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지난 30일 북중미 월드컵 32강 브라질전에서 패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Getty Images코리아
일본 축구대표팀을 8년간 이끌며 메이저 대회마다 강한 인상을 남긴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58)이 ‘6개월 단기 계약’이라는 다소 굴욕적일 수 있는 제안을 전격 수락했다. 내년 1월 아시안컵 성적과 관계없이 내년 봄에는 무조건 지휘봉을 내려놓는 한시적 동행이다. 일본 축구협회의 강력한 세대교체 및 개혁 의지가 드러난 대목이다.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닛칸스포츠’는 9일 복수의 협회 관계자를 인용해 “미야모토 쓰네야스 일본축구협회장이 모리야스 감독에게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만 팀을 맡아달라는 한시적 유임을 요청했고, 모리야스 감독이 이를 최종 수락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번 계약의 골자는 냉정하다. 모리야스 감독은 내년 1월 7일부터 2월 5일까지 열리는 아시안컵까지만 대표팀을 지휘하며, 설령 이 대회에서 일본을 우승으로 이끌더라도 내년 3월에는 새로운 사령탑에게 자리를 넘기고 무조건 물러나야 한다.
일본 마에다 다이젠이 26일 북중미 월드컵 스웨덴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결정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8년 지휘봉을 잡은 모리야스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꺾고 16강 신화를 쓴 데 이어,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비록 32강전에서 브라질에 패했지만 세계 강호를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쳐 주목받았다.
그러나 협회 수뇌부는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기술 개혁을 이끌 새로운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당장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만큼,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까지만 모리야스 감독에게 ‘긴급 소방수’ 역할을 맡기는 짜내기식 타협안을 낸 것이다.
일본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모리야스 감독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협회의 6개월 단기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준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협회 입장에서는 아시안컵이라는 메이저 대회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내년 3월 A매치 기간에 맞춰 완벽하게 준비된 새 감독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다만 오는 9월 A매치부터 아시안컵 결승까지 치른다면 13경기를 이끌어야 할 대표팀 감독이 임기 종료가 예정된 채로 제대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축구대표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AFP연합뉴스
이 같은 소식이 야후 재팬 등을 통해 전해지자 일본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지 팬들은 “아시안컵에서 우승해도 경질이라는 조건은 너무 가혹하다”며 감독을 동정하는 여론과 함께, “협회의 개혁 의지와 결단력을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