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오태곤이 10일 잠실에서 열린 2026 KBO리그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서 타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영(KIA)도 오스틴(LG)도 아니었다. 비거리 145m 초대형 홈런을 수도 없이 날리며 홈런더비 챔피언에 오른 강백호(한화)도 아니었다. 2026시즌 KBO리그 올스타전 홈런더비의 ‘깜짝 스타’는 대체 선수로 나와 준우승을 차지한 오태곤(SSG)이었다.
오태곤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예선 7홈런으로 결선에 진출했고, 결선에서도 재차 7홈런을 때렸다. 강백호와 동률을 이뤘지만 ‘30초 서든데스’ 승부에서 홈런을 치는 데 실패했다. 오태곤의 무홈런을 확인하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선 강백호가 15초 만에 잠실 담장을 훌쩍 넘기며 우승을 확정했다.
타고난 파워에 특유의 풀스윙이 돋보이는 강백호는 유력한 홈런더비 우승 후보였다. 올 시즌도 23홈런으로 김도영, 오스틴에 이은 홈런 공동 3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놀라운 건 오태곤이었다. 올 시즌 전반기 9홈런을 포함해 프로 14시즌 통산 87홈런을 때린 타자다.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도 2018년 12홈런 딱 한 번이었다.
애초 홈런더비 참가자도 아니었다. 오스틴이 전날 허리 불편을 이유로 참가를 포기하면서 오태곤한테까지 순번이 돌아갔다. KBO는 이날 오후 홈런더비 선수 교체를 알리며 “팬 투표 후순위 선수에게 순차적으로 출전 여부를 물어 SSG 오태곤의 출장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대체 선수로 홈런더비 참가가 결정됐지만, 오태곤의 방망이는 무섭게 돌아갔다. 시즌 중 경기 후반 이후로 특히 성적이 좋다고 해서 ‘9시의 남자’란 별명이 붙은 오태곤이다. 이날 오후 9시 무렵부터 시작한 홈런더비에서 ‘별명값’을 제대로 했다.
SSG 오태곤이 10일 잠실에서 열린 올스타전 홈런더비 준우승 후 우승을 차지한 한화 강백호와 주먹을 맞부딪치고 있다. 연합뉴스
오태곤은 예선 첫 주자로 나서 7홈런을 때렸다. 정규 5아웃 동안 2번밖에 홈런을 때리지 못했는데, 30초 휴식 후 1분 동안의 추가 시간인 ‘피버 타임’에서 무려 홈런 5방을 몰아쳤다.
결승에서도 오태곤은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정규 7아웃 중 6아웃이 될 때까지 2홈런밖에 못 때렸는데, 1아웃을 남기고 홈런 2개를 연속으로 날렸다. 그리고 휴식 후 1분 추가시간 동안 홈런 3개를 더쳤다. 예선에 이어 결승에서도 7홈런을 기록했다.
어지간하면 우승을 기대할 수 있는 숫자, 실제로도 우승 직전까지 갔다. 결선 상대 강백호가 1분 추가시간 막판까지 6홈런에 그쳤다. 그러나 시간 종료 몇 초를 남기고 강백호가 마지막으로 때린 타구가 오른 담장 폴을 직격하며 동점이 됐다. 이어진 30초간의 ‘서든 데스’ 시합에서 강백호의 승리로 결말이 났다.
우승 트로피를 앞에 놓고 취재진과 만난 강백호도 오태곤의 괴력에 혀를 내둘렀다. 강백호는 “결승에 간다면 김도영 선수나 오스틴 선수를 만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예선부터 (오)태곤이 형이 너무 잘 치더라. 결승에서 그래도 여유 있게 이길 줄 알았는데, 사실 마지막에 가서는 포기했다. 진짜 운이 좋았다”고 했다.
오태곤은 전날 밤 홈런더비 통지를 받았다고 했다. SSG 후배 포수 조형우에게 급하게 배팅볼 투수를 부탁했다.
오태곤은 “목표가 정말 홈런 3개 치는 거였는데, 뜻밖에 너무 많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선 가서 마지막 몇 초 남기고 (강)백호가 홈런 딱 치는 거 보고 쉽지 않겠다 싶었다. 체력이 다 떨어져서 너무 힘이 없었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