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박재현. KIA 타이거즈 제공
KIA는 지난 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전에서 3-5로 뒤지다 8회말 1점을 따라갔다. 1점 차 뒤진 9회말에는 선두타자로 나간 8번타자 박재현이 장타를 치고 과감하게 3루까지 달려 안착했다. 무사 3루, 박재현의 패기 주루로 최소한 동점은 확보한 듯 출발한 9회말의 끝은 패배였다. KIA는 득점하지 못했다.
9번 타자 김규성이 외야에 타구를 띄웠지만 비교적 짧았고 NC 좌익수 권희동의 포구 뒤 송구가 워낙 좋았다. 홈으로 뛰려던 박재현을 3루 고영민 주루코치가 급히 막아세웠다. 발이 빠른 박재현은 늘 전력질주를 한다. 아쉽게 한 번 기회를 놓친 박재현은 홈으로 들어가 동점을 만들 생각만 하고 있었던 듯, 그 직후 황당한 실수를 하고 말았다.
1번 타자 김호령도 외야에 타구를 띄웠다. 이번에는 여유있었다. 그런데 3루에서 이미 리드를 떼고 있던 박재현이 그대로 홈으로 달렸다. 1사 3루였지만 리터치 없이 뛴 박재현은 홈에 거의 다 가서야 김호령과 동료들의 아우성에 정신을 차린듯 뒤돌아 다시 3루로 전력질주했다. 무사 혹은 1사에서 3루주자는 외야로 뜬공이 갈 때 베이스에 붙어 태그업을 노리는 것이 기본이다. 3루 베이스에서 떨어져 있던 박재현은 달리기부터 했다. 3루로 돌아가 간신히 세이프 됐지만 사실상 KIA는 여기서 졌다.
지난 2일 SSG전 승부를 끝낸 KIA 박상준. KIA 타이거즈 제공
KIA는 전날에도 NC에 3-11로 졌다. 1-3으로 뒤지다 3-3으로 따라붙은 4회말 2사 1·2루에서, 직전 동점 적시타를 친 1루주자 박상준이 견제사를 당했다. 견제를 생각도 못했던 듯 꼼짝 못하고 아웃, 이닝이 끝났다. 상대 선발 구창모는 연타를 맞던 중이었다. 투수가 좌완인데 1루 주자가 견제에 대비조차 않고 있던 실수로 KIA의 역전 찬스는 사라졌고 구창모는 부활했다. 이후 KIA는 1점도 추가하지 못했다.
박재현은 2006년생으로 올해 2년 차다. 박상준은 2001년생이지만 1군에서 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의욕은 넘치는데 경험이 부족한 이 젊은 선수들은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 이범호 감독은 박상준이 견제사를 당한 3일 경기 뒤 코치들과 미팅에서 “코치들이 같이 흥분하면 안된다. 젊은 선수들은 조심시켜달라”고 당부했다. 4일 경기 전 취재진에게 이런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감독의 경기 전후 인터뷰에는 선수단을 향한 간접적인 메시지가 때때로 포함된다. 그런데도 이날 본헤드플레이가 또 나왔다.
KIA 박재현. KIA 타이거즈 제공
KIA는 사실상 지난해부터 세대교체 과정에 있다. 라인업을 비교하면 지난해와도 완전히 다르다. 4일 선발 출전한 국내 타자 8명 중 5명이 20대다. 김도영을 제외하면 풀타임 시즌을 1군에서 주전으로 뛴 경험은 없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세대교체의 대가’ ‘성장통’ 정도로 위로 삼기에는 너무 턱 없는 본헤드플레이고, 7위 NC에게 당한 3~4일의 2패도 너무 치명적이다.
갑자기 젊은 선수들이 많아진 KIA는 올시즌 긍정적인 분위기 상승 효과를 얻고 있었다. 특히 텐션이 높은 막내 선수 박재현은 그 중심에 있다. 타격, 수비, 주루에서 모두 빼어난 재능을 가졌고 전반기 크게 활약하며 KIA의 순위싸움을 이끌어 차세대 리드오프로 기대를 키웠다. 덕분에 KIA는 더그아웃 분위기가 가장 좋은 팀으로도 꼽힌다. 그러나 그 부작용 중 하나가 결정적일 때 나와 치명적인 1패로 이어졌다. 아끼는 후배들이 긴장감 갖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분위기는 선수단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박재현의 실수에 바로 옆에 있던 3루 코치도 비난을 받았다. 막내가 잘못하면 선수단 전체가 고역을 치른다. 반면 기본을 잊은 실수를 할 때 베테랑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도 젊은 선수들이 인지해야 한다. 경기 디테일은 다르지만, 지난 5월 8일 LG전에서 한화 하주석이 9회말 1사 2·3루 외야플라이에 리터치 없이 달리려다 귀루, 득점하지 못했다. 프로 15년 차인 하주석은 다음날 바로 2군에 갔고 아직도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