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과달라하라(멕시코), 이대선 기자] 12일 (한국시간) 멕시코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가 열렸다.대표팀은 체코전을 시작으로 19일 개최국 멕시코와 같은 장소에서 격돌한 뒤, 25일 몬테레이 BBVA 스타디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최종전을 치른다.손흥민이 슈팅이 빗나가자 아쉬워 하고 있다. 2026.06.12 사포판(멕시코)=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수준이 맞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일부 축구 팬들은 “아시아 티켓을 이탈리아에 줘라” 이야기 하지만, 이건 지금 이탈리아 축구 상황을 잘 모르고 하는 주장이다.
영국 스포츠키다는 9일(한국시간) “아르센 벵거는 아시아팀들이 속도, 기술, 강도 등 면에서 부족하므로 북중미 월드컵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전 아스널 감독이자 현재 FIFA 글로벌 디렉터로 있는 벵거는 더터치라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북중미 월드컵을 분석했다. 벵거는 “오늘날 월드컵 축구는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기차는 정해진 속도가 있다. 그 속도로 달려서 기차에 올라탈 수 있어야 한다. 아시아팀들은 모두 경기의 강도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탈락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5일 (한국 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패배 후 인사하고 있다. 2026.06.25 몬테레이(멕시코) | 문재원 기자
북중미 월드컵도 이제 후반전에 돌입했다. 8강 일정이 진행 중이고 이제 4강이 코앞이다. 아시아 국가는 한 팀도 생존하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에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호주, 카타르, 이란, 우즈베키스탄,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9개국이 참가했다.
북중미 월드컵부터 참가국이 32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났고 아시아에 배정된 월드컵 본선 진출권도 8.5장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성적은 대부분 기대 이하다. 조별리그(48강)를 통과한 아시아 국가는 일본과 호주뿐이다. 이 두 팀도 32강에서 탈락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참가국이 늘어나서 조 추첨 시드도 2포트로 상승해 1, 2포트 강팀을 피해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패배 후 북중미 여정을 마무리했다. 2포트 자격이 있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도 할 말 없는 성적이다.
일부 축구 팬들은 “아시아는 ‘농어촌 전형’으로 월드컵에 갔다”, “이탈리아가 아시아에 있었으면 월드컵에 진출했다”, “한국의 진출권을 이태리에 주는 게 좋겠다” 등 비판의 남겼다.
이탈리아 선수들이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에서 승부차기 실축이 나오자 안타까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는 독일과 함께 월드컵 최다 우승 2위(4회)에 빛나는 명실상부 축구의 나라다. 그러나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2018, 2022, 2026까지 3번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탈리아가 월드컵에 못 온 건 아주리 군단(이탈리아 대표팀)이 축구를 못 했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 직행권 46장 중 아시아에 8장이 있다. 유럽은 이보다 2배 많은 16장이 있다. 모드 대륙을 통틀어 유럽이 압도적으로 티켓이 많다.
이 티켓을 얻는 방법도 강팀일수록 유리하다. 유럽은 예선 조별리그를 통해 나눈다. 4~5개국으로 구성된 조를 나뉘어 경기를 진행하고 각 조 1위(12개국)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1포트부터 5포트까지 나누어 조에 배치할 나라를 추첨한다. 프랑스, 스페인, 잉글랜드, 포르투갈,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 강팀으로 유명한 나라는 모두 1포트에 있다. 이탈리아도 이번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1포트였다. 즉, 강팀과 격돌은 진작에 다 피했다.
젠나로 가투소 이탈리아 감독이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패배로 월드컵 진출이 좌절된 뒤 안타까운 표정으로 퇴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가 강팀을 다 피하고 배정된 I조는 노르웨이, 이스라엘, 에스토니아, 몰도바가 있었다. 이탈리아는 노르웨이에 밀려 조 2위로 본선 직행에 실패했다.
심지어 마지막 기회가 있는 플레이오프에서는 FIFA 랭킹 71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패배해 예선 탈락했다. 또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플레이오프에서는 FIFA 랭킹 67위 북마케도니아에 패배해 본선행을 놓쳤다.
월드컵 본선 진출 과정에서 강팀을 다 피하고도 두 번 모두 FIFA 랭킹 60~70위권 팀에게 덜미를 잡히는 게 이탈리아 축구의 현실이다. 아시아와 한국을 비판하며 이탈리아를 그리워하는 축구 팬은 최근 이탈리아 축구를 안 보고 이야기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탈리아가 정말 ‘유럽이라서 본선에 못 갔다’라는 변명이 통하려면 실제로 본선에 왔을 때 성적이 좋았어야 했다. 이탈리아는 2006 독일 월드컵 우승 후 단, 한 번도 토너먼트에 진출한 적이 없다. 2010, 2014 모두 조별리그 탈락했다. 이후 지금까지 월드컵 본선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기간에 아시아의 한국, 일본, 이란, 호주는 모두 월드컵 본선에 빠짐없이 참가했고 토너먼트(16, 32강)도 꾸준히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유럽 국가 그리스, 독일, 포르투갈을 무너뜨렸고 일본은 스페인, 독일에 승리, 이란은 웨일스, 호주는 덴마크, 튀르키예를 이겼다.
아시아팀이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건 사실이다. 다만, 최근 다섯 번의 월드컵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만 보고 아시아 진출권을 유럽에 더 주라는 일부 축구 팬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한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