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선을 넘었던 찰나의 순간들을 통해 다시 보는 아슬아슬하고도 재미있는 화가와 명화 이야기
이 책은 19세기 후반 모더니즘 시대 누드화를 놓고 벌어진 예술과 검열의 세계, 그 현장을 되짚으며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는 ‘선 넘는 미술사’의 현장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 쓰였다.
오랫동안 신화와 종교의 언어로 포장된 이상적인 몸을 그렸던 누드화는 근대로 접어들면서 몇몇의 화가들을 통해 조금씩 베일을 벗고, 때로는 추하고 욕망에 가득 찬 몸을 드러내는 담대한 표현 기법으로 활용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예술과 외설 사이의 논쟁이 벌어졌고, 나체는 더 이상 찬미의 대상이 아니라 공포의 대상이 된다.
근대화의 법과 종교가 들어오면서 판사들은 예술가들의 그림을 끊임없이 검열하며 위험하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당대의 예술가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해서 선을 넘었고, 끊임없이 자신들만의 누드화를 그렸으며, 아이니하게도 현재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매우 유명한 예술가들, 에곤 실레, 구스타프 클림트, 에두아르 마네, 귀스타브 쿠르베,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이 이 시대를 살았다.
누드와 외설 사이, 예술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시차가 존재한다지만, 왜 어떤 예술은 검열되어야만 했을까? 《선 넘는 미술사》는 그 질문에서 출발해 예술이 때로 어떻게 통제되었고 왜 위협으로 간주되었는지, 예술가들은 어떻게 저항하며 예술이 영역을 확대했는지에 대해 들여다보고자 한 매우 흥미로운 결과물이다.
에곤 실레, 구스타프 클림트, 에두아르 마네, 귀스타브 쿠르베,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 모더니즘 시대의 문제작부터 오늘날의 논쟁적 작품까지 미술사에 거대한 업적을 남긴 예술가들이 그린 누드화는 예술일까, 외설일까?
“이게 예술이라고? 널 체포한다!”
1912년 4월, 오스트리아의 한 젊은 화가가 체포된다. 그의 이름은 에곤 실레. 체포 사유는 너무나도 노골적이었던 나체 그림들 때문이었다. 그가 그린 나체는 유럽의 대형 미술관에 당당하게 걸린, 고전적 이상미가 구현된 아름답고 우아한 누드화와는 달랐다. 인체는 뒤틀리고 적나라하며 성적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당국은 그의 드로잉을 ‘외설물’이라 규정하고 압수했으며, 실레는 차가운 감옥에 갇힌 채 재판을 기다려야 했다. 공판 중에 재판장은 그의 그림 한 점을 법정에서 직접 불태우면서 ‘공공의 도덕을 타락시키는 것’이라 선언했다. 에곤 실레는 항변했다. “제가 에로틱한 성격의 드로잉과 수채화를 그린 것은 부정하지 않습니다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예술 작품입니다. 에로틱한 그림을 그린 예술가가 저 말고 없습니까?”
하지만 이렇게 ‘음란물’ 또는 ‘포르노’로 낙인찍혀 퇴출됐던 실레의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몇십 년 후, 현대미술의 걸작으로 격상돼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고 세계 주요 현대 미술관에 당당히 걸리게 된다. 그렇다면 진짜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은 늘 시대와 불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책은 금기를 깨고 세상에 거침없이 도전했던 당대의 젊은 예술가들이 남겼던 누드화를 둘러싼 모든 논쟁과 스캔들이 역사 속에서 예술의 경계를 어떻게 조금씩 무너뜨리고 확장해왔는지를 들여다보는 여정의 기록이다. 저자는 흔히 예술이라 하면 정숙한 전시관 속 고풍스럽게 걸린 명화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실상 수많은 액자 뒤편에는 훨씬 더 격렬하고 혼란스러운 사연들이 숨겨져 있다는 진실을 보여주고자 한다. 유럽의 각종 전시장은 물론 개인 화실을 넘나들며, 당대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사회의 규범과 한계에 도전했고, 세상은 또 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예술은 언제 외설이 되는가? 또 그 경계는 과연 누가 결정하는가?”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일 수밖에 없다. 오늘의 걸작이 어제의 스캔들이었고, 오늘의 문화유산이 어제의 범죄로 취급받았던 걸 되돌아보면, 표현의 자유라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렵게 쟁취되어온 것인지, 또 얼마나 쉽게도 무너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새롭게 사유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결국 우리가 들여다본 것은 그림 속 인물이 아니라, 시대를 규정해온 우리 자신과 사회의 시선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지은이 이지호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을 사랑했고, 그 사랑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로 이어졌다.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chool of Visual Arts)에서 현대미술사와 철학, 조소와 회화를 공부하며 예술가의 시선에 몰입했고, 20세기 미국 디자인을 대표하는 거장 조지 처니(George Tscherny)의 조수로 일하면서, 수십 년을 창조와 후학 양성에 바친 장인의 손끝에서 나오는 예술가의 신념을 배웠다. 이후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로 옮겨 아트&테크놀로지, 미디어아트를 넘나들며 전통 미술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 과정에 대해 공부했다.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들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하며, 틈틈이 한국과 미국의 미술관과 전시 현장을 누볐다. 귀국 후에는 대한민국 대표 현대미술 기획사무소 숨 프로젝트에서 근무하며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럭스: 시적 해상도>, <홍콩 아트바젤 투어> 등 다수의 국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영문 도슨트와 전시 번역, 행사 관리 등 전시 전 과정을 경험하며 예술을 어떻게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전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동시에 연세대학교 글로벌 MBA 과정을 밟으며, 한경아르떼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