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18홀서 여체 곡선 발견한 도발적 시선
골프공 7000개 크로키 내공, 무령왕 영정으로
기계 넘는 K아트, 이태원·코엑스 거쳐 파리로
김영화 작가
“지금도 인터뷰를 하면서 붓을 잡고 싶은 게 제 마음입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인스퍼레이션(영감)이 일어나면 곧바로 붓을 잡죠. 이게 선조님의 DNA 발현인가 봅니다.”
조선 최고의 천재 화가 단원 김홍도의 피가 2026년 이태원 한복판에서 펄떡이고 있다. 단원의 9대손 김영화 화백은 기자의 질문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예리한 눈빛으로 허공을 가르며 캔버스 위에 기자의 옆모습을 단숨에 그려냈다. 300년 전 저잣거리의 생생한 풍속을 화폭에 담아냈던 선조의 유전자가, 오늘날 홀덤 게임장과 골프장 코스를 누비는 후손의 손끝에서 한 치의 오차 없이 발현되고 있는 셈이다.
도자기 무형문화재 사기장이었던 선친(김윤태 옹)의 흙을 향한 집념을 이어받아, 전통 먹과 화려한 오방색 분채 물감으로 현대인의 쾌락과 치유를 동시에 엮어내는 김영화 화백의 도발적인 K아트 세계로 들어갔다.
18홀 코스에 숨겨진 18명의 여인, 골프 산수화의 탄생
“어느 날 골프 코스를 바라보는데, 그게 바로 여인이더라고요. 세상에, 코스를 설계한 사람은 이미 다 알고 18명의 여인을 그곳에 눕혀 놓은 거예요. 골프장의 파격적인 여체 곡선을 직감하고 그 위에 남성을 상징하는 굳건한 소나무를 배치했죠.”
국내 1호 ‘골프 화가’로 불리는 그에게 골프장은 단순한 스포츠 무대가 아니다. 18홀의 코스 안에는 해저드에 빠져 절망하다가도 끝내 멘탈을 다잡고 다음 샷을 날리는 인생의 끈질긴 리커버리(Recovery)가 녹아있다. 스포츠가 가진 인간의 희로애락을 캔버스로 끌어온 그는 서양의 잔디 위에 동양의 짙은 오방색을 거침없이 뿌렸다.
특히 코스의 굴곡에서 관능적인 여체의 실루엣을 포착하고 생명력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을 입힌 그의 ‘골프 산수화’ 시리즈는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빛의 단면만 쫓는 서양화와 달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동양화의 부감법을 통해 18홀 전체의 웅장한 사계절과 원초적인 에로스의 생명력을 한 화면에 압도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역동적인 먹빛과 황금빛이 교차하는 대작(사진제공|김영화 화백), 전시 공간에서 작품을 맞추는 김영화 화백(사진제공|김기훈 사진작가), 선친의 도자기 곁에 앉은 김영화 화백.(사진제공|김기훈 사진작가), 작업실에서 붓을 든 김영화 화백(사진제공|김기훈 사진작가)
골프공 7000개 크로키의 기적, 무령왕의 눈동자를 깨우다
“경찰서장 부탁으로 몽타주를 그려준 적도 있어요. 예전에 골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을 골프공에 7000개나 그렸거든요. 그 내공으로 곤지왕의 혼을 불러 그렸더니 ‘아버지답게 잘 그렸다’며 찬사가 쏟아졌죠.”
팝아트처럼 톡톡 튀던 그의 붓질에 묵직한 시대의 혼이 얹혀진 사건은 바로 백제 25대 무령왕의 국가 표준영정 작업이었다. 7000개의 골프공 크로키와 몽타주 스케치로 단련된 관찰력은 시공간을 초월해 고대 군주의 얼굴을 복원해 내는 기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과정은 피를 말리는 사투였다. 보이지 않는 옷 속의 손 모양부터 칼의 장식 하나까지 무려 3년간 12차례나 이어진 깐깐한 고증과 심의를 온몸으로 버텨냈다. “마치 돌을 닦는 심정이었다”는 그는 마지막 순간, 군주의 혼이 깃든 매서운 눈동자를 완벽하게 살려내며 단원 9대손의 저력을 입증했다. 이 고된 작업을 통해 마음속 찌꺼기를 완벽하게 비워낸 김 화백은 마침내 우주의 거대한 기운을 황금빛으로 폭발시키는 대작 ‘천지창조’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게 된다.
K트로트 품은 K아트, 뉴욕과 루브르 심장부 타격한다
“요즘 에너지 없이 손재주만 부리는 작가들이 넘쳐납니다. 기계와 인공지능을 뛰어넘으려면 작가 스스로 혼을 닦고 진정한 영적 매개체가 되어야 해요. 캔버스 스스로 관람객의 영혼을 울리는 파동, 그게 진짜 K아트입니다.”
마음을 닦아낸 거장의 시선은 이제 좁은 화실을 박차고 나와 거대한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정조준하고 있다. 당장 오는 6일 4일, 서울 이태원(K212)과 삼성동 코엑스(PLAS 2026), 다님818 카페 갤러리 등 3개 거점에서 전무후무한 동시 전시를 터뜨린다. 특히 이태원 전시에서는 한국인의 심장 박동을 울리는 K트롯의 신명과 K아트의 강렬한 색채가 충돌하는 파격적인 크로스오버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호당 100만 원 선으로 몸값을 높이며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김영화 화백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프리모홀딩스와 손잡고 올가을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대규모 순회전을 열고, 9월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프랑스 칸을 달군다. 이어 내년에는 영국 사치갤러리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입성까지 확정 지었다. 골프장의 18홀부터 고대 군주의 눈동자까지 거침없이 넘나드는 단원 9대손의 붓끝이, 이제 뉴욕을 거쳐 루브르의 심장부를 향해 통쾌한 홀인원을 날릴 채비를 마쳤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우주의 생명력을 황금빛으로 품은 대작, 혼을 불어넣은 백제 무령왕 표준영정, 18홀과 여체를 담아낸 관념 산수화, 6월 4일 개막하는 특별전 포스터(사진제공|김영화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