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선빈이 지난 6월30일 광주 SSG전에서 통산 1798안타로 타이거즈 역대 최다 안타 기록을 세우자 전광판을 통해 기록이 소개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해태 타이거즈가 KIA 타이거즈로 바뀐 것은 2001년이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에서 해태로 19년 간 9번이나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던 타이거즈는 KIA 이름으로 3번 우승했다. 12년 만에 첫 우승한 2009년과 2017년, 그리고 2024년까지 세 번의 우승 시즌을 모두 뛰고 지금까지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가 딱 2명 있다. 투수 양현종(38)과 타자 김선빈(37)이다.
양현종과 달리 김선빈은 2009년 정규시즌 우승은 함께 일궜지만 한국시리즈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엔트리에서 탈락해 분한 나머지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TV로 보다 리모컨을 집어던졌다고 2024년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뒤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해 정규시즌 선배와 유격수 자리를 다퉜던 김선빈은 자신이 선배가 된 지금은 2루를 지키고 있다. KIA에서 양현종과 함께 야수 리더 김선빈의 존재감 역시 말할 필요가 없다.
해태 타이거즈에는 이 시대 야구의 관점으로 보면 ‘위인급’인 슈퍼스타들이 많았다. 그 중 투수 선동열과 타자 이종범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강한 팀이었던 해태를 이끈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제 양현종과 김선빈이 두 선배를 모두 넘어섰다.
지금과 같은 첨단 의료시설이나 과학의 도움을 받지 않고 보직이 분업화되지도 않았던 시절의 선동열은 10년만 뛰고 일본으로 진출했다. 타이거즈에서 누적 기록이 명성만큼 많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양현종은 이미 선동열, 이강철, 조계현 등 해태의 전설들과 빙그레의 레전드 정민철도 제치고 역대 탈삼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많이 던지고 가장 많이 이긴 투수 송진우의 뒤를 이어 다승과 이닝에서 역대 2위에 올라 있다. 양현종은 이제 타이거즈를 초월해 프로야구 역사를 쓰는 투수다.
KIA 양현종이 지난 6월18일 광주 LG전에서 통산 190승을 거두자 전광판에 기록이 소개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지난 6월30일 김선빈이 타자로서 양현종과 같은 길로 접어들었다. 이날 2안타를 친 김선빈은 통산 1798안타를 기록, 이종범(1797안타)을 넘어 역대 타이거즈 타자 최다 안타를 기록했다. 이종범은 1993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에서 뛴 3년을 제외하고 16시즌 간 1706경기를 뛰었다. 2008년 입단한 김선빈은 군 복무 1년을 제외하고 18년 간 1785경기에서 기록을 쌓았다.
리그 역대급으로 분류되는 양현종 만큼이나 김선빈의 이 프랜차이즈 기록이 대단한 이유는 넘어선 상대가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팀에서 꾸준히 뛰어온 그 경력에도 있다. FA 대박이 쏟아지는 이 시대 프로야구에서는 20년 선수 생활을 하는 타자는 많지만 20년을 한 팀에서만 뛰는 타자는 찾기 힘들다. 김선빈 역시 두 번의 FA계약을 했지만 KIA에서만 뛰고 있다. 다른 팀에 가서는 우승을 위해 던질 자신이 없다는 양현종만큼이나 한결같다.
김선빈은 이 기록을 굉장히 영광스럽게 여긴다. “이종범 선배님이 일본에 안 가시고 계속 계셨더라면 더 많은 안타를 치셨을 테고, (김)도영이가 메이저리그 안 가면 또 금방 이 기록은 깰 것”이라면서도 “야구를 오래 하고 싶다. 한 팀에서 이렇게 많은 경기에 나가 기록을 낼 수 있다는 자체가 진짜 큰 행복이다.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KIA 김선빈이 지난 6월30일 광주 SSG전에서 통산 1798안타로 타이거즈 최다 안타 기록을 세우자 이범호 KIA 감독이 축하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프로야구가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 명성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쌓아올린 역사와 그 안의 이야기들 때문이다. 지나온 시간 만큼 선수와 구단과 팬들 간 추억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우리 구단의 역사를 소중히 여기고 타 구단의 역사를 서로 존중한다. “예전 무등구장에서는 내가 역전타를 쳐서 승부를 뒤집으면 관중들이 울면서 ‘김대중’을 연호했었다”던 이종범의 추억처럼, 2024년 KIA가 광주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순간 ‘시대의 아픔을 야구로 승화시킨 도시’라며 타이거즈 올드팬들을 먹먹하게 했던 어느 캐스터의 우승콜처럼, 타이거즈와 10개 구단과 프로야구에는 아주 오랫동안 쌓아온 역사가 있다.
양현종과 김선빈 모두 학창시절부터 그런 역사를 보고 타이거즈 선수가 되고 싶다 꿈꿨다. 구단의 역사 안에 소속돼 그 대를 이으려고 노력하며 성공한 프로야구 선수로서 리그 최고가 됐다. 이제 많은 꿈나무들이 양현종과 김선빈을 보며 미래를 꿈꾼다. 프로야구의 일원이 되고 싶다면 역사를 제대로 알고자 노력하고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마음부터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