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웨스 벤자민이 2일 잠실 한화전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웨스 벤자민(33·두산)은 지난 2일 잠실 한화전에서 6.1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의 쾌투를 펼쳐 두산을 5-3 승리로 이끌었다. 지난 5월21일 NC전에서 8이닝 5피안타 무실점, 27일 KT전에서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데 이어 3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두산은 개막 이후 마운드를 풀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불펜에는 마무리 김택연이 부상 중이다. 최근 필승계투조로 활약하던 양재훈이 팔꿈치 수술을 받게 돼 이탈했다. 이병헌, 김정우, 박치국, 이영하가 잘 던지고 있지만 최대한 앞에서 길게 끌어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벤자민은 외인 1선발로 영입한 크리스 플렉센의 대체 선수다. 플렉센이 부상에서 복귀할 때까지만 버텨달라고 영입했더니 최근에는 이닝 소화력까지 더해 완전한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벤자민은 KBO리그 경력자다. 2022년 KT에 입단해 윌리엄 쿠에바스와 함께 외인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3년 간 31승을 거뒀다. 2023년에는 160이닝을 던져 15승을 거두기도 했다. 경력을 보면 6주짜리 계약 선수라 하기엔 ‘거물’이다. 여전히 플렉센이 돌아오지 못하자 두산은 5월20일 끝난 벤자민과의 계약을 6주 더 연장했다. 갈수록 위력을 찾고 있는 벤자민은 특히 계약 연장 이후 무실점 행진 중이다. 플렉센은 빨라도 7월에나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때까지도 벤자민이 지금 같은 투구를 이어간다면 두산은 둘을 놓고 매우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듯 보인다.
벤자민은 “지금은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앞으로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좋은 경기력을 계속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KT 시절에도 이미 인성 좋은 외인 투수로 이름을 높였던 벤자민은 두산에서도 마찬가지로 좋은 성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LG 라클란 웰스가 5월5일 두산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KT에서 뛴 3년 간 벤자민은 한화 상대로 8경기에 나가 평균자책 5.53으로 2승3패,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새로워진 한화를 다시 만나서는 완벽히 제압했다. 벤자민은 “과거에 한화 상대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전에 내가 KBO리그에 있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 한화는 완전히 다른 팀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장점만 크게 살려보자는 생각을 하며 던졌다”고 했다. 좌타자 많은 LG에 독보적으로 강해 ‘LG킬러’로 불렸던 벤자민은 두산 입단 두번째 경기에서 LG를 바로 만나서는 7이닝 3실점으로 잘 던졌다. ‘경력자’의 장점을 드러내고 있다.
KBO리그에 단기대체선수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24년이다. 그저 다친 외인 선수의 ‘대타’ 정도로 취급되던 초기에 비하면 두산은 벤자민 같은 ‘경력자’를 때맞춰 영입하면서 제도를 매우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는 아시아쿼터 제도까지 더해졌다. 미국과 중남미 지역 선수들보다 한 단계 아래지만 일본, 대만, 호주에 있는 좋은 선수들을 통해 부족한 전력을 보강하라는 취지다. LG는 지난해 키움에서 단기대체선수로 딱 4경기를 던졌던 라클란 웰스를 올해 아시아쿼터로 영입해 선발로 기용하며 재미를 보고 있다.
과거에는 시즌 뒤 타 구단에서 재계약에 실패하고 보류권은 풀린 선수를 영입하는 식으로 외국인 선수를 재활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최근 외인 시장에서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풀은 줄었다지만, 3년 사이 제도는 보다 다양화 됐다. 조금 달리 생각해보고 빠르게 움직이는 구단이 성공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