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엄준현. KIA 타이거즈 제공
원래 이런 팀이었나. 젊은 피들의 끼가 끓어 넘친다. KIA가 퓨처스 올스타전 베스트 퍼포먼스상 수상자를 2년 연속 배출했다. 지난해 외야수 박재현(20)이 상을 따내더니, 올해는 ‘집안싸움’ 끝에 내야수 엄준현(20)이 같은 팀 박종혁(19)을 제치고 수상자가 됐다.
10일 잠실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올스타전, 3회말 1사 후 엄준현의 타석이 돌아왔다. 의상부터 강렬했다. 엄준현은 ‘최근 대세’ 걸그룹 리센느의 일본인 멤버 미나미로 변신했다. 유튜브에서 열풍을 일으킨 ‘거제 야호’ 밈에 맞춰 떡 벌어진 어깨를 흔들며 파라파라 댄스를 췄다. 퓨처스리그 올스타전 역대 최다 1만21816명 관중의 시선과 탄성 혹은 탄식이 엄준현을 향해 쏟아졌다.
퍼포먼스를 마친 엄준현은 미나미 복장을 벗고 KIA 유니폼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나 얼굴의 분장은 그대로였다. 긴 속눈썹이 헬멧 아래에서 찰랑거렸다.
엄준현이 일찌감치 기선 제압에 성공했지만, 경쟁자들의 도전도 만만찮았다. 이날로 전역까지 339일을 남긴 현역 군인 고영우(상무)가 전투복 차림으로 방망이를 소총처럼 들고나왔다. 엎드렸다 누웠다 낮은 포복으로 그라운드 위에서 한참을 전진하더니 야구공을 수류탄 삼아 핀 뽑는 모션까지 취하고 정석적인 자세로 던졌다.
고영우를 뒤이은 강력한 도전자도 엄준현과 같은 KIA의 신예들이었다.
KIA 박종혁.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신명승. KIA 타이거즈 제공
KIA 포수 신명승은 아이돌 가수 최예나의 ‘캐치캐치’를 그대로 복사했다. 금발 가발에 화려한 물방울 재킷을 입고 나온 신명승은 엄준현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열정적인 댄스를 선보였다. KIA 내야수 박종혁은 엄준현, 신명승과는 결이 다른 퍼포먼스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직후부터 조각 같은 외모로 화제가 됐던 박종혁은 ‘퍼포먼스의 완성도 결국 얼굴’이라는 걸 증명했다. 준비물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검정색 선글라스에 군용 재킷 한 벌만 걸쳤다.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나오더니 이날 주심을 맡은 허정수 심판에게 그대로 건넸다. “나 맞아?”라고 두 번이나 되물은 허 심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걸로 충분했다. 나머지는 얼굴이 다했다.
치열한 승부 끝에 엄준현이 최종 승자가 됐다. 팬 투표 전체 7814표 중 엄준현이 2903표를 받았다. 2565표를 받은 박종혁을 300여 표 차이로 이겼다. 엄준현이 득표율 37%, 박종혁이 득표율 33%를 기록했다. KIA 두 명이 전체 표의 70%를 휩쓸었다.
엄준현도 박종혁도 아직 1군 경험은 없다. 지난해 퓨처스 올스타전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받은 박재현의 길을 따라간다면 베스트 시나리오다. 박재현은 퍼포먼스로 입증한 넘치는 에너지를 올해 1군 그라운드 위에서 유감없이 쏟아내고 있다. KIA 주전 외야수로 자리매김했고, 9월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도 국가대표로 나간다.