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드 벨링엄(왼쪽)이 18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L조 크로아티아전에서 득점 후 과 해리 케인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재미없는 축구’라는 오명을 안고 출발한 잉글랜드가 완전히 달라진 경기력을 뽐냈다. 화끈한 공격 축구로 강호 크로아티아를 제압하며 우승 후보다운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잉글랜드는 18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L조 1차전에서 크로아티아를 4-2로 꺾었다. 해리 케인이 멀티골을 터뜨렸고, 주드 벨링엄과 교체 투입된 마커스 래시퍼드가 한 골씩 보탰다.
승점 3을 챙긴 것보다 더 눈길을 끈 건 경기 내용이었다. 잉글랜드는 전반 내내 크로아티아와 난타전을 벌였다. 두 차례 앞서갔지만 수비 실수로 곧바로 동점을 허용하며 2-2로 전반을 마쳤다. 불안한 수비는 여전했지만, 후반 들어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해리 케인이 1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L조 크로아티아와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신화
후반 시작 2분 만에 벨링엄이 폭발적인 돌파에 이은 오른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후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를 거세게 몰아붙였고, 경기 막판 래시퍼드가 쐐기골을 넣으며 승부를 마무리했다.
잉글랜드는 최근 몇 년 동안 성적과 별개로 경기 내용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 유로 2024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지나치게 신중하고 보수적인 운영 탓에 ‘재미없는 축구’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런데 새 사령탑인 토마스 투헬 감독은 정반대 길을 택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유니폼 위 두 번째 별(월드컵 우승)을 달겠다”고 공언했고, 공격적인 축구를 약속했다. 크로아티아전은 그 약속을 증명한 경기였다.
투헬 감독의 후반 교체 카드가 눈길을 끌었다. 3-2로 앞선 후반 27분 수비 안정 대신 공격을 선택했다. 데클런 라이스를 빼고 공격 성향이 강한 모건 로저스를 투입했고, 앤서니 고든 대신 래시퍼드, 노니 마두에케 대신 부카요 사카를 넣었다. 리드를 지키기보다 추가골을 노린 과감한 승부수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사카가 래시퍼드의 골을 도왔고, 교체 선수들은 경기 흐름을 더욱 공격적으로 이끌었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이 18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L조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4-2 승리를 거둔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박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언론도 환호했다. BBC는 “수년간 보지 못했던 잉글랜드였다. 그리고 그것은 즐거웠다”며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시절의 잉글랜드는 성적은 좋았지만 종종 지루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는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BBC는 이어 “수비 불안이라는 숙제는 남았지만, 공격만큼은 세계 어떤 팀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며 “잉글랜드 팬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는 ‘즐거움(fun)’이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투헬 감독은 압박이 찾아오면 선수들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믿었고, 선수들은 이를 증명했다”며 “벨링엄이 후반 초반 승부를 뒤집은 뒤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를 힘으로 밀어붙였다”고 평가했다.
투헬 감독은 “전반에는 지나치게 생각이 많았고 긴장했다. 하프타임에 선수들에게 우리 방식대로, 용감하게 하자고 말했다”며 “후반전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우리는 많은 기회를 만들었고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재미없는 잉글랜드’라는 꼬리표는 단 한 경기 만에 사라질 수도 있다. 물론 수비 불안이라는 숙제는 남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북중미월드컵 첫 경기에서 잉글랜드는 승리뿐 아니라 오랜만에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