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저스틴 벌랜더. 게티이미지
사이영상만 3차례, 메이저리그(MLB) 최강의 철완이 마운드를 떠난다. 디트로이트 저스틴 벌랜더(43)이 이제 공을 내려놓는다.
벌랜더는 9일 “2026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벌랜더는 고관절과 햄스트링을 다쳐 60일 부상자 명단(IL)에 올라있다. 올시즌 그는 딱 1차례 선발 등판해 3.2이닝 5실점 했다. 벌랜더는 남은 시즌 ‘은퇴 투어’를 진행하며 리그 모든 팬에게 작별을 전할 예정이다. 2005시즌 디트로이트에서 데뷔한 그는 올해까지 빅리그에서 21시즌을 뛰었다. 커리어의 처음과 끝을 모두 디트로이트에서 장식한다.
벌랜더는 올해까지 통산 556경기 모두 선발로 나가 3571.1이닝 동안 평균자책 3.33에 266승 159패 3554탈삼진을 기록했다. 2006시즌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을 차지했고 2011, 2019, 2022시즌 사이영상을 따냈다. 커리어 하이는 사이영상과 MVP를 석권한 2011시즌이다. 그해 벌랜더는 평균자책 2.40에 24승 250탈삼진으로 투수 3관왕(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했다.
은퇴 성명에서 그는 “기록이나 숫자, 달력의 날짜 때문에 은퇴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야구가 내게 ‘이제 그만할 때’라고 말해주길 바랐다”며 “지난 몇 달 동안, 그 시간이 왔다는 걸 깨달았다. 남은 시즌동안 팀을 위해 모든 걸 쏟겠지만 올해가 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벌랜더는 명예의전당(HOF)을 사실상 확정한 투수다. 여러 차례 화려한 시즌을 보냈고, 누구보다 꾸준했다. 무엇보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한다는 선발 투수의 덕목에 가장 충실한 투수였다. 2007시즌 201.2이닝을 시작으로 2019시즌 223이닝까지 13년 동안 12차례나 시즌 200이닝을 넘겼다. 2011시즌은 무려 251이닝을 던졌다.
벌랜더는 ‘할 수 있는 한 마운드 위에서 버티는’ 선발 투수의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MLB 각 구단은 선발에게 ‘긴 이닝’이 아닌 ‘최소 실점’을 요구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2004년 전체 2순위로 디트로이트 유니폼을 입은 벌랜더는 2017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기 전까지 구단을 대표하는 얼굴로 활약했다. 절대적 에이스로 마운드를 지키며 2011~2014년 디트로이트의 4시즌 연속 지구 우승을 이끌었다. 디트로이트에서 월드시리즈 반지를 얻지 못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벌랜더는 휴스턴 시절이던 2017, 2022시즌 2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디트로이트 저스틴 벌랜더. 게티이미지
디트로이트를 떠나 휴스턴, 뉴욕 메츠, 샌프란시스코에서 커리어를 이어 온 벌랜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디트로이트로 돌아왔다. 어쩌면 올 시즌이 마지막임을 직감했기 때문에 나온 선택이었는지도 몰랐다. 벌랜더는 은퇴 성명에서 “내 모든 것이 시작된 디트로이트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건 더없이 뜻깊은 일”이라고 했다.
리그에서 가장 내구성 강한 벌랜더였지만 그 역시 세월의 흐름을 이길 수는 없었다. 올해로 43세, 이미 수년 전부터 전에 없던 부상들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벌랜더는 “내 몸은 예전처럼 내가 버틸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오래도록 나를 지탱해줬던 오른팔은 지금도 아주 좋지만, 신체 다른 부분들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벌랜더는 클레이턴 커쇼, 맥스 셔저, 잭 그레인키와 함께 21세기 MLB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였다. 명예의전당을 예약한 이들 4인방은 한국 팬들에게도 ‘커벌셔그’로 불리며 시대를 대표하는 투수들로 인정 받았다. 이제 그 4인방의 시대도 종언을 고하고 있다. 커쇼와 그레인키가 이미 은퇴했고, 벌랜더의 시즌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셔저(토론토) 한 사람이 남았지만 그의 남은 커리어 역시 길지 않다.
MLB 사무국은 벌랜더의 은퇴 선언 바로 전 그를 올스타전 ‘레전드 픽’으로 선정했다. 벌랜더가 지난 21년 동안 빅리그에서 쌓은 업적을 기리는 조치다. 벌랜더는 오는 15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서 팬들에게 인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