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 앞서 시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 앞서 시구를 마친 뒤 시타자로 나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함께 인사하며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야구장에서 시구자와 시타자로 호흡을 맞췄다.
황 CEO는 7일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두산전의 시구자로 마운드에 섰다. 이번 방한을 앞두고 엔비디아 측이 구단 측에 시구 가능성을 타진했고 박 회장은 화답하는 의미로 직접 시타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야구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황 CEO가 KBO리그 야구장에서 시구를 한 건 처음이다. 야구장을 즐겨찾을 정도로 야구에 관심 많은 박 회장이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구나 시타를 한 것 역시 처음이다. 두산 구단에 외국 기업 총수가 시구자로 나선 것도 최초다.
황 CEO는 이날 오후 4시10분쯤 부인 로리 황 여사, 엔비디아 로보틱스 마케팅 총괄인 매디슨 황 수석 이사 등과 함께 잠실구장에 도착했다. 출입문 근처가 접근이 제한돼 멀리 펜스 밖에서 기다리던 야구 팬들은 황 CEO의 차량이 도착하자 환호성을 지르면서 이름을 연호했다.
황 CEO를 기다리던 박 회장은 직접 맞이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황 CEO는 어떤 구종을 던질 거냐는 취재진 질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했고, 두산그룹과 특별히 계획하고 있는 협력 사항이 있냐는 질문에는 “시구에 집중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황 CEO는 방명록에 서명한 뒤 박 회장과 함께 귀빈실로 들어갔다. 비공개로 진행된 내부 환담에서는 이내 큰 웃음과 박수 소리가 새어 나왔다. 황 CEO는 실내 연습장에서 두산의 외국인 투수 잭 로그의 시구 지도를 받았고 박 회장은 주장인 포수 양의지의 시타 지도를 받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왼쪽)가 7일 잠실구장에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유새슬 기자
오후 5시 경기 시작을 2분여 앞두고 황 CEO와 박 회장은 나란히 두산의 흰색 홈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황 CEO의 등에는 엔비디아의 창립 연도인 1993년을 의미하는 숫자 93과 ‘젠슨 황’이 새겨졌다. 박 회장의 유니폼에는 두산 창립연도 1896년을 의미하는 숫자 96과 이름 석 자가 적혔다.
박 회장과 어깨동무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마운드로 올라간 황 CEO는 마이크를 잡고 “헬로 코리아(Hello Korea)”라고 외쳤고 관중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황 CEO는 “엔비디아와 한국의 PC 게임 산업, 엔비디아와 한국의 기술 산업은 같이 성장했다”며 “나와 가족, 엔비디아를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 내가 한국에 온 것은 한국에 좋은 파트너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 치킨을 즐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치맥’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했다. 이어 “고 코리아(Go, Korea)”라고 외쳐 환호를 받았다.
이어진 시구는 다소 아찔했다. 황 CEO가 던진 공이 타석에 선 박 회장 쪽으로 높이 떠서 날아갔고 박 회장이 허리 숙여 피했다. 이날의 선발 포수 양의지가 공을 여유있게 잡았다. 황 CEO는 박 회장을 끌어안은 뒤 두산 더그아웃 쪽으로 향했다. 선수단을 향해 주먹 쥔 양팔을 들어 보이자 선수들은 손뼉 치며 화답했다.
황 CEO는 시구를 마치고 1루쪽 테이블석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황 CEO는 근처에 앉은 관중과는 하이파이브를, 멀리 있는 관중을 향해서는 손을 흔들어 보였다. 관중석에 앉은 200여 명의 엔비디아 직원들과도 일일이 악수하고 사인을 해줬다.
이날 시구는 선수단에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투수 곽빈(두산), 안우진(키움) 등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은 황 CEO가 구장에 도착하는 것을 기다렸다. 김원형 두산 감독은 경기에 앞서 “(황 CEO를) 실제로 만난 적은 없으니까 궁금하다. 그렇게 대단한 분이 야구장을 방문하시는 만큼 내게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잠실구장 안팎에는 ‘WELCOME NVIDIA. Our Parnership, It All Starts Here’(엔비디아를 환영합니다. 우리의 파트너십은 이곳에서 시작됩니다)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과 전광판이 걸렸다. 구단은 황 CEO와 엔비디아 관계자들을 위해 두산 유니폼, 깃발 등 기념품을 준비했다. 김태룡 단장은 경기 전 현장을 직접 점검했다.
두산그룹과 엔비디아는 반도체부터 피지컬 AI(인공지능)까지 협력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인기가 가파르게 높아지는 KBO리그 야구장을 양사 대표가 함께 찾았다는 것 자체로 양사는 어마어마한 홍보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입국한 황 CEO는 국내 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6일 잠실구장 내부에 엔비디아를 환영하는 전광판이 걸렸다. 유새슬 기자
6일 잠실구장 외부에 엔비디아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유새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