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수미.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26년 차를 맞은 뮤지컬 배우 전수미는 현재 인기리에 공연 중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소년 빌리의 천재성을 알아보는 발레 교사 미세스 윌킨슨 역을 맡아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고난도 탭댄스와 발레부터 폭발적인 가창력, 깊이 있는 연기력까지 무대 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장악력을 보여주며 이른바 ‘육각형 배우’로 통한다. 그러나 무대 장인들이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으로 영역을 넓혀 대중을 압도하는 최근의 흐름 속에서, 상대적으로 매체 노출이 적었던 그를 향해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다며 아쉬움을 표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매체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없을까.
12일 오후 서울 경향신문 본사에서 만난 전수미는 영화나 드라마 진출 계획을 묻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회가 주어진다면 너무너무 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간 굵직한 대극장 무대를 쉼 없이 지켜오며 매체 연기에 도전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공연이라는 게 연습량이 엄청나게 많고, 연습이 끝난 뒤에도 캐릭터 연구를 위해 영화, 책, 전시를 보며 세세한 감정들을 채워 넣어야 하다 보니 여력이 부족했다”면서 “예전에 함께 일했던 분들 중에는 ‘뮤지컬을 조금 쉬고 매체 연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고 권유하신 분들도 있었지만, 쉼 없이 무대에 오르다 보니 시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배우 전수미가 ‘빌리 엘리어트’무대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하지만 ‘빌리 엘리어트’를 비롯해 숱한 대작을 이끌어온 전수미는 이제 새로운 장르적 도전을 향해 마음이 활짝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무대 위에서 켜켜이 쌓아 올린 시간은 그에게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앗아가고 단단한 자신감을 선물했다.
“어릴 때보다 나이가 들면서, 제가 가진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보다 자신감이 훨씬 커졌어요.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제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특히 저는 연출자가 무언가를 디렉팅 했을 때, ‘무조건 해보겠습니다’ 하고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요. 두려움 없이 시키는 대로 흡수해서 제 것으로 끄집어낼 자신이 있거든요.”
26년간 라이선스와 창작극을 넘나들며 바닥부터 다져온 탄탄한 내공은 그 어떤 매체에서도 빛을 발할 강력한 무기다. 장르에 상관없이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다며 유쾌한 미소를 지어 보인 전수미. 대중에게 또 다른 전율을 선사할 그의 낯설고도 매력적인 얼굴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