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즈·블루스계의 대표 기타리스트 찰리정(정철원)이 2026 FIFA 월드컵에 출전 중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위한 응원가를 발표했다. 카이라쉬밴드와 함께 제작한 ‘Oh, Gloria(오, 글로리아)’는 승패를 넘어 국민과 선수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대한축구협회도 감사의 뜻을 전하며 화답했다.
평생 정통 재즈와 블루스 무대에서 활동해 온 그가 월드컵이라는 가장 대중적인 소재의 곡을 창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찰리정은 “‘내가 언제 온전히 예술가로서 살아본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찰리정은 국내 실용음악계에서 손꼽히는 호원대 교수로 재직하며 안정적인 삶을 이어왔다. 연주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자리였지만 그는 지난해 과감히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학교와 행정 업무에 많은 시간을 쓰다 보니 정작 음악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평생 음악을 해왔지만 진짜 연주자로 살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수직을 내려놓은 이후 그는 자신의 일상을 음악 중심으로 재편했다. 레슨은 소수의 학생만 맡고 대부분의 시간을 연습과 창작에 썼다. 그는 “연주자로서 늘 마지막 한 끗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지금은 하루 대부분을 음악에 집중할 수 있어 오히려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예술가로서의 삶에 집중하게 된 그는 또 다른 고민과 마주했다. 오랜 음악 활동에도 불구하고 대중과의 접점이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MI(Musicians Institute)를 졸업한 그는 국내외 주요 재즈·블루스 페스티벌과 공연 무대에서 활약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지만, 장르 특성상 대중과 직접 만날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그가 새로운 소통의 매개체로 선택한 것은 축구였다.
찰리정은 미국 유학 시절에도 조기축구회를 찾아다닐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며 팀 스포츠가 주는 연대감과 희열을 즐겼다고 한다.
그는 “축구는 결과를 넘어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스포츠”라며 “국가대표팀뿐 아니라 힘든 시기를 보내는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생각에서 탄생한 곡이 ‘오 글로리아’다. 웅장한 성가풍 사운드 위에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아낸 이 곡은 축구 팬들과 서포터즈 사이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찰리정의 대중 소통 행보는 공연으로도 이어진다. 오는 25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무브(SPACE MOVE)’에서는 국가대표팀 경기를 함께 응원하는 특별 콘서트가 열린다.
공연 장소인 상도동은 과거 그가 발표한 앨범 ‘상도블루스’의 배경이 된 지역으로, 찰리정은 자신의 음악적 출발점이 된 공간에서 관객들과 보다 가까이 호흡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연은 오전 10시 경기 시작 한시간 전 ‘찰리정 카이라쉬 밴드’의 라이브 공연으로 시작된다. 경기가 시작되면 참가자들이 함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국가대표팀 경기를 관람하고 하프타임 응원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찰리정은 “축구와 음악은 결국 사람을 하나로 연결하는 힘을 갖고 있다”며 “이번 공연이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것은 물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작은 용기와 위로가 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