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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고 던졌는데”…이영하 부활의 서막

입력 : 2026.06.01 09:05 수정 : 2026.06.0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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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영하가 5월29일 대구 삼성전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 이영하가 5월29일 대구 삼성전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 이영하가 5월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대구 | 유새슬 기자

두산 이영하가 5월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대구 | 유새슬 기자

이영하(29·두산)는 최근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선발 경쟁 후보군에 포함된 이영하는 그 기회를 간절히 잡고 싶어 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을 2군(퓨처스리그)에서 맞이해야 했고 2군 3경기 선발 성적도 좋지 않았다. 4월 중순 콜업돼 한 차례 선발 등판했지만 패전을 안았다. 결국 셋업맨으로 옮긴 이영하는 어느 순간 눈부신 호투를 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마무리 김택연의 이탈로 생긴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그동안은 왜 그랬을까

5월30일 만난 이영하에게 최근 성적 반등의 계기를 물었더니 “포기죠, 포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영하는 “욕심이 막 많이 생겨서 굉장히 열심히 했는데 결국 또 뜻대로 안 됐다. 의욕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얼마나 잘 던지겠다고 이렇게 애를 쓰나 싶었다”며 “그래서 (4월26일) LG전에서는 힘을 빼고 툭툭 던졌는데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잘 들어갔다. 이렇게 던져도 안 맞을 수가 있다는 걸, 힘을 뺐는데도 구속은 나온다는 걸 그때 알았다”고 했다. 펜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지 않더라도 글씨는 잘 쓸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는 설명이다.

당시 이영하는 3-3 동점이던 8회 등판해 연장 10회까지 3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고 팀은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김택연은 하루 전인 4월25일 부상으로 말소됐고 김원형 두산 감독은 4월29일부터 이영하를 마무리로 기용했다. LG전 직전까지 4경기 평균자책이 8.44였는데 이후 14경기 평균자책은 1.62다.

이영하는 “힘을 빼고 던지니까 공이 더 빨라지는 것 같다. 공이 좋아졌다. 전력으로 세게 던질 때의 느낌도 다르다. 몰랐던 새로운 감각이 몸에서 느껴진다”며 “옛날에 선발로 잘 던질 때는 나도 모르게 이게 됐던 것 같다. 지금 느낌이 그때랑 많이 비슷하다. 공은 그때보다 훨씬 빨라졌으니까 자신감도 붙었다”고 했다. 이어 “혹시 앞으로 몇 번 삐끗하면 다시 몸에 힘이 들어갈까 봐 경계하고 있다. 코치님들도 이게 맞는다고 해주셔서 확신이 들었다”며 “그동안은 왜 그랬을까 싶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두산 이영하가 4월26일 잠실 LG전에 등판한 모습.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 이영하가 4월26일 잠실 LG전에 등판한 모습. 두산베어스 제공

■인생이 파도다

인터뷰 중 옆을 지나던 김 감독은 “영하야, 잘할 때 누려라”고 장난을 걸며 “영하 지금 너무 잘한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라고 칭찬했다. 미소짓던 이영하는 잠시 뒤 나지막이 한숨을 뱉으며 말했다. “인생 모르는 거네요.”

2016년 두산에 1차 지명을 받은 직후 수술대에 올랐다. 2017년 5월 1군에 처음 등록됐다. 2018시즌 첫 10승 고지를 밟고 2019시즌은 17승을 올렸다. 이후 내내, 심지어 올해까지 크고 작은 부침이 반복됐다. 이영하는 “인생이 너무 파도 같다. 계속 좋았다가 안 좋기를 반복한다. ‘나는 좀 안정적일 수 없는 건가’ 생각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파도가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았다. 이영하는 “이젠 안정적이면 그건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파도가 치면 그 위에서 서핑하려고 한다. 파도 위에서 놀면 되는 것 같다”며 “안 좋아지면 그 이유를 찾는 재미로 야구하면 된다. 맨 처음 야구가 좋아서 야구를 시작했던 거니까 그 마음만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 상황이 조금 안 좋더라도 동요를 덜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두산 이영하가 5월27일 잠실 KT전에 등판한 모습.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 이영하가 5월27일 잠실 KT전에 등판한 모습. 두산베어스 제공

■불펜의 라디오쯤

팀 투수진이 전체적으로 어린 탓에 이영하는 젊은 나이에도 사실상 불펜의 리더이자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후배들이 나를 라디오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불펜에 있으면 나는 계속 말하고 애들은 계속 웃는다. 어쩌다 (후배들이) 한 마디씩 대답해오면 그때는 대화를 좀 하고 다시 혼자 말한다”며 “그렇다고 동생들이 나한테 의지하진 않는다. 혼자 이겨내는 것이다. 다만 옆에서 조언을 할 뿐인데 그게 나한테도 도움이 된다. 말하는 대로 살게 된다는 걸 믿는다”고 했다.

젊은 포수 김기연·윤준호와 호흡하는 과정도 재밌다. 이영하는 “양의지 형과 할 때는 형을 믿고 따라간다면, 기연이나 준호와 할 때는 계속 대화하면서 맞춰나간다. 초반에는 (볼 배합에) 내가 고개를 흔들 일이 좀 많았고 지금은 딱히 그럴 일 없이 잘 맞는 것 같다. 같이 좋은 경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 이영하가 5월30일 대구 삼성전을 마치고 포수 윤준호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 이영하가 5월30일 대구 삼성전을 마치고 포수 윤준호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혹사 논란을 바란다

남은 목표는 두 개다. 올 시즌을 앞두고 맺은 FA 계약(4년 최대 52억원) 기간 내내 야구를 잘하는 것,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이영하는 “우승을 진짜 하고 싶다. 그 도파민을 못 느낀 지가 너무 오래됐다. 우승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그 기분을 한 번만 더 느껴보고 싶다. 우승까지 가는 과정도 그립다”고 했다.

이영하는 “팀이 조금만 더 하면 순위를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문턱 하나를 못 넘고 있다”며 “최근 (세이브 상황이 많지 않아서) 내가 경기를 별로 못 나갔는데 많이 나가고 싶다. 경기할 때마다 혼자 속으로 ‘제발, 제발 나까지만 와라’ 생각한다. 많이 등판해서 혹사당한다는 얘기 좀 듣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도 꼭 나가고 싶다”던 이영하는 인터뷰를 마치고 진행된 삼성전에서 팀의 1점 차 승리를 지키며 6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2사 2·3루 마지막 타자에게 던진 9구 중 시속 156㎞짜리 속구가 4개였고 보더라인에 걸치는 139㎞짜리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두산 이영하가 5월30일 대구 삼성전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 이영하가 5월30일 대구 삼성전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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