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티즈가 만든 K팝 퍼포먼스의 뉴 웨이브

입력 : 2026.07.0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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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할리우드 배우 체이스 인피니티가 채운 순간의 여백

에이티즈(ATEEZ) ‘BAD’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에이티즈(ATEEZ) ‘BAD’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점은 순간의 성공이다. 선은 시간이 만든 결과다. 점은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사라진다. 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점이 반복되면 하나의 흐름이 된다. 사람들은 그 흐름을 트렌드라 부른다. 지난 26일 발표된 에이티즈(ATEEZ)의 미니 14집 ‘GOLDEN HOUR : Part.5’는 그 점과 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지금 K팝의 경쟁력은 히트곡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앨범을 어떻게 경험하게 하는가, 그리고 그 경험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에이티즈는 그 변화를 따라가는 팀이 아니라, 자신만의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에이티즈는 K팝의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팀이다. 2018년 데뷔한 이들은 미국 빌보드 200 차트에서 여섯 작품 연속 톱10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퍼포먼스 그룹으로 성장했다. 중소 기획사에서 출발했지만, 북미와 유럽 투어를 성공적으로 이어왔고, 글로벌 팬덤 역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그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타이틀곡 ‘BAD’다.

브라질리언 펑크를 기반으로 한 리듬과 라틴 감성의 사운드, 반복되는 후렴은 단순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가사는 의외로 단순하다.

“She’s so bad.”

반복되는 한 문장이 전부인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뮤직비디오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눈빛과 표정, 몸의 방향, 서로를 향해 다가가고 멀어지는 움직임이 말보다 많은 감정을 전한다.

여기에 할리우드 배우 체이스 인피니티(Chase Infiniti)의 출연은 영민한 선택이었다. 중요한 것은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녀는 연기의 에너지를 더하고, 에이티즈는 춤으로 그 감정을 완성한다. 그리고 뮤직비디오 속 ‘순간의 여백’은 댄스 크루 출신인 그녀를 선택한 이유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전 컬럼에서도 K팝 퍼포먼스를 ‘움직임의 언어(Language of Movement)’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BAD’는 그 생각을 다시 확인하게 만든 작품이다. 음악과 퍼포먼스, 그리고 세계관이 서사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해외 음악 매체들도 비슷한 시선을 보내왔다.

빌보드(Billboard)는 에이티즈를 강렬한 안무와 압도적인 무대 장악력을 갖춘 퍼포먼스 그룹으로 평가했고, 영국 음악 매체 클래시(Clash)는 “모든 퍼포먼스 안에 하나의 이야기가 짜여 있는 무대”라고 표현했다.

그 평가는 이번 신보 활동에서도 이어진다. 지난 28일 영국 ‘브리티시 서머 타임 하이드 파크(British Summer Time Hyde Park)’에서 ‘BAD’의 첫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고, 7월에는 미국 대표 토크쇼 ‘켈리 클라크슨 쇼(The Kelly Clarkson Show)’ 출연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VR 콘서트를 리마스터한 극장판 ‘라이트 더 웨이(LIGHT THE WAY)’는 오는 8월 국내 극장에서 공개된다.

에이티즈의 진화는 무대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홍중(HONGJOONG)은 DJ로 글로벌 EDM 페스티벌 무대에 서고, 성화(SEONGHWA)와 민기(MINGI)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는다. 팀 안에서는 하나의 세계관을 완성하지만, 팀 밖에서는 각자의 색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그 경험은 다시 에이티즈라는 이름으로 돌아와 팀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개인이 팀을 넓히고, 팀이 다시 개인을 빛나게 하는 선순환. 이것이 그들이 진화하는 방식이다.

팬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BAD’ 오피셜 뮤직비디오의 댓글을 읽어보니 “노래가 좋다”보다 “영화 같다”, “춤으로 이야기를 한다”, “한 편의 퍼포먼스 필름 같다”는 반응이 훨씬 많았다. 팬들이 기억한 것은 노래가 아니라, 움직임으로 완성된 세계였다.

트렌드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는 선택과 움직임이 하나의 시대를 만든다. 지금 에이티즈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그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음악과 퍼포먼스, 공연과 영화의 경계를 넓혀 갈, 그들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 본다.

재)좋은예술문화재단 ‘공연과 사람’ 연구소장 | 레오 강

재)좋은예술문화재단 ‘공연과 사람’ 연구소장 | 레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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