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박해수 “나를 깨 내려고 했죠…코미디 꼭 하고파”

입력 : 2026.05.28 14:31 수정 : 2026.05.2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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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강태주 역을 연기한 배우 박해수. 사진 BH엔터테인먼트

ENA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강태주 역을 연기한 배우 박해수. 사진 BH엔터테인먼트

“하…. 아… 기훈이형!” (오징어 게임)

“식사는 잡쉈어?” (수리남)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배우 박해수는 동년배 배우 중에서도 훌륭한 커리어를 일궈가고 있는 이 중 하나다. 2017년 신원호 감독의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시작으로 넷플릭스에서만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수리남’ 등의 시리즈를 히트시켰다. ‘사냥의 시간’ ‘야차’ 등 넷플릭스 영화도 출연했다.

ENA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강태주 역을 연기한 배우 박해수. 사진 BH엔터테인먼트

ENA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강태주 역을 연기한 배우 박해수.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이렇게 뚜렷한 대사가 회자한다는 점. 많은 작품에서 출연한다는 점 등 박해수를 배우로서 부러워할 이들도 많을 터였지만, 박해수는 왠지 마음이 무거웠다. 뭔가 스스로가 규정한 틀을 깨 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후한 외모에 목소리 톤, 정확한 대사 전달력을 넘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만한 무언가가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배우들은 매 순간 고민을 합니다. 연기적으로 스스로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이 있었어요. 드라마에서 기능적인 캐릭터를 하고 있지만, 뭔가 더 다음 단계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품 전에 스터디 모임을 꾸렸습니다. 함께 나오는 (이)희준이 형도 함께했어요. 즉흥 연기도 하고 대본도 공부하면서 저를 깨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최근 막을 내린 ENA의 드라마 ‘허수아비’다. 박해수는 ‘허수아비’에서 사건의 진실을 좇지만 결국 사건을 묻은 원인의 한 사람이 되고만 형사 출신 프로파일러 강태주 역을 맡았다. 1988년 형사에서 2019년 노년의 프로파일러까지 시간을 넘나들고, 선인인지 악인인지 모를 캐릭터를 넘나든다. 스스로도 기능적인 연기에서 새로운 경지로 가는 경계선에 서 있었다.

ENA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강태주 역을 연기한 배우 박해수 출연장면. 사진 KT스튜디오 지니

ENA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강태주 역을 연기한 배우 박해수 출연장면. 사진 KT스튜디오 지니

“‘화성연쇄살인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하는 작품이었어요. 시작점에서는 무서움도 있었죠. 30년의 시간, 완성형이 아닌 형사의 서사. 하지만 도전의식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감독님과 작가님의 기획 의도와 대본이 좋았고, 희준이 형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모든 스태프들이 정말 혼신의 노력을 하는 모습도 촬영할 때마다 힘을 줬던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는 이미 봉준호 감독의 2003년 작 ‘살인의 추억’이 있다. 당시 영화는 500만 관객을 넘긴 2000년대 한국영화의 수작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이춘재라는 진범이 잡힌 상태지만, 영화가 나올 당시에는 미제사건이었다. ‘살인의 추억’ 23년 후. 이제 범인이 드러난 사건을 다루는 드라마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 집중하기보다, 왜 범인을 잡을 수 없었는지에 조금 더 집중한다.

“부담감이 없을 수 없었죠. 그래서 더욱 열심히 본보기로 삼았습니다. 너무 잘 만들어진 영화잖아요. 감독님께서도 작품이 말하는 시점이 현재이니, 미지의 범인을 쫓기보다 잡힌 범인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에 집중하자고 하셨어요. 2019년을 배경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이들이 재심을 받는 장면들도 그래서 들어가게 됐죠. 강태주를 통해서는 부끄러움을 인정하는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ENA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강태주 역을 연기한 배우 박해수 출연장면. 사진 KT스튜디오 지니

ENA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강태주 역을 연기한 배우 박해수 출연장면. 사진 KT스튜디오 지니

이희준과는 ‘푸른바다의 전설’을 시작으로 ‘카마이라’ ‘악연’ 등에 이어 네 번째로 함께 했다. 1988년 극의 배경이 된 해남의 논밭에서 두 사람은 일찍부터 만나 쉼없이 대사 연습을 했다. 서로를 100% 믿는 사이에서는 순간순간 서로도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의 에너지가 튀어나왔다. 박해수 스스로도 모니터를 하며 “내가 저런 표정을 지었었나” 싶을 정도로, 순간적인 몰입이 인상을 만드는 장면이 있었다. 이런 장면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는 것. 이를 통해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큰 수확이다.

“특히 어머님은 저희 작품을 보고 우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강태주라는 인물보다는 당시 청년들의 비통함을 아셨던 것 같아요. 부모님의 영향으로 건강한 몸이 있고, 치우치지 않는 마음이 있었죠. 겸손인지 모르지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은 마음에 믿음직스러운 인물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애매하게, 묘하게 욕망이 드러나는 그런 인물도 있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모두 무거웠다는 측면에서 변신의 갈증이 있기도 하다. 마치 얼마 전 나와 화제가 된 ‘SNL 코리아’에서의 연기처럼, 한없이 가볍고 지질한 박해수의 모습을 볼 수도 있을 터였다. 그는 내심 그 변신을 바라는 것 같았다.

ENA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강태주 역을 연기한 배우 박해수. 사진 BH엔터테인먼트

ENA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강태주 역을 연기한 배우 박해수.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예전 ‘슬기로운 감빵생활’ 신원호 감독님도 ‘해수는 코미디를 해야 해’라고 해주시곤 했습니다. 다른 선배님들께서도 180도 달라지는 건 좋은 게 아닐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단 5분, 단 3분이 꺾여도 된다고 하셨죠. 한없이 웃긴, 블랙코미디도 해보고 싶고, 가볍고 촌스러운 인물도 해보고 싶어요. 아직 진중한 작품을 한다는 건 할 게 남아있다는 생각도 들죠. 어쨌든 언젠가는 꼭 할 겁니다.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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