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넘어 영화제작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언리얼 엔진’

입력 : 2026.06.12 06:00 수정 : 2026.06.1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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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상승 위기 속에 ‘리얼타임 시각화’로 돌파구 찾은 영화계

시각 효과 작업+실제 촬영 동시에···제작 지연·비용 부담 덜어

게임 개발에 사용되는 대표적 엔진인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이 영화 제작 방식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시각특수효과(VXF) 장면을 위해 오랜 렌더링 과정을 거쳐야 했던 기존 방식 대신,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작업 결과를 실시간에 가깝게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는 ‘버추얼 프로덕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의 시리즈 ‘만달로리안’은 이러한 제작 환경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게임 넘어 영화제작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언리얼 엔진’
‘만달로리안’ 제작진은 대형 LED 월에 언리얼 엔진으로 구현한 실시간 가상 배경을 띄우고, 배우와 배경을 한 화면에 담아 촬영했다. 우측 하단은 실제 카메라에 담긴 화면. |에픽게임즈

‘만달로리안’ 제작진은 대형 LED 월에 언리얼 엔진으로 구현한 실시간 가상 배경을 띄우고, 배우와 배경을 한 화면에 담아 촬영했다. 우측 하단은 실제 카메라에 담긴 화면. |에픽게임즈

제작진은 ILM이 개발한 ‘스테이지 크래프트’(StageCraft) 기술을 활용해 ‘볼륨’이라 불리는 거대한 원형 LED 세트장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배우들이 텅 빈 녹색 스크린 앞에서 상상력에만 의존해 연기한 뒤 후반 작업에서 CG를 합성해야만 했다. 하지만 버추얼 프로덕션에서는 4대의 동기화된 PC가 언리얼 엔진을 통해 LED 벽의 픽셀을 실시간으로 구동하고, 오퍼레이터들이 가상 장면과 조명을 동시에 조작함으로써 인물과 배경을 한 번에 담아내며 촬영과 동시에 VFX를 완성해 냈다.

게임 넘어 영화제작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언리얼 엔진’
언리얼 엔진으로 사전 시각화한 ‘씨너스: 죄인들’ 기차역 장면(위)과 실제 영화의 기차역 장면. 제작진은 실제 촬영 전 공간 구성과 카메라 앵글을 검토했다. |에핑게임즈

언리얼 엔진으로 사전 시각화한 ‘씨너스: 죄인들’ 기차역 장면(위)과 실제 영화의 기차역 장면. 제작진은 실제 촬영 전 공간 구성과 카메라 앵글을 검토했다. |에핑게임즈

이는 현장에서 “산을 옮겨야 한다면 즉시 촬영을 멈추지 않고도 가능하다”고 할 정도의 유연성을 제공하며, 짧은 제작 기간에도 실감 나는 스타워즈 세계관을 구현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특히 카메라의 움직임에 따라 배경의 원근감이 실시간으로 동기화되어 변하기 때문에, 카메라 감독은 마치 실제 야외 로케이션에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앵글을 잡을 수 있다고 에픽게임즈 측은 설명했다.

배우들 역시 텅 빈 스크린이 아닌 실제 구현된 배경을 직접 보며 연기할 수 있어 더 몰입감 있는 연기를 펼칠 수 있다.

게임 엔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영화 제작의 파이프라인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바꾸고 있다.

전통적인 제작 방식은 기획, 촬영, 후반 작업이 선형적으로 분리돼 있어, 작업 중 최종 결과물을 가늠하기 어렵고 작은 수정에도 전체 공정을 반복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는 필연적으로 제작 지연이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게임 넘어 영화제작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언리얼 엔진’
언리얼 엔진으로 사전 시각화한 ‘씨너스: 죄인들’의 핵심 뮤지컬 시퀀스. 조명, 인물배치, 카메라 구도 등을 촬영 전 검토하는 데 활용됐다. |에픽게임즈

언리얼 엔진으로 사전 시각화한 ‘씨너스: 죄인들’의 핵심 뮤지컬 시퀀스. 조명, 인물배치, 카메라 구도 등을 촬영 전 검토하는 데 활용됐다. |에픽게임즈

하지만 버추얼 프로덕션은 시각효과 작업과 실제 촬영이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촬영 전 단계에서 3D 공간 내의 물리적 제약과 카메라 워킹을 완벽하게 검증할 수 있으며, 감독과 제작진은 언제든 배경의 조명이나 시간대, 오브젝트의 위치 등을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흐름은 최신 영화 제작 현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각효과상 후보 등 아카데미상 16부문 후보에 오르고,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각본·음악·촬영 등 4관왕을 기록한 영화 ‘씨너스’(Sinners)의 경우, 언리얼 엔진을 제작진의 방향을 맞추는 ‘공동 창작과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했다.

1930년대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한 초자연 스릴러물인 이 작품은 IMAX 65mm 필름 촬영과 복잡한 뮤지컬 몽타주 시퀀스를 포함하고 있었는데, 제작진은 언리얼 엔진을 통해 단 이틀 만에 시각화 버전을 완성하고 아이디어를 검토했다. 고가의 필름 촬영 전 시행착오를 줄임으로써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촬영 이후 편집 과정에서도 제작진 전반이 동일한 연출 의도를 공유하며 작업할 수 있었다.

또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과 을 수상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센티멘탈 밸류’(Sentimental Value)는 1918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한 세기를 넘나드는 7개의 각기 다른 시대와 계절의 배경을 노르웨이의 단일 스튜디오 내 LED 월에서 모두 촬영해 주목받았다.

에픽게임즈 관계자는 “언리얼 엔진은 이미 게임 엔진을 넘어, 창작·협업·의사결정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차세대 콘텐츠 제작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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