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팬들이 15일 북중미 월드컵 네덜란드전을 마친 뒤 쓰레기를 치우며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준 각본 없는 드라마만큼이나, 관중의 성숙한 태도로도 또 한번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강호 네덜란드를 상대로 극적인 2-2 무승부를 거둔 일본 축구대표팀의 팬들이 경기 후 보여준 성숙한 관전 태도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물론 세계 언론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FIFA는 15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이날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스타디움의 관중석 풍경을 조명하며 일본 팬들의 성숙한 시민 의식을 전했다. FIFA는 “피치 위에서의 위대한 반전만큼이나 아름다운 장외의 전통”이라며 경기 종료 후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본 관중들의 모습을 메인 페이지에 배치했다.
로이터와 AP통신, 워싱턴 포스트, ESPN 등 글로벌 유력 매체들 역시 일제히 이번 사례를 집중 보도했다. 일본 축구팬은 후반 43분에 터진 가마다 다이치(크리스털 팰리스)의 극적인 2-2 동점 골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미리 준비해 온 파란색 대형 쓰레기봉투를 나눠 들고 좌석 사이사이를 누볐다. 이들은 자신이 머문 자리는 물론, 네덜란드 팬들이나 현지 관람객들이 남기고 떠난 페트병과 음식물 쓰레기까지 묵묵히 수거했다.
일본 축구팬들이 15일 북중미 월드컵 네덜란드전이 끝난 뒤 관중석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외신들은 이런 일본의 ‘장외 청소 문화’가 월드컵 무대에서 독보적인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처음 세계 무대에 알려진 이 전통은 2018년 러시아 대회 벨기에전의 뼈아픈 역전패 속에서도, 2022년 카타르 대회 독일전 대역전승 직후에도 승패의 결과와 상관없이 한결같이 유지됐다.
AP통신은 “서구권 관객들이 공공장소의 쓰레기를 당연히 청소 용역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과 달리, 일본 팬들은 ‘떠나는 새는 흔적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문화적 철학과 도덕 교육을 피치 위에서 고스란히 재현하며 월드컵의 진정한 품격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 매체 글로루 역시 이 장면을 보도하며 “일본 팬들의 행동은 월드컵에서 가장 일관된 문화적 장면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문화는 일본 대표팀과 팬 문화 전반과도 연결돼 있다. 선수단 역시 과거 대회에서 경기 후 라커룸 정리와 감사 메시지를 남기는 등 ‘정리 문화’를 지속적으로 보여온 바 있다. 승패에만 몰두하는 자극적인 응원 문화를 넘어, 축제가 남긴 흔적까지 책임지는 일본 관중들의 성숙한 태도가 세계 축구팬에게 큰 울림을 던진다.
일본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15일 북중미 월드컵 네덜란드전에서 후반 43분 동점골을 넣은 뒤 함께 기뻐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