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을 격려하는 딕 아드보카트 퀴라소 축구대표팀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퀴라소를 응원하는 팬들. AP연합뉴스
카리브해 남부에 위치한 인구 15만의 작은 섬나라. 그리고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
퀴라소가 쓴, 그리고 쓰려고 하는 역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들은 이번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통해 마침내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퀴라소는 이번 대회 출전으로 의미있는 기록을 하나 세웠다. 인구 15만의 퀴라소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아이슬란드(약 32만명)를 제치고 가장 적은 인구로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국가가 됐다. 인구 15만 명은 경북 안동시와 비슷한 정도의 규모다.
사실 퀴라소가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기까지는 운도 조금 따랐다. 이번 월드컵이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북중미 3개국에서 공동개최됐기 때문이다. 북중미의 대표적인 축구 강국인 세 국가가 월드컵 개최로 본선에 자동진출했다보니 퀴라소가 조별리그를 통과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독일 축구대표팀 선수들. 게티이미지코리아
물론 그렇다고 퀴라소가 단순히 운만으로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은 아니다. 퀴라소는 북중미카리브 최종예선 B조에서 3승3무 무패 행진으로 조 1위를 차지하고 본선행을 확정했다. 약체 버뮤다에 2승을 거두고 자메이카와 3차전에서 2-0 승리를 거둔 것이 결정적이었다. 자신들보다 전력이 위라는 평가를 받는 자메이카와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상대한 4경기에서 1승(3무)을 거두는데 그쳤으나 단 1골만 내주는 등 짠물 축구를 펼치며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퀴라소의 월드컵 진출과 함께 주목 받는 인물은 사령탑 1947년생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며 한국 팬들에도 친숙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79세 나이로 월드컵에 나서게 돼 역대 최고령 월드컵 본선 출전 감독이 됐다.
퀴라소를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뒤 아픈 딸의 병간호를 위해 지휘봉을 내려놨는데, 후임 감독이 평가전에서 계속해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선수단이 적극 요청해 다시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부푼 마음을 안고 처음으로 월드컵에 나서는 퀴라소지만, 냉정하게 평가해 이들이 조별리그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에콰도르 축구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퀴라소는 독일, 에콰도르, 코트디부아르와 함께 E조에 편성됐다. E조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 이후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굴욕을 맛본 독일이 가장 유력한 1위 후보로 꼽히고 에콰도르와 코트디부아르가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격돌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퀴라소가 지역예선에서 상대했던 국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팀들을 만났다. 녹슬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전차’인 독일, 남미 예선에서 아르헨티나 다음으로 강력했던 에콰도르와 무패 행진으로 아프리카 예선을 가볍게 통과한 코트디부아르까지 퀴라소가 전패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조 편성이다.
그래서 퀴라소의 현실적인 목표는 조별리그 통과보다는 ‘첫 골’과 ‘첫 승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퀴라소가 오랫동안 네덜란드의 자치령으로 있었고, 지금도 네덜란드 왕국의 구성국으로 있다보니 선수들 다수가 네덜란드 리그에서 뛰고 있어 네덜란드 축구 스타일이 익숙하다. 역시 네덜란드 출신인 아드보카트 감독은 중앙을 형제 선수인 레안드로 바쿠나(으드르 FK)와 주닝요 바쿠나(볼렌담)에게 맡기고 측면에 위르헌 로카디아(마이애미 FC)와 예알 마르가리타(베베런) 같은 빠른 선수들을 배치해 공격을 풀어나가는 전술을 즐겨 쓴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맹공을 버텨낼 수 있는 수비다. 로숀 반에이마(발베이크)와 위리헌 하리(아브하), 슈란디 삼보(스파르타 로테르담)-셰렐 플로라누스(즈볼레)로 구성된 포백의 활약에 성패가 달렸다.
코트디부아르 축구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