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생성 이미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장 내 물병 반입 금지 방침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FIFA는 안전과 보안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물론 개최 도시와 팬들 사이에서는 상업적 이해관계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6일 FIFA가 최근 월드컵 경기장 내 물병 반입을 전면 금지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FIFA 보안 및 안전 부서 관계자들은 해당 정책이 오히려 팬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일부 관계자들은 정책 변경 과정에서 상업적 고려가 크게 작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FIFA의 공식 경기장 행동수칙에는 관중이 투명한 플라스틱 물병을 빈 상태로 경기장에 가져온 뒤 내부 급수대에서 물을 채울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는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FIFA 클럽월드컵 당시 제기된 폭염 우려를 반영한 조치였다. 당시 북미 지역의 높은 기온과 습도는 선수뿐 아니라 관중 건강 문제까지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FIFA는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두고 해당 규정을 뒤집었다. 현재 경기장 행동수칙에는 물병 반입 허용 조항이 삭제됐다. FIFA는 이번 결정이 순수하게 안전과 보안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FIFA는 성명을 통해 ”선수와 심판, 팬, 자원봉사자, 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뚜껑이 있는 물병은 선수와 관중에게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으며 경기장 입장 절차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위해 금지했다“고 밝혔다. FIFA는 또 ”일부 경기장은 원래부터 외부 물병 반입을 금지해왔으며 월드컵에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월드컵 기간에는 FIFA가 사실상 경기장 운영권을 행사한다. 실제로 지난해 클럽월드컵에서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사용할 동일 경기장 5곳에서 관중들의 플라스틱 물병 반입을 허용했다. 당시 FIFA는 관중들이 물값 부담 없이 수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해당 정책을 운영했다. 결국 물병 반입 허용 여부는 경기장 규정 때문이 아니라 FIFA의 선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더욱 커진 이유는 FIFA의 주요 후원사 가운데 음료 기업인 코카콜라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는 월드컵 공식 후원사이며 생수 브랜드 다사니(Dasani) 역시 FIFA 공식 판매 제품 중 하나다. 코카콜라 측은 이번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디애슬레틱에 “해당 정책은 FIFA가 안전과 보안상의 이유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FIFA는 상업적 이해관계가 정책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개최 도시들의 반발도 거세다. 캐나다 토론토의 올리비아 차우 시장은 FIFA의 결정을 “노골적인 돈벌이”라고 비판했다. 토론토는 이번 월드컵에서 6경기를 개최한다. 차우 시장은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서 ”왜 관중이 직접 물을 가져오지 못해야 하느냐“며 ”그 편이 더 저렴하고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FIFA는 이미 수십억 달러를 벌고 있다.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FIFA가 정책을 유지할 경우 경기장 내 생수를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토 시의원 조시 맷로 역시 ”공공의 건강과 안전은 FIFA가 코카콜라 제품 판매를 늘리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팬 단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유럽축구팬연합(Football Supporters Europe)의 로난 에뱅 사무총장은 “선수들에게는 물이 안전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말하면서 팬들에게는 물이 단순한 상품이라고 말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북중미 월드컵의 기후 조건과 맞물리며 더욱 민감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기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월드컵 전체 104경기 가운데 약 26경기는 체감 열 스트레스 지수가 위험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가운데 일부 경기는 더욱 높은 수준의 폭염 환경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FIFA도 이를 의식해 모든 경기에서 전·후반 각각 3분씩 의무적인 수분 보충 시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심지어 냉방 시설이 갖춰진 경기장에서도 동일하게 시행된다.
디애슬레틱은 “선수 보호를 위해서는 물 공급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관중들에게는 물병 반입을 금지한 점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FIFA는 이같은 논란이 일자 월드컵 경기장을 찾는 팬들을 대상으로 개봉하지 않은 일회용 생수 1병을 반입할 수 있도록 했다. 최대 20온스(약 567㎖) 용량의 부드러운 플라스틱 재질로 된 물병 1병만 가능하다. 로이터통신은 “딱딱한 재질의 용기나 텀블러 등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병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FIFA는 개최도시들이 경기장 주변에 식수대, 미스트 분사 구역, 쿨링 텐트 등 폭염 저감 대책을 마련하고, 경기장에서 파는 생수 가격도 비싸지 않게 팔겠다고 설명했다.
리오넬 메시가 물을 마시고 있다.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