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J조 아르헨티나와 알제리의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가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가 먼저 멀티골을 터뜨리며 앞서가자, 곧바로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월드컵 첫 해트트릭으로 화답했다. 여기에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까지 멀티골 행진에 가세했다. 세계 최고의 골잡이들이 같은 날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골 잔치를 벌이며 뜨거운 득점왕 경쟁을 예고했다.
개막 전부터 득점왕 경쟁은 이번 대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축구 담당 기자들의 전망을 종합한 결과 음바페를 가장 유력한 득점왕 후보로 꼽았다. 가디언은 “이번 대회 직전 월드컵까지 14경기에서 12골을 넣은 음바페는 역대 최고의 득점 기록을 노릴 수 있는 선수”라며 “프랑스의 전력이 탄탄한 만큼 많은 득점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번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으로 보이는 메시는 경험과 결정력을 앞세운 다크호스로 평가됐다. 가디언은 “메시는 여전히 중요한 순간마다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선수”라며 “득점왕보다 우승을 우선하겠지만, 기록 경쟁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고 분석했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17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I조 세네갈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포문을 연 것은 음바페였다.
음바페는 17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네갈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I조 1차전에서 후반 21분과 추가시간 골을 터뜨려 프랑스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21분 마이클 올리세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넣은 음바페는 세네갈이 1골 차로 추격한 후반 추가시간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2골로 음바페는 자신의 월드컵 통산 득점을 14골로 늘려 쥐스트 퐁텐(13골)이 보유했던 프랑스 선수 월드컵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다. 또한 올리비에 지루(57골)를 넘어 프랑스 대표팀 통산 최다 득점 기록도 새로 썼다. 뿐만 아니라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가 갖고 있는 월드컵 통산 최다골 기록(16골)에도 2골 차로 접근했다.
노르웨이의 엘링 홀란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I조 이라크전이 끝난 뒤 환호하고 있다. 홀란은 이날 멀티골을 터뜨리며 노르웨이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신화연합뉴스
음바페가 치고 나가자 노르웨이의 ‘괴물 공격수’ 홀란도 뒤질세라 득점포를 가동했다.
홀란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I조 1차전에서 선제골과 결승골을 책임지며 노르웨이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덕분에 노르웨이는 프랑스를 골 득실에서 앞서 조 선두로 나섰다.
홀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세 차례 차지한 세계 최고의 공격수지만 월드컵 본선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르웨이가 월드컵 본선에 오른 것도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28년 만이다.
하지만 이날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는 역시 메시였다.
메시는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알제리와 조별리그 J조 1차전에서 3골을 몰아치며 아르헨티나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전반 17분 선제골을 넣은 메시는 후반 15분과 31분에도 골망을 흔들며 자신의 월드컵 첫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이날 경기로 A매치 200경기를 채운 메시는 월드컵 역사에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2006 독일 월드컵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전에서 월드컵 데뷔골을 넣은 지 정확히 20년 만에 나온 해트트릭이었다. 또 38세 358일의 나이로 월드컵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가 보유했던 최고령 해트트릭 기록(33세 130일)을 갈아치웠다.
무엇보다 메시는 월드컵 통산 득점을 16골로 늘려 클로제가 홀로 갖고 있던 월드컵 통산 최다 득점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현재 월드컵 통산 득점 순위는 메시와 클로제가 공동 1위다. 그 뒤를 호나우두(브라질·15골), 음바페와 게르트 뮐러(독일·이상 14골)가 잇고 있다.
둘의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지리라 예상된다. 프랑스는 오는 23일 이라크를 상대하고, 아르헨티나는 같은 날 유럽의 복병 오스트리아와 맞붙는다. 음바페가 이라크를 상대로 다시 폭발한다면 메시를 제치고 먼저 월드컵 통산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 음바페는 세네갈전 뒤 “기록 경신은 항상 원해온 일이지만 우리가 이곳에 온 진짜 이유를 잊지 않고 있다”며 “기록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은 은퇴 이후로 미루겠다”고 말했다. 메시 역시 “어려운 경기에서 이길 수 있어 다행이었다”며 “첫 경기를 승리로 출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베팅 시장은 여전히 음바페를 득점왕 1순위로 평가하고 있다.
영국 베팅 비교 사이트 오즈체커는 17일 기준 음바페의 월드컵 득점왕 배당률을 6대1로 책정했다. 이어 해리 케인(잉글랜드)이 9대1, 카이 하베르츠(독일)가 12대1, 홀란이 14대1, 메시가 16대1 순으로 나타났다. 영국 베팅업체 래드브로크스 역시 음바페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으며 케인과 하베르츠, 홀란이 뒤를 추격하는 구도로 전망했다. 스카이벳도 음바페와 홀란, 케인, 메시를 골든부트 주요 후보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득점왕에 오르기 위해서는 개인의 득점력뿐 아니라 팀 성적도 중요하다. 팀이 오래 살아남아야 출전 시간도 늘어나고 골을 넣을 기회도 많아진다. 스페인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프랑스, 독일, 아르헨티나가 순항한다면 이들 대표팀 공격수들이 득점왕을 차지할 가능성도 커진다. 반면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복귀해 다크호스로 평가받는 노르웨이를 이끄는 홀란은 득점왕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