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잘싸’란 이런 것, 챔피언 상대로 물러서지 않는 용기···카보베르데의 찬란한 월드컵 ‘박수와 함께 동화로’

입력 : 2026.07.0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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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보베르데 선수들이 4일 북중미 월드컵 32강 아르헨티나전에서 2-2가 되는 동점골을 터뜨린 뒤 함께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카보베르데 선수들이 4일 북중미 월드컵 32강 아르헨티나전에서 2-2가 되는 동점골을 터뜨린 뒤 함께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패배에도 전 세계 축구팬의 박수가 쏟아졌다.

월드컵 데뷔 무대에서 세계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연장전까지 몰아붙인 카보베르데가 비록 32강에서 여정을 마쳤지만, 이번 대회 가장 아름다운 ‘언더독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남았다.

카보베르데는 4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아르헨티나와 연장 혈투 끝에 2-3으로 석패했다.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디펜딩 챔피언을 두 차례나 따라붙으며 승부차기 직전까지 몰고 갔지만, 연장 후반 자책골 하나에 운명이 갈렸다.

그러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세계 축구계의 시선은 승자인 아르헨티나보다 패자 카보베르데를 향했다.

로이터는 “월드컵 데뷔국이 세계 챔피언을 공포에 몰아넣었다”며 “카보베르데는 탈락했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게 무대를 떠났다”고 평가했다.

카보베르데 축구팬들이 4일 자국 프라이아의 광장에서 북중미 월드컵 32강 아르헨티나전을 뜨겁게 응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카보베르데 축구팬들이 4일 자국 프라이아의 광장에서 북중미 월드컵 32강 아르헨티나전을 뜨겁게 응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페드루 부비스타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울고 있었지만 나는 그 눈물이 자랑스러웠다”며 “우리는 단지 축구를 한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세계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대회 전만 해도 카보베르데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인구 약 53만 명의 대서양 섬나라 카보베르데의 이름조차 생소했다. 포르투갈 식민지로 500여년간 지내다 1975년 독립한 카보베르데는 1986년 FIFA에 가입한 뒤 2000년대 들어서 월드컵 문을 꾸준히 두드린 끝에 이번에 처음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월드컵 첫 출전 자체가 기적이었다.

하지만 조별리그부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우승 후보 스페인과 0-0으로 비겼고, 우루과이와도 승점을 나눴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를 막아내며 무패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작은 나라 가운데 하나가 첫 출전에서 32강까지 오른 것이다. 40세 골키퍼 보지냐는 엄청난 선방쇼로 세계 축구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일약 이번 대회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가 4일 북중미 월드컵 32강 아르헨티나전을 패한 뒤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가 4일 북중미 월드컵 32강 아르헨티나전을 패한 뒤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카보베르데는 챔피언을 상대로도 겁먹지 않았다. 메시를 의식해 수비 라인을 내리기보다 평소처럼 강한 압박과 빠른 역습을 펼쳤다. 두 차례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마저 “월드컵에서는 쉬운 경기가 없다. 카보베르데는 우리를 정말 힘들게 했다”고 인정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패했지만 이번 월드컵의 가장 큰 발견”이라며 “유럽 2부리그와 디아스포라 출신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조직력과 용기로 세계를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또 “월드컵은 작은 나라에도 꿈을 허락하는 무대라는 사실을 카보베르데가 증명했다”고 전했다.

경기 후 아르헨티나 선수들도 카보베르데를 향해 존경을 보냈다.

메시는 “생각보다 훨씬 힘든 경기였다. 그들은 끝까지 우리를 괴롭혔다”며 “우리는 고쳐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세계 챔피언조차 약점을 돌아보게 만든 상대가 바로 카보베르데였다.

카보베르데의 동화는 32강에서 막을 내렸지만 누구도 그들을 실패한 팀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첫 월드컵에서 무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세계 최강과의 토너먼트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용기는 월드컵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카보베르데 부비스타 감독이 4일 북중미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32강전 패배 후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카보베르데 부비스타 감독이 4일 북중미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32강전 패배 후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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