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벗은 ‘불법’ 낙인…한국타투협회 성명 발표 “이제 K-타투 세계 표준으로”

입력 : 2026.06.08 18:27 수정 : 2026.06.1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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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투협회 이은경 부회장

한국타투협회 이은경 부회장

한국타투협회 이은경 부회장

대한민국 타투가 마침내 예술과 산업의 옷을 입고 양지로 나왔다.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문신사법’에 이어, 올해 5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다”라고 판단하며 1992년 판례를 뒤집었다. 이로써 타투는 사법적·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제도화의 길로 들어섰다.

수십 년 동안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놓여 있던 국내 타투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지금, 한국타투협회(KTA)는 어느 때보다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타투이스트들의 권익 보호와 산업의 전문화·합법화를 목표로 활동해 온 협회는 문신사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함께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한국타투협회는 2013년 출범 이후 타투 산업의 제도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업계 종사자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에서 시작해 정책 제안, 실태조사, 통계 구축, 입법 지원 등 산업 전반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왔다. 특히 문신사법 통과 이후에는 하위 법령 설계를 위한 기술제안서를 제출하며 현장의 의견이 제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법적 제약에서 벗어나 제도권 산업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지금, 대한민국 타투 산업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한국타투협회(KTA)의 정책·표준화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온 이은경 부회장과 K-컬처의 새로운 주역으로 도약할 K-타투의 현주소를 공유했다.

이은경 부회장은 지금을 “합법화 이후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부 법령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협회에서도 다양한 기술제안서를 제출하고 있고 보건복지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습니다” 논의 중인 사안은 자격검정 기준, 표준 교육과정, 위생 기준, 시설 기준, 전문가 인정 기준 등 수십 가지에 이른다. 특히 기존 종사자들이 새로운 제도 안으로 무리 없이 편입될 수 있도록 자격 인정과 경과 규정 마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수십 년 동안 현장에서 일해온 종사자들이 하루빨리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도 내고 보험에도 가입하면서 정당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제도화는 종사자만을 위한 변화가 아니다. 협회는 소비자 보호 역시 중요한 목표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위생 기준을 충족한 등록 업소에서 보다 안심하고 시술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현재 한국타투협회는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사례를 분석하며 국내 현실에 맞는 기준 마련에 참여하고 있다. 감염 예방 규정과 색소 안전 기준, 멸균 장비 사용 여부 등 글로벌 기준을 참고하되 국내 산업 환경에 맞는 균형 잡힌 제도 설계를 추진하는 것이다. 첫 단추부터 과도한 가이드라인을 들이밀면 이제 막 피어나려는 신진 아티스트들의 진입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협회가 국내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기준 마련에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있는 이유다.

한국 타투 산업의 기초 데이터를 구축하는 일 역시 협회의 중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다. 현재 국회와 정부, 언론 등에서 인용되는 국내 타투 인구와 시장 규모 관련 자료 상당수는 협회가 수년간 축적한 연구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합법화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국내 타투 산업에 대한 공식 통계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었다.

이 부회장은 “모든 정책은 데이터 없이 만들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합법화 논의가 시작될 당시에는 산업 규모를 보여주는 자료조차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협회가 직접 전국 자료를 수집하고 실태조사와 위생조사를 진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해왔습니다” 그는 현재 정부와 국회, 언론에서 활용되는 많은 자료들이 협회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대법원 판결 역시 협회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산업 현실이 제도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는 평가다. 특히 이번 판결은 단순한 법리 변경을 넘어 업계 종사자들에게 심리적 해방감을 안겨줬다. “처벌과 단속, 사회적 낙인 때문에 업계를 떠난 동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타투는 반드시 합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번 판결이 업계를 짓눌러온 불확실성을 걷어낸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타투는 더 이상 음지에서 숨어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이제는 제도 안에서 안전하게 관리하고 발전시켜야 할 산업이 됐습니다.“

그러나 합법화와 무죄 판결이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담론은 아직 잠잠한 상황. 협회는 다가오는 대규모 기자회견과 공식 성명서 발표를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 부회장은 “워낙 오랜 세월 음지에 있던 사안이라 대중이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이제 타투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 ‘제도 안에서 함께 관리할 안전한 산업’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라고 전했다.

