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5일 북중미 월드컵 남아공전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발은 좋았지만, 반짝이었다. 아시아 축구가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회 초반 끈질긴 무패 흐름을 이어가며 주목받았으나, 조별리그 마감과 함께 화려한 겉포장이 벗겨졌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대폭 확대되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가 역대 최다인 9개국이나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토너먼트행 티켓을 거머쥔 곳은 일본과 호주 단 두 팀뿐이다. 4년 전 카타르 대회에서 3개국(한국·일본·호주)을 16강에 올리며 기세를 올렸던 아시아 축구가 완벽히 몰락했다.
AFP통신은 29일 이번 대회 조별리그를 결산하며 “확대 개편된 북중미 월드컵에서 아시아 축구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세계 축구 최정상급과의 격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라고 혹평했다.
■27경기 중 단 3승···아시안컵 4강 전멸 ‘우물 안 개구리’
이번 대회에서 AFC는 기존 4.5장에서 배가 늘어난 8.5장의 본선 티켓을 할당 받았다.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이라크까지 합류해 총 9개국(한국, 일본,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요르단, 카타르, 우즈베키스탄)이 북중미 땅을 밟았다.
대회 초반 한국이 체코를 잡는 승리를 시작으로 아시아 팀들의 무패 행진이 이어져 주목받았다. 하지만 잠깐 분 돌풍이었다. 조별리그를 마친 결과 아시아 국가들은 총 27경기 중 단 3승만 건지는 데 그쳤다. 승률로 치면 11% 대의 민망한 성적표다.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5일 북중미 월드컵 남아공전에서 패한 뒤 고개를 숙이며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2023 아시안컵에서 4강에 올랐던 팀들의 몰락이 뼈아팠다. ‘디펜딩 챔피언’ 카타르를 비롯해 준우승국 요르단, 그리고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각 조 최하위로 밀려났다. 이란 역시 3무승부로 조 3위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밀려 결국 아쉽게 짐을 쌌다. 가장 충격적인 탈락은 한국이다. 비겨도 조 2위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던 남아공전에 0-1로 패하며 아시아 팀 중 가장 먼저 승리를 거두고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아시아 자존심 살린 일본·호주
참담한 성적표 속에서 아시아의 자존심을 간신히 지킨 나라는 일본과 호주뿐이다. 일본은 네덜란드(2-2 무), 튀니지(4-0 승), 스웨덴(1-1 무)을 상대로 탄탄한 조직력을 과시하며 F조 2위(승점 5)로 32강에 안착했다. 호주 역시 튀르키예를 2-0으로 물리치고 파라과이와 0-0으로 비기며 D조 2위로 체면을 차렸다.
그러나 이들의 토너먼트 앞날 역시 가시밭길이다. 대진운이 좋지 않다. 특히 일본은 30일 오전 2시 미국 휴스턴에서 우승 후보 0순위인 브라질과 단판 매치를 벌여야 한다. 32강전 가장 빅매치로 세계의 관심을 받지만,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호주는 7월 4일 오전 3시 무함마드 살라흐가 버틴 이집트와 격돌한다.
일본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26일 북중미 월드컵 스웨덴전을 마치고 팬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모로코 출신인 자말 셀라미 요르단 감독은 이번 대회 아시아와 아프리카 축구의 희비에 대해 “아프리카 선수들은 유럽 주요 리그에서 경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르단이 더 나은 결과를 얻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더 강하고 경쟁적인 리그에서 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축구는 역대 최다 티켓을 배당을 받고도 세계 축구의 높은 벽만 실감했다. 아시아 축구팬들은 일본과 호주가 32강 토너먼트 무대에서 살아남아 자존심을 지켜주길 바라며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