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혜 기고

일본은 뛰고 몽골은 추격한다…KBL, 아시아 농구 격변 속 결단할 시간

입력 : 2026.06.0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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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농구의 판이 바뀌고 있다. 과거 아시아 농구는 미국프로농구(NBA)나 유로리그와 비교하면 ‘변방 시장’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은 여전히 막대한 자본력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중요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고, 일본은 과감한 개혁과 국제화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만과 몽골 같은 신흥 시장들도 디지털 플랫폼과 국제대회를 활용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제 아시아 농구는 서로 연결되고 경쟁하는 하나의 산업 네트워크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동아시아슈퍼리그(EASL)와 BCL Asia 같은 국제 클럽대항전이 있다. 과거에는 국가대표팀 경기만 국제무대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프로 클럽들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맞붙으며 팬과 시장을 연결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경기 수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선수, 지도자, 심판, 마케팅, 중계 등 농구 산업 전반의 국제화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리그는 일본 B.리그다. 일본은 단순히 강한 팀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 지역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전용 아레나와 팬 경험에 투자하며 농구를 지역 산업과 연결했다. 경기장은 단순 체육관이 아니라 소비와 문화가 결합된 공간이 됐다. 관중 증가와 구단 수익 확대, 지역 경제 활성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다.

일본은 2026~2027시즌부터 B.LEAGUE PREMIER 체제를 도입한다. 참가 기준도 단순 성적이 아니다. 평균 관중 수, 연 매출, 경기장 규모 등 구단의 사업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평가한다. “농구를 잘하는 팀”뿐 아니라 “프로 스포츠 산업으로 제대로 운영되는 팀”을 상위 리그에 두겠다는 의미다.

국제화 전략도 적극적이다. 일본은 호주 NBL, 미국 NBA와 협력하며 선수 육성과 해외 진출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카와무라 유키, 하치무라 루이, 와타나베 유타 등 NBA 진출 사례도 계속 나오고 있다. 리그의 국제화가 선수 경쟁력과 국가대표팀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일본 대표팀이 최근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경쟁력은 우연이 아니다. 물론 일본 역시 현재의 성과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의 투자와 시행착오를 거쳤다는 점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KBL 역시 새로운 성장 동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구단은 오래된 체육관 시설을 사용하고 있어 최근 높아진 팬들의 기대 수준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선수 제도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춘 추가적인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FA 제도와 선수 이동 구조, 해외 진출 시스템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외국인 선수 제도 역시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이러한 부분들은 결국 리그 경쟁력과 상품성 강화라는 과제로 연결된다.

물론 KBL은 아시아에서도 오랜 역사와 안정적인 리그 운영 경험을 가진 리그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프로농구를 이끌어 오며 축적한 경험은 한국 농구의 중요한 자산이다. 다만 최근 아시아 농구 시장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새로운 성장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제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가운데 KBL 역시 변화하는 아시아 농구 환경에 맞는 경쟁력 확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만과 몽골 사례도 시사점이 크다. 대만은 리그 분열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유튜브·OTT·SNS를 적극 활용해 젊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몽골은 3대3 농구 경쟁력과 경기장 투자, SNS 마케팅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과 실행력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KBL의 재도약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팬 경험 혁신이다. 이제 팬들은 단순히 경기 결과만 소비하지 않는다. 경기장 환경, 콘텐츠, 이벤트, 굿즈, 지역 문화까지 모두 포함한 경험을 소비한다. 프로야구가 새 구장 건설 이후 관중 증가와 지역 경제 효과를 동시에 얻고 있는 점은 농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대회 역시 단순 참가에 의미를 두기보다 새로운 경험과 학습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EASL과 BCL Asia는 해외 리그의 운영과 마케팅, 팬 서비스 전략을 접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 일본처럼 해외 리그와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선수와 운영 인력의 교류를 늘려야 한다.

유소년 육성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순한 유망주 발굴을 넘어 유소년-프로-해외 진출로 이어지는 성장 구조를 체계화해야 한다. 일본 농구의 성장 역시 결국 긴 시간에 걸친 육성 시스템 구축의 결과였다.

아시아 농구는 이미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 중국은 시장과 자본을 기반으로 버티고 있고, 일본은 혁신과 국제화로 치고 나가고 있다. 대만과 몽골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제 KBL도 변화하는 아시아 농구 시장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갈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한준혜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한국 & 몽골 운영 팀장

한준혜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한국 & 몽골 운영 팀장

한준혜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한국 & 몽골 운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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