한국타투협회의 시선은 이제 합법화 이후를 향하고 있다. 협회는 교육과 인증 체계 고도화, 국제 교류 확대, 전문 인력 양성 등을 통해 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끌 계획이다. 특히 협회는 K-뷰티와 K-팝에 이어 K-타투가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성장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타투이스트들의 정교한 기술력과 독창적인 디자인 감각은 이미 해외 시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만드는 것이 협회의 중장기 목표다.

이 부회장은 “K-타투를 세계 표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협회의 궁극적인 비전”이라며 “이를 위해 국제 교류 확대와 전문 인력 양성, 산업 인프라 구축에 더욱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법화와 대법원 판결이라는 두 개의 큰 관문을 넘었지만, 한국타투협회가 바라보는 목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하위 법령 정비와 표준화 작업을 통해 타투를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산업으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30년 넘게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흔들리던 한국 타투 산업은 이제 비로소 제도권이라는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산업의 제도화를 위해 기반을 다져온 한국타투협회와, 그 과정에 함께해 온 수많은 타투이스트들이 있다. 이제 한국 타투는 생존을 넘어 성장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은 한국타투협회 성명서의 전문

성 명 서

33년의 굴레를 벗고,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며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문신사법」 제정을 맞아 정부와 국민, 그리고 모든 문신사에게 드리는 글 —

2026년 5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비의료인의 통상적인 미용문신행위가 구 의료법 제27 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1992년 이래 우리의 손과 삶을 옭아매어 온 91도3219 판결을 마침내 변경하였다.

한국타투협회는 이 역사적인 판결과, 2025년 10월 28일 제정되어 2027년 10월 29일 시행을 앞둔 「문신사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이룬 성취로 받아들이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뜻을 밝힌다.

하나. 우리는 이 판결의 의미를 깊이 새긴다.

대법원은 문신행위가 의학·의술과 구분된 독자적 직역으로 발달해 온 영역이며, 통상적인 미용문신은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가 아니라 외모의 개선과 미적 표현을 위한 행위임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안전성이 개선된 기계와 위생용품의 보급, 문신용 염료에 대한 제도적 관리 강화, 코로나19를 거치며 높아진 사회 전반의 위생 수준을 함께 고려하였다.

무엇보다 대법원은, 오직 의료인에게만 문신시술을 허용하고 비의료인에게 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직업선택의 자유, 일반적 인격권, 행복추구권,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는 단지 한 직역의 합법화를 넘어, 자신의 몸에 무엇을 새길지 스스로 결정할 시민의 권리와, 정당한 기술로 생계를 꾸릴 직업인의 권리를 함께 확인한 판결이다.

둘. 우리는 「문신사법」 제정을 환영하며, 책임으로 답하겠다.

대법원이 판시하였듯, 「문신사법」의 제정은 문신행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평가가 현저히 변화하였음을 보여주는 입법이다. 그러나 합법화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며, 권리에는 의무가 동반된다.

우리는 위생과 안전, 감염 예방을 단순한 규정이 아닌 직업윤리의 근본으로 삼을 것을 약속한 다. 국민이 안심하고 시술을 받을 수 있는 환경,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시술 기록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문화를 우리 손으로 정착시키겠다. 제도가 우리를 신뢰한 만큼, 우리는 그 신뢰에 실력과 윤리로 응답하겠다.

셋. 우리는 정부에 진정성 있는 협력을 요청한다.

법 시행까지 남은 2년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국가시험 기준, 위생 기준, 업무 범위, 감독 체계를 구체화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다. 이 하위법령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문신사 법」은 살아 있는 제도가 될 수도, 또 다른 장벽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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