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는 드라마 끝판왕…‘좀비축구’ 벨기에

입력 : 2026.07.0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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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41분 추격골→3분 뒤 동점골…

연장 막판 극장골로 세네갈에 3-2 승

벨기에 선수들이 2일 북중미 월드컵 32강 세네갈전에서 연장 끝에 승리한 뒤 활짝 웃으며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벨기에 선수들이 2일 북중미 월드컵 32강 세네갈전에서 연장 끝에 승리한 뒤 활짝 웃으며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쪽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고, 다른 한쪽은 다 잡은 승리를 또 놓쳤다.

벨기에는 기적 같은 대역전극으로 살아남았고, 세네갈은 불과 반년 사이 메이저대회에서 다시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눈물을 흘렸다. 축구는 각본 없는 영화다.

벨기에는 2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루멘필드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세네갈에 0-2로 끌려가다 경기 막판 세 골을 몰아쳐 연장 끝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2018년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인 3위에 올랐던 벨기에는 직전 2022년 카타르 대회 땐 조별리그 탈락했으나 이번 대회에선 토너먼트에 진출해 첫판 승리를 챙겼다.

이번 승리는 더욱 극적이다. 벨기에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초반 두 경기에서 이집트(1-1), 이란(0-0)과 잇따라 비기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현지 언론에서는 “황금세대의 시대가 끝났다”, “이번에도 조기 탈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랐다.

그러나 마지막 뉴질랜드전에서 5-1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반전시킨 벨기에는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도 기적을 만들어냈다.

세네갈을 상대로는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전반부터 압박에 밀렸고, 하비브 디아라와 이스마일라 사르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0-2까지 끌려갔다. 세네갈은 골대까지 두 차례 맞히며 벨기에를 완전히 몰아붙였다.

하지만 루디 가르시아 감독의 승부수가 통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된 로멜루 루카쿠가 공격의 흐름을 바꿨다. 루카쿠는 후반 41분 추격골을 터뜨렸고, 3분 뒤 유리 틸레만스가 극적인 헤더 동점골을 넣었다.

승부는 연장에서도 쉽게 끝나지 않았다. 승부차기가 유력했던 연장 후반 추가시간 VAR이 라민 카마라의 파울을 확인했고, 벨기에는 페널티킥을 얻었다. 주장 틸레만스가 이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3-2 대역전극의 마침표를 찍었다.

AP통신은 “월드컵 토너먼트 역사에서 두 골 차 열세를 뒤집고 살아남은 사례는 이번이 단 두 번째”라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첫 번째도 2018년 일본전에서 0-2를 뒤집은 벨기에였다.

경기 후 틸레만스는 “벤치 멤버들이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이 승리의 이유였다”고 말했다. 루디 가르시아 감독 역시 “선수들이 벨기에다운 정신력을 보여줬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반대로 세네갈은 또 한 번 가장 아픈 패배를 경험했다.

이날 세네갈은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승자였다. 전반부터 벨기에를 압도했고, 2-0 리드에 골대까지 두 번 맞히며 16강 진출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마지막 몇 분을 버티지 못했다. 파프 티아우 감독은 “선수들에게 너무 가혹한 결과”라며 “90분 넘게 잘 싸웠지만 축구는 마지막 휘슬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배웠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눈물은 올해 초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결승의 악몽과 겹쳐 더욱 쓰라렸다. 세네갈은 지난 1월 개최국 모로코와의 결승에서 연장 끝에 1-0으로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모로코에 페널티킥이 선언되자 판정에 항의하며 선수단이 약 14분간 그라운드를 떠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경기는 재개됐고, 브라힘 디아스의 페널티킥을 에두아르 멘디가 막아낸 뒤 연장에서 결승골을 넣어 우승했다.

하지만 두 달 뒤 결과는 뒤집혔다. 모로코축구협회의 항소를 받아들인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항소위원회는 세네갈이 경기장을 이탈한 행위가 대회 규정 82조와 84조를 위반했다며 1-0 승리를 취소하고 모로코의 3-0 몰수승을 선언했다. 세네갈은 이미 들어 올린 우승컵을 행정 결정으로 잃었고, 현재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한 상태다. 세네갈축구협회는 당시 이를 “축구 역사상 가장 부당한 행정적 강탈”이라고 반발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역전패를 당하며 메이저대회 2회 연속 가장 쓰라린 탈락을 맛봤다.

축구 전문 매체 ‘433’은 경기 직후 “네이션스컵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세네갈이 다시 한 번 가슴 아픈 결말을 맞았다”며 올해 세네갈이 겪은 두 번의 비극을 함께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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