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월드컵

⑬ 가슴 뜨거웠던 그때 2002 ‘꿈★은 이루어진다’

입력 : 2026.06.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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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월드컵 4강전 한국-독일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붉은악마가 카드섹션 ‘꿈은 이루어진다’를 선보이고 있다. 경향신문DB

2002 한일월드컵 4강전 한국-독일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붉은악마가 카드섹션 ‘꿈은 이루어진다’를 선보이고 있다. 경향신문DB

대한민국 축구사, 나아가 현대사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은 가장 뜨겁고 찬란했던 ‘기적의 시간’으로 기억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세계 축구의 변방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비웃듯 폴란드전 사상 첫 승을 시작으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달아 격파하며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 4강 신화’라는 전무후무한 위업을 달성했다. 거침없는 압박과 투혼을 앞세운 태극전사의 열정은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들었다.

세계 벽을 허문 건 그라운드 위 선수들만이 아니었다. 2002년 여름, 대한민국 전역은 붉은 유니폼을 입은 길거리 응원단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외신들은 연일 서울 광화문과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거대한 붉은 인파를 대대적으로 타전했다. 당시 미국 CNN과 프랑스 르몽드 등 유력 외신들은 “거대하고 열정적이면서도 물샐틈없이 질서정연한 군중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것”이라며 한국이 창조해 낸 성숙하고 독창적인 광장 응원 문화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축제와 기적의 정점을 찍은 상징이 바로 붉은악마의 ‘카드섹션’이었다. 16강 이탈리아전의 ‘AGAIN 1966’으로 상대의 자존심을 심리적으로 뒤흔들었던 응원단은, 2002년 6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명문구를 관중석에 수놓았다. 바로 ‘꿈★은 이루어진다’였다.

2002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스페인을 꺾고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선수들이 함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경향신문DB

2002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스페인을 꺾고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선수들이 함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경향신문DB

문구 가운데 새겨진 별(★)은 세계 정상을 향한 한국 축구의 당찬 포부와 열망이었다. 비록 경기는 전차군단 독일의 벽에 막혀 0-1로 석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으나, 전 관중이 한마음으로 들어 올린 이 슬로건은 온 국민에게 무한한 자신감과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도 온 국민이 하나 돼 염원하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 그 자체였다.

2002년의 뜨거웠던 여름이 남긴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유산은 축구장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희망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변방의 약체에서 세계 4강으로 우뚝 섰던 2002년의 통쾌한 반란은, 오늘날 한국 축구의 단단한 정신적 자양이자 영원히 기억될 위대한 신화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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