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황도 춤추게 만든, K팝과 한국 프로야구를 움직이는 ‘흥’의 힘

입력 : 2026.06.13 19:07 수정 : 2026.06.1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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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잠실야구장 전광판. 댄스타임에 참여한 젠슨 황

7일, 잠실야구장 전광판. 댄스타임에 참여한 젠슨 황

로제(ROSÉ)의 ‘APT.’에 맞춰 춤추던 남자가 잠실야구장에 나타났다.

“치맥보다 좋은 건 없다”고 말해 한국인들의 호감을 샀고, 화사(HWASA)를 향해 “훌륭한 가창력을 지녔고 뛰어난 댄서”라고 평가하며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던 그의 이름은 엔비디아(NVIDIA)의 창업자 겸 CEO 젠슨 황(Jensen Huang)이다.

시구를 마친 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그는 이닝 교대 시간 전광판 댄스타임에 등장했고,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OST ‘Golden’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그 순간 관중석에서는 아이돌 못지않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 장면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젠슨 황’을 춤추게 만든 것일까.

생각해 보면 한국 프로야구는 특별하다. 보통의 스포츠가 관람에 머문다면, 한국 야구는 관객을 참여자로 끌어들인다.

응원가를 부르고, 선수 이름을 외치고, 치어리더의 동작을 따라 한다. 처음 야구장을 찾은 사람도 몇 이닝이 지나면 어느새 리듬 속에 들어가 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KBO가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떠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K팝이 세계를 사로잡은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과거의 공연은 무대 위 아티스트와 객석의 관객이 구분됐다. 하지만 요즘 K팝은 다르다. 팬들은 안무 챌린지를 따라 추고, 응원법을 외우고, 영상을 촬영해 SNS에 공유하며 퍼포먼스의 일부가 된다.

세계적인 기업인도, 해외 관광객도, 처음 야구장을 찾은 사람도 한국의 응원문화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흥에 빠져든다.

우리는 흔히 한국인의 정서를 한(恨)과 흥(興)으로 이야기한다. 이 가운데 흥의 사전적 의미는 ‘재미나 즐거움을 일어나게 하는 감정’이다. K팝 공연장과 한국 프로야구 응원석은 그 흥이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는 공간인지도 모른다. 선수마다 고유한 응원가를 함께 부르고 같은 동작으로 몸을 움직인다. 팬들은 스스로를 구단의 ‘10번 타자’라고 부르며 경기의 일부가 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K팝 공연장도 마찬가지다. 팬들은 각 그룹의 팬덤명으로 서로를 부르며 응원법과 떼창을 통해 무대에 참여한다. BTS의 ‘아미(ARMY)’, 세븐틴의 ‘캐럿(CARAT)’, 아이브의 ‘다이브(DIVE)’처럼 팬덤은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아티스트가 공연을 이끌어간다면 팬들은 그 무대를 완성한다.

K팝이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퍼포먼스라면, KBO의 응원문화 역시 응원가와 율동이 어우러진 퍼포먼스에 가깝다. 수만 명의 팬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고, 함께 몸을 움직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경기의 일부가 되고, 무대의 일부가 된다는 점에서 두 문화는 놀라울 만큼 닮았다.

어쩌면 젠슨 황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든 것도 바로 대한민국의 흥이었는지 모른다.

적어도 필자의 눈에는 그날의 젠슨 황 역시 한국의 흥을 함께 즐긴 수만 명의 참여자 중 한 사람으로 보였다.

재)좋은예술문화재단 ‘공연과 사람’ 연구소장 | 레오 강

재)좋은예술문화재단 ‘공연과 사람’ 연구소장 | 레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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