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보영. BH 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박보영은 스스로를 “버티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매 순간 번아웃과 매너리즘이 찾아오지만, 결국 오늘을 버텨낸 하루들이 쌓여 지금의 20년을 만들었다고 했다.
28일 스포츠경향이 서울 종로구 북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영은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작품 이야기가 시작되자 눈빛은 달라졌다. 디즈니+ 시리즈 ‘골드랜드’ 속 희주처럼,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버텨온 배우의 얼굴이었다.
■ “‘골드랜드’로 어둠의 끝 찍었죠”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막막함이 앞섰다. 박보영은 “대본을 읽을 때 항상 나를 인물에 대입해 보는데, 희주는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끌린 건 장르물이 주는 신선함과 감독의 한마디였다.
“이런 거친 장르에서 여성 캐릭터가 중심을 잡는 게 흔치 않잖아요. ‘이런 작품을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금괴를 돌려줄 것 같이 생긴 애가 안 돌려줄 때 오는 짜릿함이 있지 않겠냐’고요. 그 한마디에 완전히 설득 당했죠”
이번 선택에는 박보영의 달라진 작품관도 영향을 미쳤다. ‘뽀블리’답게 한때 로맨틱 코미디가 ‘최애’였던 박보영은 시간이 지나면서 배우로서의 욕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로맨틱 코미디가 제일 재밌고 익숙해서 그런 작품들을 많이 선택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야가 조금씩 넓어져서 다른 결의 작품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음이 아픈 사람들, 사회적 문제들에 관심이 생기면서 최근 3~4년은 메시지가 있는 작품들이 끌렸어요”
다만 ‘골드랜드’까지 치열하게 달려온 만큼, 차기작은 가볍고 즐거운 작품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전했다.
“‘희망을 얻었다’는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너무 뿌듯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뭐라고 메시지를 주지?’라는 생각도 들어요. ‘골드랜드’로 어둠의 끝을 찍었으니 이제는 가볍고 재밌는 작품을 할 때가 됐죠”
■ “‘골드랜드’ 액션? 열심히 잘 맞았죠”
박보영에게 이번 작품은 단순한 장르 도전 이상의 의미였다. ‘골드랜드’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한 번쯤은 낯선 얼굴이 모니터에 보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3kg을 감량했고,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저는 1kg도 정말 힘들게 빠지는 사람이라, 촬영하는 동안 실제로 기운이 없는 상태였어요. ‘저전력 모드’로 살았는데 뒷부분 촬영에는 오히려 도움이 됐어요. 처음엔 민낯이 부담스러웠는데 분장 시간이 줄어드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나중에는 얼굴에 때가 묻고 꼬질하게 나오는 게 오히려 편했어요”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을 구르던 희주의 모습에 마음 아파하는 팬들도 많았다. 하지만 박보영은 오히려 그런 반응을 원했다고 했다.
“제 액션은 멋있게 합을 맞추는 액션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사투 느낌이었어요. 최대한 많이 맞아야 희주가 더 안쓰럽고 절박하게 보일 것 같아서 열심히 맞았죠”
배우 박보영. BH 엔터테인먼트 제공.
■ “앞으로의 20년도 박보영대로 잘 버틸게요”
‘골드랜드’ 속 희주가 끝까지 살아남아 금괴를 쟁취했듯, 박보영 역시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포기하기보다는 “오늘을 잘 살아가자”라는 마음으로 지난 20년을 달려왔던 그다.
“친구들이랑도 자주 하는 말인데 결국 자기 방식대로 살아남고 버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인생이 어떻게 순탄하기만 하겠어요. 저도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고, 그때마다 그냥 ‘모르겠다, 버티자’ 하다 보니 어느새 20년이 되어 있었어요.”
말간 얼굴로 사랑스러운 청춘을 연기한 박보영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미지의 서울’, 그리고 ‘골드랜드’를 지나며 상처 입고 흔들리는 사람들도 끌어안는 배우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이면엔 매너리즘과 번아웃이 늘 함께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매번, 매 순간이 고비였어요. 작품을 하면서도 ‘나 또 비슷한 연기하는 것 같은데?’, ‘나 지금 기계적으로 하고 있는데?’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근데 어떡해요, 그냥 해내야지. 이번 작품을 잘 해내야 다음이 있는 거고, 이번 작품을 잘하려면 오늘 최선을 다해야죠. 진짜 죽을 것처럼 힘든 날에도 자기 전에 꼭 스스로한테 물어봐요. ‘오늘 최선을 다했나?’ 그렇게 하루하루 버틴 것들이 쌓여서 여기까지 왔어요”
박보영을 버티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은 시청자들의 진심 어린 피드백이었다. “팬분들이 제 작품을 봐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그는 앞으로도 이 마음에 보답하고 싶다고 전했다.
“벌써 데뷔한 지 20년이 됐는데, 앞으로의 20년도 잘 채울 수 있을까? 걱정되긴 해요. 그래도 팬 분들이 ‘인생 드라마다’ ‘이 작품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었다’ 말해주는 거에 큰 힘을 얻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의 고민은 크게 없는데, 늘 다음 스텝은 어떻게 해야할지가 고민이에요. 그래도 ‘골드랜드’를 하고 나서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원래 신념은 더 확고해졌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