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이보슬의 렌즈로 바라본 K팝 퍼포먼스

입력 : 2026.05.2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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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가 이보슬

현대무용가 이보슬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다.

두 선수는 늘 비교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김연아를 특별하게 만든 건 결국 ‘예술성’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음악을 해석하는 방식과 움직임의 흐름, 그리고 감정을 전달하는 깊이에서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를 압도했고, 지금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넘어 전 세계가 사랑한 피겨스케이터로 기억되고 있다.

흥미로운 건 김연아가 캐나다에서 훈련하던 시절 세계적인 발레리나 에블린 하트(Evelyn Hart)에게 특별 수업을 받으며 표현력과 몸의 선을 다듬어왔다는 점이다. 그렇게 발레의 예술성을 자신의 스케이팅 안으로 끌어오며, 스포츠와 공연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다.

어쩌면 김연아는 오늘날 세계가 열광하는 K팝 퍼포먼스 시대를 조금 먼저 보여준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기술을 넘어 몸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힘. 지금 K팝이 세계인을 사로잡는 이유 역시 그 지점과 연결된다.

이번 컬럼에서는 ‘현대무용가 이보슬’의 시선으로 K팝 퍼포먼스를 렌즈로 들여다보려 한다.

Q) “현대무용의 시선으로 K팝 퍼포먼스를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무엇인가요?”

A) “안무 자체보다도 음악과 어떻게 호흡하고 있는지, 그리고 멤버들 간 에너지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됩니다.”

이보슬은 인터뷰 내내 “움직임의 결”과 “에너지 흐름”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흥미로운 건 그가 퍼포먼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이 감정을 전달하는 흐름과 에너지였다는 점이다. 그 의미는 ‘정확성과 흐름, 기술과 전달력’으로 읽힌다. 어쩌면 K팝 퍼포먼스의 경쟁력은 그런 ‘완성도에 대한 집요함’에서 나오는 설득력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는 인간을 ‘모방하는 존재(Mimesis)’라고 설명했다. 인간은 타인의 감정과 움직임을 본능적으로 따라 읽는다. 몸은 언어보다 먼저 감정을 전달한다. 지금 세계의 젊은 세대가 K팝 퍼포먼스에 열광하는 이유 역시 몸이 먼저 감정을 읽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K팝은 다양한 움직임 언어를 흡수하며 발전해왔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天上智喜 The Grace) 출신의 스테파니다. 발레를 전공한 그는 당시 K팝 아이돌 안에서 보기 드문 움직임의 선과 표현력으로 자신만의 퍼포먼스를 만들어왔다. 이후 샤이니(SHINee)의 태민과 엑소(EXO)의 카이처럼 동작의 정확성을 넘어 움직임의 감정과 분위기를 설득하는 퍼포머들도 등장하며 K팝의 표현 방식도 한층 확장됐다.

이보슬에게 또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Q) “최근 K팝 아이돌 중 인상 깊게 보는 퍼포머가 있나요?”

A) “여자 아이돌 중에서는 아이브(IVE)의 안유진입니다. 안정감과 밸런스가 좋다고 느껴집니다. 시선 처리와 상체 사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움직임이 훨씬 크게 확장되어 보입니다.”

이어 남자 아이돌 중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의 제이홉을 언급했다.

“제이홉은 강약 조절과 에너지의 밀도가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단순히 박자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음악 안에서 미묘한 타이밍 차이를 활용해 움직임에 입체감을 만든다고 느껴집니다.”

결국 안유진과 제이홉의 퍼포먼스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지점에서 만난다. 안정감과 밸런스, 강약 조절과 에너지의 밀도. 표현 방식은 달라도 무대 위 감정을 설득하기 위한 디테일이라는 점에서 연결된다.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는 인간의 몸을 단순한 육체가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고 감정을 경험하는 중심으로 바라봤다. 어쩌면 지금의 K팝 퍼포먼스 역시 그런 몸의 언어를 더욱 정교하게 확장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보슬은 인터뷰 중 이런 말도 남겼다.

“춤을 잘 추는 사람과 무대를 장악하는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장은 인터뷰의 핵심으로 느껴졌다. 기술적인 완성도는 기본이고, 관객을 몰입시키는 건 결국 움직임 안에 담긴 감정의 설득력이기 때문이다.

독일 철학자 니체(Nietzsche)는 예술이 인간의 감정을 집단적으로 폭발시키는 힘을 가진다고 말했다. K팝 콘서트 현장에서 수만 명의 관객이 같은 리듬과 감정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K팝 퍼포먼스에도 맞닿아 있다.

이보슬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본 K팝 퍼포먼스는 단순한 군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움직임 언어와 예술성이 어우러지며 진화해온 공연예술에 가까웠다.

지금 K팝은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서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시대와 사람들의 감각을 몸의 언어 안에 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반응하며 무대를 만들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진화와 확장을 멈추지 않고, 더 오랫동안 글로벌 무대의 중심에 서 있기를 바란다.

재)좋은예술문화재단 ‘공연과 사람’ 연구소장 | 레오 강

재)좋은예술문화재단 ‘공연과 사람’ 연구소장 | 레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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