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3점대에 6승, “KIA에 누구 있다고?”…양현종이 선발이라 다행이었던 사직의 마지막 밤

입력 : 2026.07.10 12:37 수정 : 2026.07.1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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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 제공

양현종(38·KIA)은 올시즌 최대 5이닝씩만 던진다. 4월7일 삼성전(5.2이닝 1실점)과 4월14일 키움전(6이닝 2실점)을 제외하고는 6회 마운드에 올라간 적이 없다. 지난해까지 이미 통산 2600이닝 이상을 던진 30대 후반의 양현종을 보호하기 위한 팀의 강제 조치다. 양현종을 위한 것이지만 본인에게는 세월을 의식하게 만드는 씁쓸한 현실이기도 하다.

리그 대부분 팀들처럼 KIA도 매년 선발투수들의 부상으로 고비를 맞는다. 그 와중에도 지난 10년 이상을 한 해도 빠짐 없이 안 다치고 던져온 유일한 투수가 양현종이다. 오랫동안 이닝이터였고 에이스였던 양현종의 쾌투는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져왔다. 언젠가부터는 그 ‘당연한 것’을 못한다는 꼬인 시선도 양현종에게 향했다.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것이 한 가지 있다. KIA 안에서 양현종의 선발 등판은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한 길만 왔고 리그 레전드의 길로 가는 양현종은 KIA의 상징이다. 양현종이 등판하는 경기는 KIA 선수들에게 ‘꼭 이겨야 하는 경기’로 통한 지 오래다.

지난 9일 사직 롯데전도 그랬다. 광주에서 NC에 2연패를 당하고 사직으로 이동해 7~9일 롯데와 전반기 최종 3연전을 앞둔 KIA는 총력전을 준비했다. 포스트시즌처럼 불펜을 빠르고 적극적으로 운용하겠다고 계획했다. 그러나 이틀간 KIA는 알 수 없는 분위기에 휩쓸려 단체로 실수를 쏟아내며 졸전 끝에 대패했다. 7월 들어 선발투수들이 전부 무너졌고 4연패, 최악의 분위기에서 전반기 마지막 경기의 선발 순서가 양현종이었던 것은 KIA에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 나선 양현종은 올시즌 가장 전력으로 던졌고, 선수들은 선배 양현종이 던지는 뒤에서 다시 뭉쳐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막내 외야수 박재현은 1회말 선두타자 황성빈의 큰 타구를 전력으로 달려 잡아내느라 펜스에 부딪혀가며 몸을 던졌고, 일주일간 침묵했던 중심타자 김도영, 나성범, 카스트로가 모두 홈런을 쳤다. 앞선 4연패 때와 달리, KIA가 가장 강한 팀일 때 보여주는 모습으로 이날 KIA는 승리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 제공

양현종은 주어진 5이닝을 5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끝냈다. 14살 어린 롯데 좌완 김진욱(6이닝 7피안타 3실점)과 멋진 투수전을 했다. 눈빛부터 달랐다. 자신의 투구 결과에 팀의 전반기 마지막, 그리고 후반기 시작이 어떻게 달라질지 누구보다 잘 아는 양현종은 올시즌 들어 처음으로 1회 첫공부터 전력으로 던졌다. 2회초 카스트로가 선제 솔로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와 모두가 떠들썩하게 세리머니 할 때도 일부러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차분히 자기 페이스를 지켰다.

KIA에는 연패 기간 등판하지 못한 필승계투조 전원이 투입될 힘이 남아 있었다. 이날 양현종의 공은 올시즌 가장 좋았고 69개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KIA는 준비했던대로 3-1로 앞선 6회말 불펜을 가동했다. 양현종은 팀이 바랐던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최고의 5이닝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2700이닝 넘게 던져온 동안 자신의 위기와 팀의 위기를 수없이 넘어왔던 양현종은 언제 어떤 식으로 던져야 할지를 잘 아는 투수다. 양현종은 “이틀간 경기를 보며 롯데 타자들 감이 너무 좋구나 생각했고 거기 맞춰 준비했다. 피하기보다는 공격적으로 들어가야 인플레이 타구를 빨리빨리 만들어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내 컨디션도 좋았다. 많은 이닝은 아니지만 5회를 무사히 잘 마치고 내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 제공

경기 전 양현종이 받은 ‘주문’을 통해 KIA에게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더욱 확인할 수 있다. 양현종은 등판 당일에는 ‘입에 지퍼를 채웠다’고 할 정도로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고 주변을 차단한다. 그런 양현종을 잘 알지만 메시지가 전해져왔다. 양현종은 “선발 당일에는 많이 예민해서 다른 얘기를 잘 안 들으려고 하는데, 감독님께서 꼭 전달하라고 하셨다며 코치님이 얘기하셨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고 중간 투수들이 많이 쉰 상태라 일찍 교체할 수 있으니 매 타자 전력으로 던져달라고 하셨다”고 소개했다. 꼭 이겨야 하는 경기, 이닝 상관 없으니 최대한 초반을 실점 없이 꽉 막아달라는 뜻이었다. 양현종은 완수했다. 경기 뒤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이 베테랑의 역할을 정말 잘 해냈다. 양현종의 호투 덕에 계획대로 투수를 기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양현종의 최고구속은 시속 144㎞였다. 전성기 시절의 강속구는 던지지 못하지만 최근 ‘좋은 날’의 양현종은 이렇게 140㎞대 중반까지 공을 뿌린다. 양현종은 “구속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 좋았던 무브먼트가 느껴졌고 무엇보다 후련하게 던진 느낌”이라며 “이게 100%는 아닌 것 같다. 아프거나 한 데가 없고 나도 내 몸을 (얼마나 더 좋아질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더 기대가 된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이제 나도 조금은 기대가 된다”라고 말했다.

양현종은 시즌 6승(5패)째를 거뒀다. 평균자책을 3.91로 낮추고 전반기를 마쳤다. 5이닝씩만 던지느라 규정이닝이 안 돼 공식 순위에는 없지만 KIA에서 애덤 올러(9승5패) 다음으로 많이 이겼고, 올러(2.36)·제임스 네일(3.77) 다음으로 평균자책이 좋다. 올해도 토종 1선발은 양현종임을, 과거처럼 지금도 위기 돌파에는 양현종이 최강임을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KIA는 재차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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