 1-2 역전패를 당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 경기는 여자 축구 클럽팀 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벌어지는 남북 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북한 선수들이 한국에서 열린 스포츠 대회에 출전한 것도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 파이널스에 차효심이 장우진(세아)과 호흡을 맞춰 혼합복식에 출전한 이후 8년 만이었다.

20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 수원 지소연이 공을 몰고 있다. 수원 | 연합뉴스

20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 수원 지소연이 공을 몰고 있다. 수원 | 연합뉴스

다만, 그 관심이 수원FC가 아닌 내고향 쪽으로 몰린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부터 19일 기자회견 및 훈련을 할 때까지 온통 관심이 내고향에 집중됐다. 심지어 당초 내고향과 같은 숙소를 배정받았던 수원FC는 내고향 측에서 자신들이 사용하는 층의 위층과 아래층을 모두 비워줄 것으로 요구하며 수원FC의 투숙에 민감한 반응을 드러내자 결국 자신들이 숙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억울함도 겪어야 했다.

분명 홈에서 열리는 대회임에도 홈팀 같지 않은 분위기는 수원FC 선수들에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심었다. 주장인 지소연이 특히 그랬다. 지소연은 경기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상대가 욕하면 우리도 욕하고, 발로 차면 같이 발로 차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강한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수원FC를 응원하는 응원단도 열띤 응원전으로 선수들과 함께 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통일부의 지원으로 꾸려진 3000여명의 남북 공동응원단이 자리했다. 원정 응원석에 앉은 수원FC 응원단은 수원FC 깃발과 태극기를 흔들며 목소리를 높여 응원했다. 반면 공동응원단 측에서는 ‘조선 내고향 여자축구단 방한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경기 초반 “내고향, 내고향”을 외치며 응원했으나 이후에는 잠잠했다.

내고향을 응원하는 남북공동응원단이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를 앞두고 응원하고 있다. 수원 | 윤은용 기자

내고향을 응원하는 남북공동응원단이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를 앞두고 응원하고 있다. 수원 | 윤은용 기자

수원FC위민 응원단이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를 앞두고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수원 | 윤은용 기자

수원FC위민 응원단이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를 앞두고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수원 | 윤은용 기자

수원FC가 슈팅 수에서 10-1로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전반전이 끝난 후 양팀 응원단의 온도차는 더욱 심해졌다. 수원FC 응원단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더욱 목소리를 높여 응원가를 부른 반면, 공동응원단 측은 다수의 인원이 자리를 비워 텅빈 곳이 눈에 띌 정도로 많아졌다.

후반 시작 4분 만에 수원FC 하루히의 선제골이 터지자 수원FC 응원단의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하지만 후반 10분 최금옥의 동점골, 12분 김경영의 역전골이 터지면서 전세가 뒤집히자 수원FC 선수들의 페이스가 급격하게 처지기 시작했다. 북한 선수들의 플레이는 점점 거칠어졌고, 수원FC 선수들도 뒤지지 않고 맞서 싸웠으나 체력의 한계가 다가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런 상황에서 후반 30분 수원FC에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내고향 박예경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원FC 전민지를 걸어 넘어뜨렸고, 비디오판독(VAR) 끝에 파울이 선언되면서 수원FC가 페널티킥을 따냈다.

20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 수원FC의 아야카 니시카와와 내고향의 리유정이 몸싸움을 벌이며 볼을 다투고 있다. 수원 | 연합뉴스

20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 수원FC의 아야카 니시카와와 내고향의 리유정이 몸싸움을 벌이며 볼을 다투고 있다. 수원 | 연합뉴스

그리고 키커로 지소연이 나섰다. 그런데 긴장한 탓이었는지, 아니면 비가 와서였는지 지소연의 킥은 방향은 좋았으나 골대를 빗나갔다. 페널티킥을 실패하는 순간 지소연은 그대로 주저앉아 충격에 휩싸였다.

이 페널티킥의 실패로 수원FC는 더욱 분위기가 처졌다. 그리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더이상의 반등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지소연은 차가운 빗줄기 속에 다시 앉아 눈물을 쏟아냈다.

패배가 분한 것은 비단 선수들 뿐만이 아니었다. 박길영 수원FC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응원해준 팬들한테 너무 죄송스럽다.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다”며 울먹였다.

20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에서 수원FC 위민에 승리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경기 후 환호하고 있다. 수원 | 연합뉴스

20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에서 수원FC 위민에 승리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경기 후 환호하고 있다. 수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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