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은 다양성으로 더 강해진다

입력 : 2026.07.0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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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팬들은 ‘같은 아이돌’이 아니라 ‘다른 가치’를 선택한다

건강한 몸은 하나의 근육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기관과 세포가 함께 움직일 때 건강해진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다양성을 품을 때 더 강해진다.

경제는 규모를 통해 성장하고, 문화는 다양성(Diversity)을 통해 성숙한다. 하나의 성공 공식만으로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어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서로 다른 취향과 장르, 새로운 시도가 이어질 때 문화는 더 건강해지고, 산업은 더 단단해진다.

K-팝도 예외는 아니다.

한때는 변방이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시장의 주류에 진입했다. 이제 K-팝이 하나의 장르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규모뿐만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피원하모니(P1Harmony)와 엑스러브(XLOV)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두 팀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세계 팬들이 이들을 선택한 이유는 달랐다.

① 공연으로 팬을 만드는 팀, 피원하모니 (P1Harmony)

사진제공|피원하모니(P1Harmony) 공식 홈페이지

사진제공|피원하모니(P1Harmony) 공식 홈페이지

피원하모니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존재감을 키워온 6인조 보이그룹이다. 화려한 콘셉트보다 무대에서 라이브로 자신을 증명하는 팀이다. 이들의 진짜 경쟁력은 매체 속 퍼포먼스(Performance)가 아니라 현장 속 라이브(Live)에 있다.

지난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서 열린 ‘2026 K-EXPO USA K-POP CONCERT’는 피원하모니의 강점을 가장 잘 보여준 무대였다. 4만여 명이 찾은 K-EXPO의 대표 공연인 K-POP CONCERT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공연 직후 공개된 현장 콘텐츠에는 해외 팬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The energy was insane.” (공연장의 에너지가 엄청났다.)

“I went just to see them.” (피원하모니를 보기 위해 공연을 찾았다.)

“Come back soon.” (빨리 다시 와 달라.)

해외 언론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영국 공연 전문 매체 뷰 오브 더 아츠(View of the Arts)는 피원하모니를 “commanding the stage with an electrifying live performance” (폭발적인 라이브 퍼포먼스로 무대를 장악했다)라고 평가하며, 이들의 강점으로 현장감과 폭발적인 라이브 에너지를 꼽았다.

퍼포먼스 역시 인상적이었다. K-팝을 상징하는 칼군무보다 그루브(Groove)가 돋보였고, 비트를 몸으로 연주하듯 리듬을 타며 관객과 호흡했다. 그래서 해외 팬들은 음원보다 공연을 이야기했는지도 모른다.

② 표현으로 팬을 만드는 팀, 엑스러브 (XLOV)

사진제공|엑스러브(XLOV)의 첫 북미 팬미팅 ‘The Runway’ 홍보 포스터

사진제공|엑스러브(XLOV)의 첫 북미 팬미팅 ‘The Runway’ 홍보 포스터

엑스러브는 K-팝 최초의 젠더리스(Genderless) 콘셉트를 내세운 4인조 보이그룹이다. 국내에서는 ‘젠더리스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먼저 따라붙는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해외 팬들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팬들은 젠더(Gender)보다 미학(Aesthetics)과 자기표현(Self-expression)에 주목했다.

지난 5월 발매된 미니 2집 ‘I, God’과 타이틀곡 ‘SERVE’는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 활동이었다. 초동 판매량 22만 장을 돌파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보깅(Voguing·패션잡지 《Vogue》 모델의 포즈에서 유래한 춤)을 접목한 우아하면서도 유려한 퍼포먼스로 엑스러브만의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해외 팬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This is real art.” (이것은 진짜 예술이다.)

“The most beautiful group in the world.”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룹이다.)

“How can they be so beautiful?”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외신의 시선도 다르지 않았다. 해외 K-팝 전문 매체 할류 톤즈(Hallyu Tones)는 이들의 무대를 진정성(Authenticity), 예술적 탐구(Artistic Exploration), 그리고 성별을 넘어선 아름다움(Beauty Beyond Gender)으로 소개했다. 미국 팝 문화 매체 더 허니 팝(The Honey POP)은 “XLOV‘s genderless concept shines at its brightest through their performances.” (엑스러브의 젠더리스 콘셉트는 퍼포먼스를 통해 가장 빛난다)고 평가했다.

퍼포먼스 역시 인상적이었다. 손끝과 시선, 몸의 각도, 움직임의 여백을 통해 하나의 선을 디자인한다.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춤이라기보다 몸이 가진 아름다움을 확장하는 움직임에 가까웠다. 그래서 해외 팬들은 젠더보다 아름다움을 먼저 이야기했는지도 모른다.

두 팀의 사례를 통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팬들과 만나고 있지만, 결국 향하는 방향은 같았다.

다양성이다.

한 팀은 공연으로 팬을 만들고, 다른 팀은 표현으로 팬을 만든다. 하나는 그루브로 무대를 채우고, 다른 하나는 선으로 아름다움을 만든다. 같은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춤을 만들고 있었다.

K-팝을 하나의 몸이라고 생각해 보자. 건강한 몸은 하나의 근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로 다른 근육이 함께 움직일 때 더 강해진다. K-팝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색깔과 움직임이 함께할 때 산업은 더 건강해지고 문화는 더 단단해진다.

팬들은 K-팝이라는 몸을 이루는 세포와 같다. 모든 세포가 같은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 어떤 팬은 라이브를 사랑하고, 어떤 팬은 예술을 사랑하며, 어떤 팬은 자기표현을 응원한다. 서로 다른 취향이 공존할 때 K-팝이라는 몸은 더 건강하게 살아 움직인다.

다양성은 K-팝을 흩어지게 만드는 힘이 아니다. K-팝을 하나의 유행을 넘어 오래 사랑받는 문화로 성장시키는 힘이다. 앞으로도 자신만의 언어로 세계를 만나는 팀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재)좋은예술문화재단 ‘공연과 사람’ 연구소장 | 레오 강

재)좋은예술문화재단 ‘공연과 사람’ 연구소장 | 레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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