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가 지난 14일 충북 보은군 보은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26 보은단오장사씨름대회에서 서남근을 제압한 뒤 기뻐하고 있다. 대한씨름협회 제공
2002년생 백두급 최강자 김민재(영암군민속씨름단)가 41년 차이가 나는 불새출의 ‘씨름 레전드’ 이만기 기억을 재소환한다.
김민재는 지난 14일 충북 보은군 보은국민체육센터에서 끝난 위더스제약 2026 보은단오장사씨름대회에서 개인 통산 20번째 장사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는 백두급(140㎏ 이하) 장사 결정전(5판 3승제)에서 서남근(수원특례시청)을 3-0으로 누르고 황소 트로피를 들었다. 백두장사 타이틀만 17개째. 김민재는 여기에 천하장사 3회를 합쳐 개인 통산 20번째로 꽃가마에 올랐다.
김민재가 민속씨름 4년차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움을 더한다. 그는 어느새 이만기의 기록에 다가섰다. 인제대 교수로 재직 중인 이만기는 현역 시절 천하장사 10회, 백두장사 18회, 한라장사 7회 등 역대 최다인 35차례 꽃가마에 올랐다. 이만기 교수의 기억에 따르면 대한씨름협회의 공식 기록이 집계되기 전까지 포함해, 비공식적으로 49차례 장사를 올랐다. 연중 한 번만 열리는 천하장사 기록까지는 먼길이 예고된다. 하지만 김민재가 백두급에서는 최다 우승 기록을 예약했다. 김민재가 한 번 더 우승하면 이만기 교수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백두장사 기록으로는 그 위에 1위 기록도 있다. 현재 용인대 교수인 이태현은 통산 40회의 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는데, 그 가운데 백두급에서 20차례 우승했다. 이태현은 현역 시절 이만기-강호동을 잇는 씨름스타였다. 그러나 이 기록 역시 김민재에게 위협을 받는다. 이태현 교수는 “그 기록도 김민재가 조만간 깨지 않을까”라고 껄껄 웃었다.
김민재는 일찌감치 이만기를 떠올리게 하는 선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민재는 울산대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22년 6월 단오 대회를 통해 민속씨름에 데뷔했다. 이 대회에서 김민재는 천하장사 출신 김진(증평군청)을 꺾고 백두급 정상에 올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11월에는 천하장사 씨름대축제에서 서남근(수원특례시청)을 3-0으로 완파, 천하장사(140㎏ 이하)에 등극했다. 대학생 선수가 모든 체급을 아우르는 천하장사에 오른 것은 1985년 이만기(당시 경남대 4학년) 이후 무려 37년 만의 대사건이다. 이듬해 영암군민속씨름단에 입단한 김민재는 단숨에 백두급 강자로 떠올랐다.
김민재가 지난 14일 충북 보은군 보은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26 보은단오장사씨름대회에서 황소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씨름협회 제공
씨름 전문가들은 김민재가 최다 장사 새 기록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백두급 최다 우승 타이틀이 김민재로 넘어가는 것은 어찌보면 시간 문제다. 김민재는 첫 시즌인 2023년에 9개 대회에 나서 6번의 우승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2024년에는 5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각각 27승3패, 40승4패로 90%가 넘는 승률을 보여줬다. 커리어 초반이지만, 이전까지 누구도 쉽게 넘보지 못한 84.9%(345전 293승52패)의 이만기 승률을 훌쩍 뛰어넘는 페이스를 보였다. 현재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5년 뒤라도 전 체급을 통틀어 최다 장사 기록에 다다를 수 있다.
올해 기량은 더 만개했다. 벌써 3개 대회에서 백두장사에 올랐다. 파워로는 김민재를 위협할 상대가 나오지 않고 있다. 20승1패라는 압도적 전적을 자랑한다. 김민재는 지난달 평창오대산천장사대회 백두급 16강에서 라이벌인 장성우에게 0-2로 져 지난해 추석대회부터 이어온 한국 남자 씨름 최다 20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장성우를 다시 만나 2-1 역전승, 지난 패배를 설욕했다.
김민재는 우승 후 “지난 평창대회에서 장성우에게 패했던 경험이 오히려 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 계기가 된 것 같다”며 “멘탈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할 수 있다, 재밌겠다, 설렌다’는 말을 스스로 되새기며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이길 수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겠다”며 “늘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