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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8일 시작해 어느덧 4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는 지긋지긋한 전쟁. 그래도 ‘스포츠와 정치는 무관하다’는 기치 아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참가하는 과정부터 험난하기 그지 없다. 미국과 지긋지긋한 악연이 월드컵에서도 이어지는 이란이다.
이란은 이번 월드컵에서 벨기에, 이집트, 뉴질랜드와 함께 G조에 편성됐다. 벨기에가 좀 버거워보이긴 하나, 나머지 팀들은 전부 해볼만한 상대들이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조별리그 통과’의 꿈을 이번에는 이룰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란의 고민은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다.
지난해 12월 조 추첨식 때 이란이 적힌 쪽지를 들어보이는 샤킬 오닐.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란은 조별리그 일정을 전부 미국에서 치른다. 뉴질랜드, 벨기에를 만나는 1~2차전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치르고, 3차전은 시애틀에서 갖는다. 모두 미국 서부에 위치한 도시들로, 큰 부담은 없다.
다만,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이란을 가만히 놔두질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조 추첨이 끝나고 이란이 미국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 확정되면서 이란 축구대표팀이 자국에 발을 들여놓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비자 발급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당초 애리조나주 투손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예정이었던 이란은 이런 미국의 태도에 결국 미국이 아닌 멕시코 티후아나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이에 멕시코와 미국을 오가는 조별리그를 치르게 됐다. 이란은 당초 경기 개최 장소 변경도 FIFA에 요구했지만, FIFA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회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이란은 결국 비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반쪽’짜리였다. 선수들은 비자를 받는데 성공했는데, 선수단을 지원할 핵심 스태프 10여명의 비자 발급은 거절됐다. 과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복무 이력 때문이었다. 이들은 베이스캠프가 있는 티후아나로 이동해 다시 비자 발급을 신청할 예정이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란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6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베이스캠프지인 멕시코 티후아나로 이동하기 위해 튀르키예 안탈리아 공항에서 출국하고 있다. 안탈리아 | EPA연합뉴스
이란 대표팀이 미국에서 이란 팬들의 응원을 많이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 매체 ‘FOX13 시애틀’은 “이란 팬들의 분열은 대표팀의 부담 요소다. 일부 팬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응원하지만,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은 축구대표팀을 국가 체제의 상징으로 여겨 패배를 바라기도 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된 적이 있다”며 “이번 대회에서도 정치적 구호와 시위가 경기장 안팎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이 경기하는 미국 서부는 이란계 이민자들이 대거 거주하는 곳으로, 대부분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정치 탄압을 피해 이주한 이들이다. 이들이 대거 관중으로 참석해 반정부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 일단 FIFA는 정치적 메시지를 금지하는 수칙을 내세우며 경기장에게 혁명 이전 왕정 시절의 이란 국기 및 관련 의류 반입을 허용치 않기로 했다.
외부가 아닌 내부로 눈을 돌리면, 세대교체의 실패가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꼽힌다.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과 함께했던 이란은 자국 출신 아미드 갈레노에이 감독에게 사령탑을 맡겼다. 갈레노에이 감독은 이란을 최종예선 A조 1위로 이끌며 월드컵 본선 티켓을 안겼으나, 세대교체에는 실패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하는 26명의 선수 중 30대 선수가 무려 15명이나 된다. 여기에 지난 3월 이란과 미국의 전쟁이 한창이던 도중 아랍에미리트(UAE)의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부통령과 웃으며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가 뭇매를 맞고 결국 최종명단에서 빠진 ‘에이스’ 사흐다르 아즈문의 공백도 채워야 한다.
이란이 또 관심을 끄는 부분은 32강에서 미국과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느냐다. G조는 1위가 3위팀 중 하나를 만나지만, 2위는 D조 2위를 상대한다. D조에는 미국이 포함돼 있다. 미국이 D조 2위, 이란이 G조 2위를 차지하면 32강에서 ‘총성없는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때 경기를 앞두고 하이파이브하는 이란과 미국 선수들.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