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지성 K-축구 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 최휘영 장관 인스타그램 캡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참사 이후 한국 축구계가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분노한 여론을 달래기 위해 대한축구협회와 정부가 각각 사태 수습과 인적 쇄신책을 들고나왔으나, 사전 조율 없는 ‘각자도생식’ 행보를 보이면서 시작부터 엇박자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일 홈페이지를 통해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뒤늦게 발표했다. 정몽규 회장의 사임과 홍명보 감독의 자진사퇴로 수뇌부가 마비된 상황에서 협회는 “이번 실패를 성찰의 계기로 삼고 대표팀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협회는 이날 즉각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차기 사령탑 선임 절차와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비 체제 구축 등 당면한 일정 소화를 위한 독자적인 수습에 착수했다. 정관에 따라 60일 이내에 치러야 하는 차기 회장 선거 제도 개선 논의도 함께 개시됐다. 그러나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인적 청산과 구조적 개혁에 대한 구체적 비전 없이, 기존 전력강화위 체제를 그대로 가동해 차기 감독 선임이라는 기술적 절차만 서둘러 이어가려 한다는 ‘면피성 대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축구협회의 이 같은 움직임과는 별개로, 정부는 강력한 행정 개혁의 칼을 빼 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한국 축구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뿌리부터 수술하기 위한 한시적 기구인 ‘K-축구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전격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번 혁신위는 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한국 축구의 전설인 박지성 국제축구연맹(FIFA) 분과위 위원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나선다. 여기에 이영표, 박주호 등 축구계의 신망이 두터운 레전드 행정가 및 해설위원들이 대거 합류해 힘을 보탠다. 정부 주도의 혁신위는 단순히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를 넘어 축구협회의 불투명한 행정 체계 개선, 유소년 육성 시스템 전면 개편 등 한국 축구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전방위적 감시와 제도 개혁을 공언한 상태다.
문제는 월드컵 참사 수습을 위한 양대 축인 축구협회와 정부가 상호 교감 없이 완전히 갈라진 채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축구협회 행정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인물들을 중심으로 혁신위를 꾸려 압박 수위를 높이자, 협회 내부에서는 정부의 개입에 다소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자체 후속 절차에 돌입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역시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의 부실을 캐묻는 청문회를 예고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영표 K-축구 혁신위원회 위원. 최휘영 장관 인스타그램 캡처
체육계 전문가들은 이런 ‘따로 국밥’식 대응이 계속될 경우 차기 감독 선임은 물론 장기적인 축구 발전 청사진 마련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