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서건창이 9일 고척 NC전에서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미소짓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서건창(37·키움)은 지난 5월 9일 KT전부터 선발 출전하고 있다. 지난 겨울 KIA에서 방출된 뒤 키움으로 돌아가 새 출발을 꿈꾼 서건창은 시범경기에서 손가락을 다쳐 개막하기도 전 재활의 좌절을 경험했으나 한 달 여 만에 복귀해 다시 일어섰다.
9일까지 서건창은 27경기에서 타율 0.296(108타수 32안타)을 기록 중이다. 키움에서 LG로 트레이드 됐던 2021년을 마지막으로 100안타를 쳐보지 못한 서건창은 지금 5년 만에 마음껏 뛰고 있다.
서건창은 1번 타자다. 복귀 뒤 세번째 경기였던 5월 12일 한화전부터 한 달째 1번 타자로 뛰고 있다. 어느 팀보다도 어린 타자들이 가득한 키움에서 1번 타자를 맡은 1989년생 서건창은 올시즌 KBO리그 최고령 톱타자다. 시즌 출루율은 0.402, 1번 타자로 나가서는 0.397이다. 현재 1번 타자로 100타석 넘게 소화한 타자 중에서는, 타격 1위인 KT 최원준(0.457), 시즌 초반 타격 1위였던 SSG 박성한(0.452)에 이어 서건창의 출루율이 가장 높다.
키움 서건창이 9일 고척 NC전에서 홈으로 전력질주 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옮긴 뒤 2년, 방출돼 KIA에 입단해 2년을 뛴 지난 4년 동안 서건창은 한 시즌 100경기에 나서본 적이 없다. 규정타석은 물론이고 한 시즌 250타석에 서 보지도 못했다. 1군과 2군을 오간 시간은 영광스러웠던 과거와 늘 대비되곤 했다. 2012년 신인왕에 오르고 2014년 KBO리그 최초의 200안타 신화를 쓰면서 신고선수 신화도 함께 썼던 서건창의 야구인생은 어느 사이 완전히 꼬였고 1군에서 설 자리를 찾아야 하고, 뛸 팀을 찾아야 하는 선수가 됐었다.
개막하고 약 한 달 늦기는 했어도, 5년 만에 서건창은 ‘내 자리’를 다시 찾았다. 매일 출전해 마음껏 뛰게 된 서건창은 10여 년 전 그 시절처럼 전혀 녹슬지 않은 타격을 보여준다. 6월 들어 매경기 안타행진을 펼치고 있다. 9일 NC전까지 7경기에서 28타수 13안타(0.464)를 기록했다. 7일 두산전에 이어 9일 NC전에서도 3안타를 때렸다. 서건창이 2경기 연속 3안타를 친 것도 2019년 8월 이후 7년 만이다.
서건창은 “집에 돌아온 것처럼 편하다. 그게 기운나는 첫번째 이유같다”며 “마지막으로 꾸준히 출전했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아서, 솔직히 지금 이런 하루하루가 즐겁다. 날마다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게 재미있다. 그게 에너지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키움 서건창이 9일 고척 NC전에서 홈으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선배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리더십은 경기력이다. 20대 젊은 타자들이 가득한 키움에서, 가장 많이 움직여야 하는 1번 타자를 맡고 있는 1989년생 서건창은 “꾸준히 출전 기회를 받는 만큼 몸 관리 잘 해야 돼서 신경쓸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젊었을 때 얘기 자꾸 하기 싫은데, 전에는 매순간 전력을 다했다면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를 잘 구분해야 하는 것 같다. 전에는 그냥 막 들이대도 다음날 회복됐는데, 지금은 안 된다.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웃었다.
서건창은 2024년 레이예스(롯데)가 202안타를 치기 전까지 10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 사상 유일의 한 시즌 200안타 기록 보유자였다. 초유의 기록을 세웠을 당시에도, 서건창은 넥센의 1번 타자였다. 마치 그때처럼, 경기가 끝나면 유니폼이 흙투성이가 돼 있는 서건창은 참으로 오랜 만에 찾아온 ‘봄날’을 마음껏 즐기면서, 또 다시는 놓치지 않기 위해 절실하게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