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손흥민(오른쪽)이 지난해 11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의 평가전에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은 뒤 황희찬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참고인으로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LAFC)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을 부르려 했던 계획이 하루 만에 철회됐다. 현역 선수들을 국회 청문회에 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축구계와 팬들의 비판이 이어진 데 따른 결정이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당의 의견과 선수들의 경기 일정,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참고인 신청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한쪽 이야기만 듣는 반쪽짜리 청문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협회와 국가대표팀, 해외 축구 시스템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한 현역 선수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참고인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더 나은 청문회를 만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임오경 의원 SNS
앞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는 22일 대한축구협회 현안 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했다. 증인으로는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등 협회 운영과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직접 관여했던 관계자들이 채택됐다.
참고인 명단에는 박지성·유승민 K-축구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영표·박주호 혁신위원과 함께 손흥민, 황희찬도 포함됐으며, 두 선수를 참고인으로 신청한 의원은 임 의원이 유일했다. 질의 내용은 ‘월드컵 경기 성과 및 대표팀 관련 사항’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명단이 공개되자 축구계 안팎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현역 선수들은 협회 행정이나 감독 선임 과정의 당사자가 아닌 데다, 시즌을 준비하는 시기에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을 청문회에 부르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이번 청문회의 핵심은 대표팀 부진 자체보다 협회의 운영과 감독 선임 과정, 행정 시스템을 점검하는 데 있는 만큼, 선수들을 참고인으로 부르는 것은 청문회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지난달 25일 북중미 월드컵 남아공전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 해설위원 박문성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두 선수는 일정상 출석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설령 나온다고 해도 무엇을 물을 것인지 의문이다. 손흥민 이슈로 청문회 본질이 가려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참고인 철회를 촉구했다.
온라인에서도 축구팬들은 “선수들을 정치의 장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부적절하다”,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협회 운영진과 의사결정자들”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참고인 채택을 비판했다. 결국 논란이 커지자 임 의원은 참고인 신청을 철회했고, 손흥민과 황희찬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