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6일 사임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책임론의 중심에 섰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공식 사임서를 제출하고 13년여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이한 한국 축구가 차기 수뇌부 구성을 위한 분수령에 선 가운데,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현행 간선제 형태의 폐쇄적 선거 구조 혁파와 함께 축구인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축구협회는 6일 정몽규 회장이 공식 사임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월드컵 종료 후 자진 사퇴를 예고했던 정 회장은 이로써 2013년 1월 제52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13년 5개월 동안 이어온 축구협회장직에서 공식적으로 내려오게 됐다. 정 회장은 사퇴 인사말에서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과 영광만을 바라보며 달렸지만, 때로는 깊은 실망을 안겨드리기도 했다”며 “모든 영광과 성과는 선수들과 팬 여러분 덕분이며, 모든 부족함과 과오는 오롯이 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의 사임에 따라 축구협회는 정관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에 차기 회장을 선출해야 하는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 회장의 사퇴와 동시에 차기 회장 선거 방식을 둘러싼 축구계 안팎의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며 한국 축구는 거대한 개혁의 소용돌이에 직면했다.
이근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회장. 선수협 제공
정 회장의 사임 조치가 내려진 직후, 선수협은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축구협회장 선출 방식을 전면 개혁할 것을 촉구했다. 이근호 선수협 회장은 성명을 통해 “대한축구협회의 폐쇄적인 선거 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면서 현행 간선제 제도의 해묵은 병폐를 정조준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축구협회장 선거는 소수의 선거인단만 참여하는 폐쇄적인 구조 탓에 현장 선수들과 축구인들의 목소리를 전혀 대변하지 못했다”라며 “정 회장의 사퇴가 단순한 인적 교체에 그치지 않으려면, 관련 축구인 모두가 투표권을 갖는 실질적인 ‘축구인 직선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축구협회 정관상 회장 선거는 대의원 및 선거인단 200여명 등 소수 인원만 참여하는 간접 선거제로 치러져 ‘체육관 선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선수협은 이러한 기득권 중심의 표 독식 구조를 깨고 만 19세 이상의 모든 지도자, 선수, 심판 등 등록 축구인 모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민주적 직선제 확립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북중미 월드컵 체코전 이후 이태석을 격려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정몽규 회장 SNS
특히 이번 성명에서 이근호 회장과 선수협은 선거 제도 개혁과 더불어 국내 분쟁 해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인 ‘국내분쟁해결기구(NDRC·National Dispute Resolution Chamber)’의 조속한 도입을 강력히 촉구했다. NDRC는 구단과 선수 간의 계약 분쟁, 임금 체불 등 국내 축구계 내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독립적 기구다. 선수협은 “그동안 선수들이 부당한 대우나 분쟁에 휘말려도 이를 투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자체 기구가 미비해 많은 선수가 불이익을 당해왔다”고 지적하며, 진정한 축구 재건을 위해서는 행정 수뇌부 교체뿐만 아니라 선수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NDRC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